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에게 배우는 교훈
피스토리우스에게 배우는 교훈
  • 영대신문사
  • 승인 2013.03.27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발렌타인 데이에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사건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로 갈려진 나라의 자존심을 스포츠로서 회복하려했던 남아공 국민들이었던 만큼. 그런데 그 충격파는 피스토리우스의 나라 남아공을 넘어서 전 세계에 퍼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를 이기고 빼어난 스프린터가 된 인간 승리의 이야기는 수능 대비 영어 독해 문제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유명세를 탔다.
피스토리우의 살인은 빠르게 수사되었고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외신은 이 재판이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말은 피스토리우스 충격파가 그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남아공 언론이 우려하는 또 한 가지는 흑백 차별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남아공에서 피스토리우스 재판에 인종적 편견과 분노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가족 차원에서 본다면 이 사건은 악마가 아름답고 사랑스런 딸을 앗아가 버린 비극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 사건은 분노 통제의 실패가 낳은 참사이다.
극단적인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이웃 사람들을 살해하는 잔인한 일이 우리나라에도 생기고 있다. 분노 통제의 실패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일어날 때도 이렇게 참혹한데 만일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일어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최근 내외신은 북한이 미국과 우리나라를 선제 핵공격 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크게 보도하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2002년에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면서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였는데 이번에 북한이 복수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선제공격에 우리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평화적 통일을 하겠다고 헌법에 명시한 우리에게 통일의 파트너이자 동포인 북한이 핵으로 선제공격하겠다고 하니 참 슬프고 어이없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연합으로 벌이는 키리졸브 훈련이 공격용이기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거론했다고 정당화하는 모양인데, 그 속내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제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중국도 동참하는 데 대한 섭섭함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배신감을 느꼈다고 해도 그렇지 같은 민족 머리 위로 핵폭탄을 쏘겠다고 한 것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그런데 북한을 향한 우리 군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하면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지휘부는 군대 사령부를 넘어서서 정권 수뇌부까지 의미하기 때문에 이 선언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결정하였고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남북간 불가침 합의 전면 무효를 선언하였다. 평화 통일을 이루고 공존 공생해야 할 한 민족끼리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남북간 전쟁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 학교 안에서만 생각해보자. 우선 군대를 다녀온 모든 남학생들이 즉시 전선으로 달려 나간다. 다음은 젊은 교직원들이 교정에서 사라지고 이어서 학군단과 군사학과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다. 남아있는 남학생들도 이내 전선으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무사할 수 있을까? 최첨단 살상 무기와 생화학 무기 심지어 핵무기까지 사용될 전쟁터에서. 비록 전쟁터에 나가지 않았다고 하여 그렇게 넓지도 않은 한반도에서 과연 누가 무사할 수 있을까? 최첨단 살상 무기와 생화학 무기 심지어 핵무기가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릴 땅에서.
분노를 통제해야 한다. 극단적인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극단적인 행동은 결연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 모두를 죽이는 결연함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극단을 피해야 함께 살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