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지금, 구조조정 붐?
대학가는 지금, 구조조정 붐?
  • 여현정 기자, 이형선 기자
  • 승인 2013.05.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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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부터 전국의 대학교 또는 각 학과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교육부와 학교,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구조조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교육 정책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측에서는 학문을 연구하는 곳인 대학에 금전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고 그 판단 기준 또한 애매모호하다고 반박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교육부

“기존 대학구조개혁 틀의 성과와 문제점을 종합 분석해 새로운
모델 마련할 것”

대학교육연구소

“구조조정 계속 진행시
지방대학에 고스란히
피해갈 수도 있어”

학교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
◆학령인구 감소로 시작된‘구조조정’=대학이 구조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2018년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 사립대학의 미충원율 급증과 다수의 부실대학 출현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가‘국립대학 통·폐합’을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사립대학 퇴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2013년 까지 총 71개 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이 됐으며, 이 중 27개 대학은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각 학교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아?=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일고 있다. 지난 2011년 추계예술대학교와 상명대학교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선정기준의 객관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두 학교는 재정과 학사운영에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음에도 정원의 50%이상을 예술계열이 차지하고 있다는 데에서 부실대학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술계통의 학생들은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취업률 부분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에서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등을 선정해 구조조정을 강제했다. 사립대의 경우에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15%선정한 후 부실하다고 생각되는 학교를 순차적으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 대학퇴출의 순서를 밟아왔다. 그러나 각각의 특성을 가진 대학들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계획 없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우려에 따라 기계적인 대학구조조정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도 일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일방적인 시장적 규정을 가지고 대학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지방학생 두 번 죽이는 구조조정=위의 <전문대학,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학생 수 변동 현황>을 참고하면, 현재 수도권에 학생들이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02년 122개에서 2012년 117개교로 대학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는 8만8천여 명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지방대학들이 수도권으로 대학을 이전하고 있어 수도권 대학의 학생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평가 지표에 있어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각각 30%, 20%로 평가 기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에 점차 서열화 되는 과정에서 지방 소규모 대학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김 연구원은“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게 되면 지방대학에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이전 경북대나 영남대의 경우 전국 대학 순위가 비교적 높았으나, 현재 많이 낮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구조조정이 지속될 경우 지방의 무수한 인재들도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고 이는 수도권 비대화를 야기시킴으로써 지역적 불균형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학생과 대학을 위한 구조조정 이뤄져야=올해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아직 교육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 측은 5월 “기존 대학구조개혁 틀의 성과와 문제점을 종합·분석 하여 새로운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공약으로 지역·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대학 평가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대학평가 시 정량지표 외에 교육의 질과 개별대학의 특성을 반영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정부가 추진하는‘지방대학 육성’정책도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며“취업중심의 학교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조조정의 추진은 정부의 몫이나 구조조정의 대상은 대학이며, 학생이고 교수, 교직원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수, 교직원에게로 갈 수밖에 없다. 1996년 당시 대학설립 준칙주의의 도입으로 대학설립자유화가 이뤄지자 신설대학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와 대비되는‘구조조정’정책을 내놨으며, 그 후 퇴출 대학에 대해 정부와 사학운영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는 대학에 소속됐던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다. 교육부는“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대학구조개혁 추진과 구조개혁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구조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추진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대학 내부 구조조정
대학 내부적으로도 역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는 입학 경쟁률이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 또는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 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전국적으로 학과개편 이뤄져=최근 중앙대는‘아시아민속학부 비교민속학과’를 폐과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수요가 적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민속학부 신입생 100명 중 4명만이 비교민속학과 입학을 선택했다. 또한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를 같은 이유로 구조조정 명단에 올렸다. 충남대, 부산외대, 대전대 등 지방 대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교들은 신입생 정원 감축, 학과 폐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우리 대학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석균 총장의 운영계획서에 따르면 경영학부가 상경대로부터 분리돼 하나의 단과 대학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용호 경영학부 학부장은“경영학부가 대학을 선도하는 학부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생각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는 뜻을 밝혔다.
◆‘적자생존’비판 받기도=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2013년 대학 평가지표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대학 정원 감축에 따른 가산점 부여’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는“대학의 존폐 문제가 교육부의 평가에 달려있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교육부의 평가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걱정을 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학 운영을 사회적 수요와 추세에 맞추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손광락 교무처장은“현재 대학 졸업생 숫자는 많은데 사회적 수요는 그렇지 못하다”며“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고 했다. 또한 교육부 측에서는“학사관리 및 경영실태가 취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자율전공학부 잇따른 폐지=자율전공학부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학부이다. 전국 대학교의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의 대부분이 2학년 때 취업률이 높은 상경대로 진학하는 등 1학년 때의 기초교육을 바탕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한다는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중앙대는 2010년, 성균관대는 2011년 자율전공학부 폐지 후 학부 명칭을 변경했고, 연세대와 한국외대 역시 2014년 자율전공학부를 폐지할 계획이다. 우리 대학교 자율전공학부 역시 올해 510명의 신입생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신입생 수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손 교무처장은“우리 대학교의 자율전공학부 학생 수는 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많은 인원이다”며“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 이러한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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