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알바 늘어난 대학생들
'생계형'알바 늘어난 대학생들
  • 정은송 문화부장
  • 승인 2013.03.10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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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와 학자금 때문에 이중고…마땅한 거주지 없어 PC방․찜질방으로
대학생 10명 중 6명이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생계형’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올 한해 경제적 형편이 작년에 비해 어땠습니까?’라는 질문에‘더 어려워졌다’(60.4%)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대한민국 아르바이트 대표사이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 결과로, 전국 대학생 남녀 1천924명의 대학생이 대답한 결과이다. 학생들에게‘내년에 올해보다 아르바이트를 더 많이 할 예정입니까?’라고 묻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올해보다 더 많이 할 예정이다’(52.2%)라고 응답했다. 무엇이 대학생들을 주경야경(晝耕夜耕)하게 만든 것일까.
대학생들의 작년 한 달 평균 용돈과 생활비는 44.8만 원으로 지출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한 부분은‘식비’이다. 대학생들의 용돈 지출이 늘어났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비싸진 물가’(32.9%)가 1위를 차지했고, 2위로는‘취업준비, 학원수강 등 교육비 지출’(13.9%)이었다. 현재 대학생들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용돈지출이 늘어났으며,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식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엥겔지수는 총 가계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엥겔지수에 따르면 저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일반적으로 소득의 차이가 크더라도 식료품비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소득 가계일수록 엥겔지수가 낮아진다. 즉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문화생활도 더 즐기고 질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물질적인 풍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엥겔지수가 0.5 이상이면 후진국, 0.3~0.5이면 개발도상국, 0.3 이하이면 선진국이다. 엥겔지수로 따져보면 우리 대학생들의 가계 지출 수준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수준이다.‘건축학개론’과 같은 대학생활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대학교에 들어왔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작년 대학생 하루 평균 데이트 비용은 4만5천 원이다. 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올해 최저시급인 4천860원으로 나누면 9.6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데이트 한 번 하려고 하루나 이틀간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업 공부와 스펙 쌓기,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하려면 그야말로 연애는‘사치’가 되고 만다. 요즘 소셜 네트워크에‘대문으로 가난이 찾아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는 박명수 어록이 유행하는 것을 그냥 웃어넘기기에 현실이 씁쓸하다.
한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2%로 OECD국가 중 최고수준(국가별 대학 진학률 비교, 2011)이다. 이는 미국(60~70%), 일본(50%), 유럽 선진국(40~5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대학교 4년을 졸업하고 나면 생활이 좀 편해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 2월 졸업 예정자 10명 중 6명꼴로 빚을 가지고 있었다. 빚을 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학교 등록금’(92%·복수응답 가능) 때문이다. 다음으로‘생활비’가 44.8%,‘주거비’가 9.4%를 차지했다(취업포털 사람인, 2013). 그리고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자 중 13.7%가 자신의 주거지가 아닌 불안정한 주거지로 찜질방이나 PC방, 고시원에서‘준 노숙인’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밝혀졌다(빈곤문제연구소 조사 결과, 2009).‘밑 새는 독’에 돈을 부으며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독립과 내 집 마련은 생활비조차 해결하기 힘든 대학생들에게는 너무 먼 문제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정년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국민연금 받는 시기는 늦어질 전망이다. 그렇기에 노후자금은 미리 준비해야 하고 예전보다 씀씀이가 큰 대학생들의 소비성향은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또한 금융 컨설턴트는 노후 자금을 위해 퇴직 후에도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너무 무거운 짐을 안겨준 것은 아닐까. 그래도 작년 대비 올해 대학생 대출 잔액이 반으로 줄었다. 이는 국가장학금 규모 확대와 선발기준이 낮아진 것 때문이라고 보인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학생들의 무거운 어깨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 정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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