'부실대학' 선정… 위기의 대학들
'부실대학' 선정… 위기의 대학들
  • 이형선 기자, 박상준 준기자, 천정우 준기자
  • 승인 2013.09.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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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른바‘부실대학’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부실대학’은 전국 337개 대학을 기준으로 교육부가 정한 지표에 따라 하위 15%를 지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점수가 낮은 순으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35개교, 이중 학자금대출제한대학 14개교,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중 11개교가 경영부실대학으로 뽑혔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대학은 교육부에 의해 신입생들의 국가장학금 신청 제한, 학과개편 등을 단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중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본래 대학재정 상태와 신입생 지원율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마저 끊기게 돼‘사실상 폐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또한 교육부의 획일적인 평가 기준과 전체 평가 자료 미공개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본지는 대학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교육부와 이로부터 살아남으려는 대학 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부실대학 논란’에 대해 알아보고, 대학들 간의 무한경쟁 상황에 직면해 앞으로 우리 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에게 들어봤다.

대학 간‘무한 경쟁’초래 우려
“다른 대학교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분명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정한 지표대로만‘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교육부의‘부실대학’발표에 대해 올해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벽성대학교 본부 측이 한 말이다. 이처럼 교육부의 ‘부실대학’선정 자체에 대해, 또는 평가지표에 대해 불만을 가진 대학들이 있다.
반면 교육부 측은‘학령인구 감소 대비와 대학 교육의 개선’을 위해서는‘부실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꼬리 자르기’식 구조조정은 안 돼=교육부의‘부실대학’선정에 대해 해당 대학들과 일부 대학 구성원들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부실대학’선정이 대학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닌‘꼬리 자르기’식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대학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하는 반대 의견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에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21개 대학교 중 5개교가 폐교되고 3개교가 통폐합됐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학교들은 선정 전부터 재정 여건, 재학생 충원율 등이 불안정한 곳이 대부분이었는데,‘부실대학’선정 후 교육부에 의해 재정지원 신청 제한과 신입생들에 대한 학자금 신청 제한 등을 받게 돼 학교 운영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다. 교육부의‘부실대학’선정에 대해 우석재 씨(생명공3)는“해당 대학들에 대해 너무 가혹한 조치를 취하는 것 같다. 소규모 저예산 대학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또한 김재웅 기획처장(기계공학부)은“연구 성과 및 국제화 등의 특성화 부분은 평가에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 역시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평가 기준 역시 단기성 지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한때 재정지원제한대학이었던 곳이 일시적 재정 투입으로 정부지원사업에 투입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고 교육부의‘부실대학’평가 지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선의의 경쟁 이뤄져야 =교육부의‘부실대학’선정이 대학들 간의‘무한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평가 방식 자체가 무조건 하위 15%를 골라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 내부적으로는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다른 대규모 대학들에 상대적으로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면 언제‘부실대학’이 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0년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 선정됐던 신라대학교와, 산학협력선도대학(LINK) 사업에 선정됐던 우석대학교, 호남대학교가 올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 교육부에 의해‘우수 대학’으로 인정받았던 학교들이 평가 지표를 달리 적용하게 되자‘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강철규 우석대 총장은‘이번 결과는 교육부의 모순이다’며‘심사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불만을 밝혔다.
‘부실대학’선정으로 대학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 김재웅 기획처장은“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순위 올리기에만 치중하게 되면, 실질적인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 여건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투자할 여력이 위축될 것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연덕원 연구원은“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표 올리기 식의 경쟁이 된다면 그것이 과연 장기적으로‘대학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장기적으로는‘발전의 계기’될 것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구조조정’필요=교육부는 지난 2011년부터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의 3단계를 거쳐 체계적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의 경우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제한한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대한 제한 조치와 더불어 학자금 대출까지 추가적으로 제한하며, 경영부실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대한 제한 조치에 추가로 교육부에 의한 대학 경영 컨설팅, 신입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급 제한 등을 실시하게 된다.
교육부가 이렇듯‘부실대학’을 선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교육부 이지선 대학재정지원과 사무관은“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고교졸업자수는 올해 63만 명, 오는 2018년 55만 명, 2023년 40만 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2018년부터는 대학입학정원이 55만 명인데 비해 고교 졸업자수가 54만 명으로 대입 정원이 학령인구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교육부의‘부실대학’선정에 대해‘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지만, 교육부 측은 대학 측이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지선 사무관은“‘부실대학’선정이 처음에는 학교 차원의 위기로 인식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취업률’반영은 현실적인 선택=취업률의 경우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의 8가지 지표 중 15%의 반영 비율을 차지한다. 25%를 차지하는 재학생충원율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이렇듯 취업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일부 대학 구성원들은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김재웅 처장은“대학이 학생들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하지만 평가를 위해 취업률 높이기에만 치중한다면, 이는 단기성 취업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수차례 일자리를 옮기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교육부 측에서는 “취업률이 대학교육의 성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산출지표다”며“현재 청년실업률은 8.4%로 전체 실업률 3.2%의 2.6배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대학이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교육부는 올해의 경우 지방대와 인문·예체능 계열 대학들의 여건을 고려해 평가 반영 비율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부분에서 지방대학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두 항목을 작년에 비해 5%씩 낮췄다. 또한‘부실대학’평가 시 하위 5%는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여 선정했다.
이지선 사무관은“이러한 부분 외에도 평가 기준이 각 대학이 처한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형선 기자 bbambbaram@ynu.ac.kr
박상준 준기자 youg316@ynu.ac.kr
천정우 준기자 cjw0122@ynu.ac.kr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실대학’
‘부실대학’선정은 해당 대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신입생 지원율 감소를 불러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면 해당 대학은 심각할 경우 존폐위기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전국의 대학들은 과감한 개선과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특히나 교육부가 선정한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35개 대학 중 9개 대학이 대구·경북지역의 대학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 대학교 역시 지방에 위치한 대학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
교육부에 의한 신입생 정원 감축과 학과통폐합, 자체 구조조정 등이 대학 간의 무한 경쟁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부실대학’선정과 우리 대학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재웅 기획처장과 최동주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김재웅 기획처장(기계공학부)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재학생 충원 및 취업률 향상에 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러한 지역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 평가를 하고 있어 비수도권 대학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고교졸업자 수가 올해 63만 명에서 오는 2018년 55만 명, 2024년에는 39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게 돼 앞으로는 대학 간에 학생 유치를 위해 생존을 건 경쟁을 하는‘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환경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대학경쟁력을 높인다면, 국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해외학생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대학 교육의 본질은 다양한 활동 보장”
최동주 부총학생회장(법학4)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규모 대학과 지방 대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지만, 각 대학의 특수한 여건을 고려해 선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취업률’은 교육부의‘부실대학’평가 지표에서는 제외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신입생들의 수도권 대학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고 학문적인 분야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본부 측에서 주장하는‘공부 많이 시키고 취업 잘 되는 대학’이라는 표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대학교의 정책이 너무 한 방향으로만 치중돼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학생들이 축제, 동아리 활동 등 문화적인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학문적 분야와 함께 문화적인 분야에서도 다른 대학들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이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대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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