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워요"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워요"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3.03.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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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는 날이다. 열심히 준비는 해왔지만 자신이 없다.
왠지 실수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목소리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떨려온다.
나를 보는 사람도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뛰쳐나가고만 싶은 심정이다…
이는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불가피하게 나서야하는 상황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특히 대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더 빈번하게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낯선 사람 앞에 서면 손에 땀이 난다거나 목소리가 떨리고 눈을 마주치는 것을 회피하는 등의 증상은 정상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지만, 사회공포증(사회불안장애)이라는 정신질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불안장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회불안장애란?=흔히 대인기피증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는 사회불안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여러 사회적 상황 및 대인관계를 두려워해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불안장애는 뇌의 일부분이 지나치게 활동을 해서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과장된 공포반응을 일으킨다.
사회불안장애에 대해 정봉교 교수(심리학과)는“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시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현주 교수(심리학과)는“‘회피’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당장은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후 그 상황에 대한 잘못된 지각을 하기 때문에 회피를 하면 할수록 불안은 더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회불안장애는 20%의 사람들이 경험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신질환이지만 사회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증상이 정신질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하고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불안장애는 점차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위축과 무력감을 준다.
사회불안장애는 특히 정신적으로 취약한 시기나 사춘기에 많이 발병하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경산정신과의원 김시열 전문의는“생물학적인 사춘기부터 사회적인 사춘기(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형성한 때)까지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회불안장애라고 하면 대체로 수줍어하거나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수줍음이나 내성적인 성격은 성격적 특성일 뿐, 사회불안장애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수줍음과 사회불안장애의 경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 교수는“본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적 고통을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고 했다. 또한 조 교수는“정상적으로 수줍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나 사회불안장애는 과잉각성 증상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받고 점차 회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고 있는 사회불안장애, 원인은?=불안장애를 비롯하여 사회불안장애가 현대에 갑자기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해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사회적인 관계에 있어서 스스로 단절을 자처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문의는“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축적된 것이다. 발병원인은 생물적 요인과 환경적인 문제 그리고 개인 경험적인 문제로 구분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고 형제, 자매의 교류가 없어지는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립되는 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진 것이 그 이유다”며“사회적으로 학업만능주의가 팽배하다보니 대인관계보다는 학업에 치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영향을 주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조 교수는“현대사회가 경쟁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의 지나친 경쟁구도 속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이들에게 자주 발병한다. 또 다른 이유로 경산정신의학과 김시열 전문의는 유교적인 문제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어른과 자녀관계 질서가 있는 곳일수록 불안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정 교수는“성장기 때 불안정한 애착을 경험하게 되면 사회불안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데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발생하거나 완벽함을 추구해 느껴지는 자신에 대한 불만족 등이 있다.
◆치료는 어떻게?=치료 및 호전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작은 것부터 실천하라”며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어떤 특정장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앞뒤사람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시도해 접촉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 교수는 “인간은 습관대로 움직이려는 특성 때문에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받아들이고 혼자서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사회불안장애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방법을 통한 정신치료가 있다. 조 교수는“인지행동치료는 생리적으로 과잉각성이 되는 부분들을 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불안을 촉진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며“그 상황에 대해 직면할 수 있도록 이완, 타당화, 노출 단계로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증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해 삶의 의욕을 잃게 해 자살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더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인지행동치료나 명상,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본지에서는 이틀 동안 우리 대학교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사회불안장애’에 대한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자가진단테스트’와‘증상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사회불안장애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얘기해볼 의사가 있습니까?’에 대한 내용으로 사회불안장애에 대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 자가진단테스트 응답자 중 42명의 학생들이 5개 이상의 문항에‘예’라고 답했으며 이중 11명의 학생들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7개 이상 문항에‘예’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테스트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이것은 나와 있는 척도인데 3~4개 정도만 돼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5개 이상은 장애가 있다고 보고 8개 이상이라면 아주 심한 정도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김 전문의는“7개 이상이라면 사회불안장애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이 ‘사회불안장애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얘기해볼 의사가 있나’는 물음에 대체로 학생들은‘있다’가 42명, 상담 받을 의향이‘없다’가 134명, 미응답 24명으로 대체로 상담 받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로는‘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전문가와 상담하기에는 부담스럽다’,‘전문가보다는 지인에게 털어놓고 싶다’,‘진료기록이 남을 것 같아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치료를 계속해서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만성이 진행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김 전문의는“우울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치료를 요한다”며“병원진료기록으로 불이익을 받을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조 교수는“전문가의 상담을 받지 않고 혼자서는 고치기 어렵다. 병원에 가기 꺼려질 경우 학생상담센터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봤으면 한다”고 권장했다.
자가진단 테스트에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필요할 것으로 보인 학생들 중 대부분이‘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며‘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을 의향이 없다’라고 답해 아직까지도 정신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외국은 정신과 상담이 자연스러운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갖가지 편견으로 인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게 비춰지고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는 것처럼 마음의 병도 치료할 줄 아는 현명한 현대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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