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학가에서 문화를 찾다
부산의 대학가에서 문화를 찾다
  • 여현정 기자, 최주현 준기자
  • 승인 2013.09.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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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인‘알바몬’이 대학생 446명을 대상으로 한‘새해를 맞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관심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등록금·물가·생활비 등 돈’(30.7%)을 1위로 꼽았다. 이어 2위로‘취업 및 취업준비’(21.5%)가 올랐으며, 3위로는‘앞으로의 진로 설계’(12.7%), 4위는‘학점관리 및 장학금’(10.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로 볼 때 현재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돈’ 혹은‘취업’, 취업을 위한‘학점관리’등에 치우친 것을 알 수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여유와‘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화를 즐기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대학문화’는 학생들에게 점차 외면받기 시작했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대학가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이 시점에서, 서울의 대학가에 이어 두 번째 연재기획으로 부산의 대학가도 살펴봤다. 서울의 경우 대학가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학가가 중심지의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홍대’나 ‘대학로’의 경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다양한 볼거리들과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부족하며, 대학가가 중심지로 발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산의 경우 부산대학교 앞 대학가와 부경대학교, 경상대학교 앞 대학가가 비교적 번화가 축에 속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대학문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대학문화를 살리자’

◆대학가 앞 다양한 행사 개최해=부산시 대학문화 연합회는 부경대학교 앞 문화거리의 거리공연장에서‘YO 콘서트’를 매주 토요일 저녁에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대학생의 무대로 꾸며진다. 설 무대가 없었던 동아리 공연 팀에게는 공연장소를 제공하고 청중 앞에서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준다. 공연 당 4팀에서 5팀 정도가 참여하며 약 3백 명에서 5백 명

의 청중과 함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홍대에 홍익어린이공원(홍대놀이터)의 프리마켓이 있다면, 부산에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부경대 앞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 현재 참가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프리마켓 참여자들 간의 자율성을 부여해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놓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또한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 대학문화 연합회 홍보팀 박창휘 씨는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의 부재가 아쉽다”며“수도권의 경우 문화가 특화된 공간과 이에 대한 인식이 잘 돼 있지만, 지방의 경우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점점 학생들의 참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문화를 즐기는 데 관심을 잃어버린 대학생들을 위해 장소와 기회를 마련할테니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현재 부산시 대학문화 연합회는 현재 진행중인 거리공연이나 프리마켓 이외에 대학생들이 대학로를 디자인 할 수 있도록 하는‘대학생 문화거리 콘테스트’와‘대학생 작품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라면 부산의 대학가가‘제2의 홍대’가 아닌 부산만의 대학문화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대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유니브엑스포 열려=‘유니브엑스포’란 대학생활박람회로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2013 유니브엑스포 부산’은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잔디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러한 유니브 엑스포는 2011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행사를 지속해서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 서대일 2013 유니브엑스포 부산 조직위원회 운영지원 실장(한국해양대학교3)은“부산이 제2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비해 많이 열악하지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부산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즐길 수 있고 대학생을 위한 행사를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니브엑스포는 동아리나 기업프로그램 등 대학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보다 학생들이 쉽게 대학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문화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행사인 만큼 학생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으며, 대학생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대표적인 ‘대학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서 실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대학문화를 경험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도 하나의 스펙과 스토리가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대학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생 스스로 경험해보려는 자체적 노력이 필요한데,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시도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에 부는‘헌책방’문화=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은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헌책방 골목이다. 이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책을 사고팔기 시작하면서부터 형성됐다. 이러한 책방골목은 약 56개 정도의 책방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박병율 학예실장은“이곳에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도 있고, 신기한 구경거리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책을 직접 사고파는 것으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기대했다. 이곳 헌책방 골목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주말의 경우는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헌책방을 찾아 책을 사러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새 하나의‘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책방을

찾은 권민성 씨(울산대학교4)는“부산에 오면 자주 찾는 것 같다. 울산은 헌책방은 있어도 골

목으로 형성될 정도의 규모가 아니다”며“재밌기도 하고 새로운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또한 함께 온 김정훈 씨(부산교육대학교2)는 “실제 책을 구입해 본 적이 있는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현재 30년째 <현우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조 사장(64세·헌책방 주인)은“대학생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연령층이 많이 찾고 있다. 직접 책을 사가는 경우도 있고 책을 팔러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헌책방 골목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하나의‘문화’로서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장을 넘겨보며 누군가가 그어놓은 밑줄에 한번 공감하고 싶다면, 헌책방으로 찾아가보자.

  서울의 대학가 vs. 부산의 대학가

1. 대학가=번화가?

이대 대학가 vs. 부산대 대학가

서울의 이화여자대학교와 부산의 부산대학교(이하 부대)의 경우 대학가는‘중심지’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상점, 음식점 등이 대학가를 따라 즐비해 있고 대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이대 대학가의 경우‘쇼핑’하기 좋은 골목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도 하며 대학가 앞이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이 찾는다. 또한‘리폼골목’이라 해서 헌 옷을 수선하고 리폼할 수 있는 가게가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대 대학가의 경우는‘쇼핑 골목’이 따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 이대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 골목은 의류 브랜드 매장이 밀집된 골목으로 상점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한가지 다른 점은 이대가 여성 의류에 집중돼 있다면, 부대의 경우는 다양한 상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부대에 비해 이대의 경우 쇼핑을 하기위한‘목적’을 갖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

2. 옛 추억을 느낄 수 있나

회기역 파전골목 vs. 보수동 헌책방 골목

서울 회기역 파전골목의 경우 3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 또한 60년대 이후 거리가 형성됐으니 50년 정도 됐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파전골목이나 헌책방 골목에서는 옛 풍취를 느낄 수 있다. 현재의 대학생들이 느낄 수 없었던 옛 맛과 옛 멋, 옛 분위기를 즐길수 있다. 파전골목에서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파전을 먹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의 경우도‘헌 책’이기 때문에 시중에 파는 새 책보다 저렴한 값에 책을 구입할 수 있으며 흥정을 통해 조금 더 깎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옛 서적이나 절판된 책이 필요하다면, 헌책방 골목에서 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부터 잡지, 소설, 전공 책, 원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있으니 책을 조금 더 싸게 사고 싶다면, 혹은 팔고 싶다면 헌책방 골목으로 찾아가자. 회기역의 파전골목, 보수동 헌책방 골목 모두 주머니 사정이 풍족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옛 문화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3. 대학생 주최의 행사, 열리고 있을까

홍대 대학가 vs. 부경대 대학가

‘홍대’는 해외까지 알려진 만큼 유명한 대학가다.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 주최의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학생들이 직접 벽화에서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거리미술전’부터 시작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홍대놀이터’로 유명한 홍익어린이공원에서는 아티스트들의 집합소다. 거리공연이 자주 열리고 이러한 거리공연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버스킹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고 호응한다. 홍대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마음껏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이에 비해 부경대 앞 대학가의 경우 매주 토요일마다 문화거리에서 거리공연이 열리고 있다. 매주 대학생으로 구성된 5팀 정도가 공연한다. 또한 금요일, 토요일은 프리마켓을 열고있다. 이러한 행사는 대학생의 참여로 이뤄지지만, 아직까지는 홍대에 비해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대학문화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대학문화가 활성화된 대학가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진·글 여현정 기자 yeo2093@ynu.ac.kr

최주현 준기자 wngus7400@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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