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영화치료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영화치료
  • 신동엽 기자
  • 승인 2013.05.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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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세상을 보는 거울’이라면 영화치료는‘영혼에 놓는 주사’라고 한다. 이는 미디어 심리학자 스튜어트 피쇼프(Stuart Fischoff)의 말이다. 이처럼 영화가 국적과 시공을 초월해 만국의 사람에게 보여줄 수 &

영화로 치료를?
영화치료의 사전 준비과정에서 치유적 영화 관람과 함께 가장 필수적인 것은‘영화 목록집’을 입수하는 것이다. 영화 목록집은 영화치료의 기본서로 치료용 영화의 선택을 빠르고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를 활용한 상담이 시작되면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내담자의 문제를 사전에 탐색하고 내담자의 상태를 다각도에서 평가하는 것은 어떤 치료적 개입에서든 치료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이다. 영화치료에서 영화의 선정은 반드시 내담자와 그 가족의 취미와 관심, 그리고 치료의 목적을 고려하여 이뤄져야 한다.

2단계: 내담자의 상황과 심리를 고려한 적합한 영화가 선택되고 나면 치료자는 그것을 내담자에게 권한다. 그러나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영화를 권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영화를 봐야 하며 내담자에게 영화를 권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영화를 봐야 하며 내담자에게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영화를 봐야 할지 결정한다.

3단계: 영화를 과제로 부여할 때, 치료자는‘제안’을 하기보다 반드시‘처방’을 해야 한다. 지시는 분명하게 내담자의 말로 전달돼야 하고, 왜 그 영화를 선정했는지 등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곁들여야 한다.
영화를 보는 횟수와 언제 영화치료를 처방할 것인가는 치료적 상황과 치료자의 치료 스타일에 따라 결정된다.
단순히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것은 영화치료라 할 수 없다. 내담자가 영화를 보고 난 후 가능한 한 빨리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에 대해 논의한 후 캐릭터나 내담자와의 문제와 연관 지어 논의해야 한다. 내담자의 보고와 함께 영화치료의 논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질문예시>
1. 영화 속에서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는가? 
2. 만약 당신이 스크린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3. 영화 속의 주인공이나 당신이 선택한 사람과 비슷한 인물이 이 집단에 있는가?
4. 주인공이나 당신이 선택한 사람에게 말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만약 그들이 말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것 같은가?
5. 당신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했나 혹은 싫어했나?
6.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고른다면?
7. 캐릭터의 생각이나 느낌은 무엇인 것 같은가?
8. 캐릭터는 자신의 문제를 무엇으로 보고 있나?

영화치료는 아무리 길어도 2시간이면 관람이 충분하고, 문자 해독력이 약하거나 지능이 낮은 환자나 아동 청소년들도 접근하기 쉽다. 독서치료보다 시간이 절약되고,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있어 매체에 접근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영화치료는 대중들에게 공통적인 영상 문자를 매개로 하므로 외국서적이 번역되면서 생기는 문화적 이질감의 문제 또한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다른 어떤 형태의 예술보다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강하고, 청각과 시각, 문자언어 모두를 동원하므로 수용자의 지각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장점이 있다.
심영섭 교수가 말하는“힐링 시네마”
심영섭 상담심리학 교수(대구 사이버 대학교)는 힐링 시네마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치유해 주는 영화를 치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종류별로 나누고, 일반 대중에게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심 교수가 내세우는 힐링 시네마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관객에게‘고차원적인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영화=정의, 윤리, 도덕의식, 시민정신, 창의성 같은 관객 내면에 있는 긍정적인 심리적 자원을 가진 자아를 발견하게 하고 이러한 자아를 활용하여 좀 더 나은 도덕적 결단을 내리게 하는 영화
예)『워터 프론트(on the Waterfront)』(1954),『라따뚜이(Ratatouille)』(2007), 『호텔 르완다(Hotel Rwanda)』(2004)
◆관객에게‘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깨닫게 하는 영화=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를 질문하고 그것에 적절한 개인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영화
예)『밀양』(2007),『시』(2010),『아들』(2007)
◆관객에게‘문제 해결력’을 깨닫게 하는 영화=문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을 통해 좀 더 융통성 있고 기발한 틀에 갇히지 않는 문제 해결력을 기르게 하는 영화
예)『터미널(The Terminal)』(2004), 『캐스트 어웨이(Cast Away)』(2000)
◆관객에게‘위로와 심리적 위안’을 주는 영화=영화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를 상기하게 하고, 주인공의 상실과 슬픔을 통해 심리적 위로와 정서적 승화를 얻는 영화
『애자』(2009),『러브레터(Love Letter)』(1995),『미스 리틀 션샤인(Little Middle Sunshine)』(2006)
이러한 치유적 영화를 관람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감동을 했다’,‘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몇 번이고 관람했다’,‘가까운 사람에게 영화를 추천하거나 같이 보러 갔다’등의 표현을 하게 된다.
※심 교수가 권하는“영화치료 이렇게 하라” 
1. 극장보다는 DVD로=치유적인 목적으로 영화를 볼 때는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보다는 집에서 DVD를 시청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DVD로 보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특정 장면에서 화면을 멈추고 노트에 기록하거나 파트너와 논의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영화를 추천할 때 비용 측면에서도 DVD가 효과적이다.
2. 진행 중인 상담의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골라라=슬픈 영화는 상담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좀 더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든다. 눈물을 자극하는 영화는 감정의 정화에 신속하게 작용할 수 있다.
웃음을 주는 영화는 심각한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내담자의 의식에 주의를 끌어 현실로 돌아오기 쉽게 만든다. 지금 '상담은 어떤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가?',   '상담을 할 때에는 분위기나 내담자의 정서에 맞추기 위해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
3. 효과적인 역할 모델이 나오는 영화를 선택하라=역할 모델은 사실상 매력도, 전문성, 진솔함 등 여러 측면을 보여 줄 수 있다. 또한 역할 모델이 내담자에게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내담자들이 그 캐릭터가 과거에 해 왔던 것이나 지금 하고 있는 것 또는 미래에 할 것에 대해 자신들을 투사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4. 영화 수첩을 만들어라=영화의 내용은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일지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영화치료자는 영화 관람에서 이루어지는 내적인 통찰과 질문을 영화 수첩을 만들어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치 늘 참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간편한 수첩처럼 영화 수첩은 후에 영화치료에서 치유적 영화를 선택하거나 영화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아주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다.
※영화 수첩 만들 때 주의 사항
원한다면 기록해 가며 영화를 본다.
통찰이 이루어지면 영화 관람을 중단한다. 그 영화가 당신의 상황과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생각해 본다. 
중요한 장면은 반복해서 본다.
당신의 파트너와 영화를 보게 된다면 끝나고 나서 중요한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 잠깐 멈추고 그 장면을 적어 넣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인물뿐 아니라 싫어하는 인물에게도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해 적어둔다.
영화가 끝나면 치료에서 논하고 싶은 주요 요점을 기록해 둔다.
영화치료 Q&A
Q1. 영화 치료는 주로 부부 상담이나 청소년 집단 상담 등에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예술치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영화 치료로만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A: 영화치료는 상담에 영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통칭합니다. 영화치료는 특히 정서적 인식과 표현을 하는데 효과가 가장 크고, 인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 시켜 바라보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Q2. 영화 치료를 하면 신체의 어느 부분에 가장 영향을 주나요?
A: 영화를 보면서 흘리는 눈물은 양파를 자르면서 흘리는 눈물과 성분이 다릅니다. 스트레스 저항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뇌죠. 시각 자극과 청각 자극이 입력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전두엽까지 다양한 뇌의 영역이 자극이 됩니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면 정화 작용을 하게 되고 이때 흔히 말하는 감동적이다 후련하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Q3. 영화를 보면 기승전결이 뚜렷한데요…특별히 치료에 도움되는 부분(예-절정이나 결말)이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클립으로 보던 전편으로 보던 영화치료를 하는 목적에 따라 영화가 쓰이는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영화가 모호할수록 내담자는 투사를 많이 해서 자신의 내면을 영화에 많이 투영하는 편이고요. 영화가 분명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할수록 영화 주인공에게 더 동일시하게 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통찰하거나 감정적인 인식이 커집니다.
심영섭 교수(대구사이버대학교)
힐링 시네마와 함께 하는 영화치료
영화 평론가도 가끔은 영화를 보면서 운다. 라스 폰 트리예 감독의『어둠속의 댄서』를 볼 때였다. 그 영화를 보던 당시에 나도 아이를 하나 데리고 혼자 사는 그야말로 영화 속의 주인공과 똑같은 처지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폐부에서 솟아올라오는 우툴두툴한 목소리로 통곡같은 노래들을 쏟아내는 주인공을 그대로 사형대에 매단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미웠고 그녀의 운명이 가여웠다.
영화 평론가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는 서른 번 이상 보기도 한다. 나는 한 때 치료라는 것이 혹은 치료자라는 사람이 바이올린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팽팽히 조여진 신경을 가지고 끊어지기 직전에 상담실 문 앞에 나타난 바이올린 줄 같은 내담자를 보며 그저 그 줄을 얹어 놓을 수 있는 편한 턱받이가 있는 바이올린이 될 수 있다면. 영화란 그 바이올린 줄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한 송진이나 혹은 영혼에 놓는 주사이다. 수잔 손탁의 말처럼 어떤 의미에서 모든 진실은 피상적이다. 전부가 아닌 약간의 진실 왜곡, 전부가 아닌 약간의 광기, 전부가 아닌 약간의 불온함, 생에 대한 전부가 아닌 약간의 거부. 그리고 영화보기와 상담은 바로 전부가 아닌 약간의 인생 체험. 어쩌면 이제까지 영화가 인간에게 제공했던 그 많은 유혹과 마약에 가까웠던 최면 중, 가장 선한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영화 치료, 암 쯤이야
우체국장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대중강의를 통해 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현재는 영화치료 강사를 하고 있는 이승수입니다.
저는 2004년 10월에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굴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암과 정면 대결하기로 해 결정한 것이 바로‘영화치료’입니다. 본격적인 영화를 치료를 하면서 영화를 통해서 잃어버린 나(전에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잊었던 나(무의식에 침잠해 버린 나의 이상향)와 튀고 싶은 나(비전 구현)를 발견 하게 됐습니다. 특히 통찰, 카타르시스, 승화 등 영화를 통한 엘리베이션(elevation)효과는 생각보다 많고 심리치료 효과도 아주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는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고 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심연에 침잠할 수 있으며, 수많은 모델링을 통해서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면 공부하는데, 또 사회생활 하는데 충분한 역동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승수가 추천하는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훈훈함『패치 아담스』(1999)
영화 시작과 동시 주인공‘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암스 분)의 조곤조곤한 독백이 자막에 깔린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소회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특히 마지막 구절에 매료되어 몇 번이고 되돌려서 봤다.
“시인 단테가 말했듯이, 내가 어두운 숲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바른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언젠가 제 길을 찾겠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그 길을 찾았다.”
정신병원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것이 가당한가? 역설적인 주장에 궁금증이 더 커졌다.
확신에 찬 그의 발길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폭풍은 모두 내 마음에 있다”고 말하는 그를 따라가 보자. 웃음치료의 신호탄이 된 영화라고 해서 테이크 하나하나에 집중했더니 좋은 생각이 여러 번 떠올랐다.
영화 평론가 이승수 씨(현 전북 진안우체국장)
참고문헌: 영화치료의 이론과 실제(심영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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