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그들이 치르는 전쟁
인터넷 커뮤니티, 그들이 치르는 전쟁
  • 이형선 기자
  • 승인 2013.06.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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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둘러싸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커뮤니티의 사용자들이 욕설, 여성 비하,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인격 모독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각 커뮤니티마다 정&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사회적 논란
일베? 오유? 그게 뭐길래…
지난 17일 우리 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닉네임‘Pulse’의‘이 게시판은 일베인의 게시판인가요?’(글번호: 1492978)는 글이 게재됐다.‘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다. 이 글은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닉네임과 글들이‘일베’사용자들의 닉네임, 글과 닮은 점이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과연 인터넷 커뮤니티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기에 이렇듯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태동부터 지금까지=이른바‘1세대 커뮤니티 사이트’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들은 보통 같은 취미를 공유하거나 또는 유머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해 모인 공동체다.‘디지털카메라’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디시인사이드’, 네트워크 커뮤니티 사이트인‘프리첼, 유머 게시물이 사이트의 중심이 되는‘웃긴 대학’이 대표적이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특정한 주제 외에 여러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일반 게시판 사이트로 발전했고, 이 시기부터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가하는‘악플러’가 생겨나고 각 커뮤니티마다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후 사용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 각 커뮤니티마다 갖는 색깔이 더욱 짙어져 다른 커뮤니트와 충돌하는 일이 생기게 됐으며, 사이트 내에서도 지역감정 유발 발언, 고인 모독 등의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지금의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가 형성된 것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를 인류학적으로 분석한 책‘우리는 디씨’의 저자 이길호 씨(서울대 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공격적 태도가‘익명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베X vs. X선비=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들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트 두 곳은‘일베’와‘오늘의 유머’(오유)이다. 이 두 곳의 사용자들은 서로를 ‘일베X’(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 하여 벌레에 비유함),‘X선비’(가식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뜻에서 선비에 비유함)라 부르며 비하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커뮤니티들 중 가장 정치적 성향을 높게 띠고 있는 곳으로 평가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국정원녀 사건’에서도 국정원 여직원이‘일베’에서 활동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있었으며,‘오유’사용자들은‘북한 찬양글’을 올린다 하여‘종북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명호 방송통신심의원회 통신심의기획팀장은“사용자들이 다양한 의견이나 비판 등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봉쇄할 수는 없다. 또한 단지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만으로는 규제를 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다만 사상의 건전성을 왜곡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도를 넘었나?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비판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도덕성의 결여’다.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오프라인 상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길호 씨는 “커뮤니티 사용자들에게 실제로 욕설은 해도 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며 “이러한 규범들이 이곳에 만연한 정서와 인지체계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용자들과 비사용자들이 서로 주장하는 각자의 논리는 무엇일까.
◆하위문화인가, 반문화인가=하위문화는 전체 문화의 하나로 그 문화의 내부에 존재하면서 독자적인 특질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소집단의 문화를 말한다. 반면에 반문화는 어떤 집단의 문화가 그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와 대립될 때 이 문화를 일반적인 하위문화와 구분하기 위한 개념이다. 반문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범죄문화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커뮤니티 사용자들과 그들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다투는 주요 논점이다. 사용자들은 커뮤니티에 대해 단지‘인터넷 하위문화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부정적인 입장에서 보는 사람들은‘도를 넘은 수준의 반문화’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디시인사이드 광고제휴팀 심지연 씨는“‘도를 넘었는가 아닌가’는 결국‘위법인가 아닌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피해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러한 반문화에 대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싼 논점 중 또 하나는 사용자들의 과격한 언행을‘표현의 자유’의 범주에서 봐야 할 것인가 아닌가하는 것이다. 이 커뮤니티를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은 다르다.
실제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인터넷을‘표현 촉진적인 매체’로 칭하며“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해 질서 위주의 규제를 가할 경우 표현의 자유에 위반 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박한우 교수(언론정보학과)는“온라인의 특성 중 하나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의견 교환 방식이다”며“커뮤니티에 현재 수준 이상의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커뮤니티 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한명호 팀장은“인터넷 커뮤니티가 국민들의 표현 촉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표현 방법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기술의 발전에 사람들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길호 씨는“인터넷 커뮤니티들의 과격한 행위 양상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며“‘도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순기능 강화 위해 교육이 가장 중요해=전문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순기능적 역할과 역기능적 역할 모두를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순기능으로서는 사람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좀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반면 역기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이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근거 없는 루머를 퍼트리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명‘마녀사냥’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한우 교수는 “사용자들에 대한 인터넷 윤리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한 팀장 역시“처벌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사용자들에 대한 의식 교육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커뮤니티 사용 현황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교 학생 38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용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 중 211명(55.5%)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커뮤니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는‘거의 매일’이 64명(30.3%)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커뮤니티를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접속하는 것을 넘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한 달에 한 번’48명(22.7%),‘일주일에 1~3회’가 34명(16.1%) 순이었다.
학생들의 커뮤니티 사용 이유 조사 결과‘재미를 위해’가 137명(64.9%)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커뮤니티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정보를 얻기 위해가 56명(26.5%)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커뮤니티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용한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결과, 네이트판(75명), 디시인사이드(50명), 오늘의 유머(38명), 여성시대(31명), 일간베스트 저장소(2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오늘의 유머’와‘일간베스트 저장소’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사이트임에 비해 사용자들의 실제 사용 비율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커뮤니티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 169명(44.5%) 중 124명(73.4%)이 ‘관심이 없어서’커뮤니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커뮤니티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70명(18.4%),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50명(13.2%)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커뮤니티들이 정치적 성향을 띠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질문에 115명(30.3%)가‘부정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치화 현상에 대해 학생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 시대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기술의 발전에 사용자들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문화지체현상’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키보드를 두드리기에 앞서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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