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君臣臣父父子子한 대학
君君臣臣父父子子한 대학
  • 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김상수
  • 승인 2013.03.1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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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진남북조시대 명문가의 자손인 盧杞(734~785)는 괴이한 외모에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지만, 쇠도 녹이는 말솜씨로 당시 황제 덕종을 사로잡았다. 덕종은 후에 온갖 죄상이 드러나 유배되어 죽은 노기를 4년 동안이나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할 정도로 그에게 푹 빠졌다. 노기는 권력자를 철두철미하게 속여 끝까지 자신의 간행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든 완벽에 가까운 간신의 전형이었다. 그만큼 간신은 그 능력에서 충신에 버금 갈 정도이지만 그 충성심이 지향하는 바가 권력자와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 나라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황제가 이를 분별해 내었다면 희대의 간신이 자랄 토양을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사에서 간신은 항상 충신이 사라진 후에야 간행이 드러나서 제거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권위주의는 커뮤니케이션과 상극의 관계이다. 부인의 바람을 가장 늦게 아는 것이 남편이고,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제일 모르는 사람이 사장이라는 속설이 있다. 본인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그의 위치와 권위가 정보의 단절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에 찬 큰 목소리, 강렬한 눈빛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는 상대를 기죽게 하는 대신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을 겪게 된다. 그래서, 리더가 있는 자리의 대화와 리더가 없는 자리의 대화 내용과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권위주의, 일방주의를 제거해야만 한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옛 것은 모두 잘못됐다? 비록 새로운 시각에서 시작할 때 잘못된 것으로 보여도 옛 것의 존재는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던 것이다. 창조적 파괴는 그 대안을 갖고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능력과 기존 지식의 습득없이 창조는 나올 수가 없다. 추사체가 천재의 예술적인 감각으로만 나온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수많은 모사와 임서(臨書)를 통하여 당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친 후에서야 기존의 서체와 서법을 모두 뛰어넘은 독창적인 추사체가 탄생하였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 않던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학의 격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가까운 사례로만 보아도 5공 시대와 6공 초창기, 그리고 최근의 떡검 X-file 사건 등만 보더라도 지나친 권력의 집중은 사회의 일반 통념을 왜곡시키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권력의 집중은 그들만의 리그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일방주의, 상명하달식으로 조직을 관료화시킨다.
제14대 노석균 총장 체제가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이 생활하는 작은 우주라고 한다. 총장의 성공적인 직무 수행과 구성원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 소우주의 soft infra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몇가지 조언드린다. 첫째, 인재는 능력과 의지, 그리고 인품을 보고 발탁하여야 한다. 능력만 뛰어나고 인품이 떨어지거나, 인품만 좋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굳이 슘페터가 예시한 열린 마음, 리더십, 통찰력 등 ‘엘리트적 자질’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둘째, 특권의식과 권위주의를 제거하여 하의상달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위자들이 下放하는 자세로 많이 듣고, 말은 줄여야 한다. 老子가 이르길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셋째, 구성원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먼저 제도 차원에서라도 차별적인 조항은 솔선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교의 직제 규정에서 본부의 처장과 부속기관장은 대부분 교원만 보임토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교원들에게 본연의 업무인 교육, 연구 이외에 대학의 모든 행정 권한까지 독점되어 있는 구조여서 사실상 견제와 균형을 추구할 수 없음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뛰어난 행정능력을 지닌 교원도 있지만 행정은 본시 직원들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4년의 시간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보여주기식 제도의 변화나 단기적 실적에 매달리기 보다는 구성원의 화합과 소통을 바탕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않는 지속가능한 내적 인프라의 구축이 우선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君君臣臣父父子子한 희망찬 영남대학교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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