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쓰레기'가 새로운 제품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새로운 제품으로?
  • 김명아 기자
  • 승인 2013.05.28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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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사고를 전환시켜야 한다. 국내에서 재활용 제품이 일반화되지 않는 것은‘재활용품으로 만든 제품은 질이 낮다’는 소비자 인식이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버

  친환경 디자인에 속하는 에코디자인인 ‘업싸이클(Upcycle)’은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 요소까지 넣어 그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말하자면‘업싸이클’은 쓰레기로 버려질 물건들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에코 크랩트 바다보석’에서는 해변을 오염시키는 유리조각을 수집해 보석처럼 만들어 그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업싸이클’의 한 예로 들 수 있다.
업싸이클의 시초는 현재 스위스의 국민기업 중 하나가 된‘프라이탁(Freitag)’이다. 이 회사는 트럭 덮개와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방수 가방을 만드는 회사다. ‘프라이탁’형제는 집의 부엌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디자인 작업물을 가지고 이동할 일이 잦았다. 그런데 또한 비가 많이 오는 스위스의 날씨 때문에 그 작업물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튼튼한 가방이 필요했다. 보다 튼튼하고 오래가는 소재를 찾던 중, 형제는 화물트럭의 방수덮개를 가방의 소재로 사용하기로 하고 자동차의 안전벨트나 자전거의 못 쓰게 된 고무 튜브 등의 자원들을 재활용해서 쓰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것이 바로 형제가 처음 만든 업싸이클 제품(가방)이다. 집에 있는 재봉틀을 사용해 만든 제품이라 박음질도 엉망이고 가방의 모양도 삐뚤빼뚤했지만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 급기야 회사가 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됐다고 한다.
업싸이클 디자인의 특징은 소재의 원재료가 어디서 나오고 어떠한 과정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해지는지 시각적 디자인을 통해 표현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싫증이 나면 바로 버리고 마는 요즘,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오원석 교수(생활제품디자인)는“‘업싸이클’이란 단어는 환경친화적 디자인인 에코디자인에서 나왔다. 환경친화적인 에코디자인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행된 친환경 사업에서 파생된 디자인이다”고 했다. 즉 제품의 탄생 원천인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 ‘에코디자인’의 이유다.
에코디자인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종이컵 대신 사용하는 텀블러를,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스탠드로 만들기도 하는데 언뜻 보면 평범한 물건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폐기 단계까지 친환경 방식으로 디자인된 제품이다. 전관수 교수(환경공학)는 업싸이클 제품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자원의 고갈문제와 자원을  채취하며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오염의 원인인 폐수·대기오염물질과 폐기물 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철의 재활용을 통해, 철원광석에서 철을 침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열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이로써 열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 유발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업싸이클 제품의 특성은 친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이기에 오염물질이 있는 소재나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유해물질 감소에 효과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 대해 이강모 교수(경제금융)는“업싸이클 제품을 만들면 자원을 조달하는 과정이 없어져 제품의 제조과정이 단축돼 비용이 줄어든다. 그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효과 또한 대단하다”고 했다. 앞으로 업싸이클 제품사용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이익이 4년 후 전 세계적으로 약 200억 달러에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업싸이클 제품을 사용하면 버려질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자원의 낭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유럽에서는 업싸이클링 기업이 많고 활동도 매우 왕성하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리싸이클링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이 기껏 10여개가 전부다. 그 중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3~4곳에 불과하다. 또한 재활용제품 제조업체는 315개소, 기타재활용업체는 90개소가 감소했다. 현재 환경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도움과 국민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쓰레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기업
우리나라에도 소비의식을 변화시키고 에코 라이프 스타일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 그 수는 적지만 가장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기업 두 곳이 있는데 바로‘터치포굿’과‘리블랭크’다.
◆재활용품으로 만든 제품은 질이 낮다?=‘리블랭크(Reblank)’의 채수경 대표는 유럽에서 업싸이클링 기업이 많고 활동이 매우 왕성한 배경에 대해“소비자들의 문화적 수준이나 윤리적 소비의식이 높고 제도적 장치가 우수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반면 국내에서 재활용 제품이 일반화되지 않는 이유는‘재활용품으로 만든 제품은 질이 낮다’는 소비자 의식이 가장 큰 장애다. 채 씨는“만약 품질에 대한 오해가 있는 소비자라면 제조방법이나 과정, 소요시간, 투입인력 등을 잘 따져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에코백’은 하나뿐인 친구 같은 제품=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에코백’을 떠올리면 품질이 떨어질 것 같고 예쁘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든다. 현수막을 예쁘고 좋은 품질의‘에코백’으로 만드는 비법에 대해 박씨는“현수막은 가방으로 만들기 위해 제작된 소재가 아닌 만큼 그 특수한 성질들을 파악하기 전까지 스스로도 쓰고 싶지 않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냉정하게 현수막이 가진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긴긴 워크숍을 통해 지금 ‘터치포굿’사무실에는 현수막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한 그래프가 완성됐고 그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극복한 제품을 기획했다. 모두 각각 다르다는 특성은 모든 제품이 우주에 단 하나뿐이라는 특성이 돼 모든 고객들에게 하나뿐인 친구 같은 제품이 된 것이다.
◆나부터 친환경 행동을 지녀야=친환경 행동이 가지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매우 불편하거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고 결국 외면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박 씨와 채 씨는“작은 것이 변화하지 않으면 큰 것은 절대로 변화할 수 없다. 즉,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환경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며“너무 큰 것에 도전했다가 바로 효과가 없으면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야 된다. 전자가 단기간에 큰 효과를 추구하는 홍보의 수단으로 환경을 이용해 고객에게 외면당한 케이스다.‘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친환경이 즐겁다’는 이미지를 제고한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장 크고 중요한 테마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업싸이클’에 대한 대학생들의 참여도
대학생들 중 업싸이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거나 업싸이클 제품을 사서 사용해본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들을 찾아가 업싸이클 제품을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에 대해 들어보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고 폐자원을 쓰임새 있는 물건으로 재활용해 보는 체험전을 연다.‘착한 디자인 공작소전’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3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활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계명대 학생들이 직접 만든‘업싸이클’제품도 전시돼 있다.
“내가 직접 만든 업싸이클 제품”
  김대규 씨(영남대 한문교육과 03학번)
업싸이클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평소처럼 재활용하고 있는데 우연히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아깝다는 생각과‘이것을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와 손을 좀 보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업싸이클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게 됐다.
내가 직접 만들어 사용한 업싸이클 제품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찢어진 우산으로 만들어본 필통과 버려진 낡은 탁자를 가져와 만든 작은 책꽂이 겸 의자와 액자 등이 있다. 처음 업싸이클 제품을 만들 때,‘내가 이걸 만들어서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도 들었지만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보니‘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주변에서‘이거 네가 직접 만들었어? 진짜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이 생겼다.
업싸이클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제품에 대한 애정도 사서 쓰는 일반 제품보다 더 크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부서지지 않게 낡지 않게 함부로 사용하지 않게 되고 함부로 버리지도 않게 되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버려진 물건이나 버릴 물건이 생기면 다시 업싸이클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할 생각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나 먼저”
이태성 씨(대구대 물리학과2)
요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환경오염으로 이상기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황사와 먼지 때문에 호흡기 질환을 앓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신문에서도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주요 버스 중앙차로 지점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90.8ppb~105.1ppb를 기록해 기준치의 1.7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나와 있다.
호흡기 질환을 앓고 나서‘어떻게 하면 환경오염을 줄여 나 같은 환자를 줄일 수 있을까?’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나 하나쯤이야. 뭐 어때?’는 사고에서 벗어나‘나라도 한번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하고 재활용해 만든 종이와 친환경 화장지를 사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재활용해 만든 종이와 친환경 화장지는 다른 제품보다 질이 떨어지고 더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 비싸기는 하지만 일반 종이와 화장지보다 질이 더 부드럽고 느낌이 좋았다. 앞으로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환경오염을 더 이상 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고, 일상의 폐자원을 다시 쓰임새 있는 물건으로 재활용해 보는 체험전 ‘착한 디자인 공작소’를 열렸다.
제1전시실에는‘착한 디자인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7명의 지역 시각디자이너, 공예가, 화가들이 재활용을 주제로 한 디자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병철과 손파, 임헌우 등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제2전시실에서는‘착한 디자인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업싸이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해 관람객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계명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업싸이클 제품들도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제3전시실에는‘착한 디자인을 즐기고 느끼다’라는 주제로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한 디자인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전시를 보고 나온 윤혜정 씨(계명대 경영3)는“업싸이클 제품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독특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보러왔다. 독특하고 참신한 업싸이클 제품이 있어 신기했고 한 번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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