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 박진규(정치외교학 석사 4기)
  • 승인 2012.11.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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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씩이나 고민 끝에 정한「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라는 타이틀은 사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노래의 제목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그 제목을 내세운 것은 노랫말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내겐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 그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길…”이라는 노랫말이 칼럼을 쓸 때마다 가지게 되는 필자의 마음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 노랫말을 그대로 빌린다면,“내겐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 학우들에게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길…”바랐다. 칼럼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바로잡혀져, 언제 그랬냐는 듯‘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무색했다. 진심 어린 비판이 중앙도서관을 향하더라도, 총학생회를 향하더라도 당사자들은 결코 변함이 없었다. 중앙도서관은 학생들의 수요는 철저히 무시한 채 시험기간 운영시간 단축에 나섰고, 주말에는 도서관 입구에 자물쇠를 채우기에 이르면서 학생들과 더욱 멀어졌다. 총학생회는 본분을 망각한 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화답했을 뿐 아니라, 사람을 보내 필자에 대해 수소문하고 끝내는 연구실을 찾아와 거친 언행을 하며 필자와 함께 공부하는 이들의 공부를 방해하기에 이르렀다.‘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되길 바랐던 문제들은 오히려 더해지고, 필자가 외치던‘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만 진짜‘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된 셈이다.
글을 쓰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학우들이었다. 특히 최근 메이저은행에 입사한 친구 D보다는 원서를 낼 때마다 떨어지는 동기 Y를 먼저 떠올렸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학교에서 공부만 할 수 있는 후배 B보다는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학교에 왔다가 저녁이면 일터로 향해야 하는 후배 M을 먼저 떠올렸다. 특별히 그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필자가 아는 한 가장 평범한 학생들이었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려 늘 애쓴 것이다.
그러나 학우들의 편에서 외치려 한 혼잣말 뒤에 오는 것은 늘 허공뿐이었다. 학우들은 대부분의 경우 침묵했다. 필자가 비판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침묵했고, 그 대상을 비판하는 필자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필자의 비판이 부당하다며 욕설이라도 해줬더라면 오히려 기쁜 일이었을 텐데, 비판의 당사자들만이 비웃음과 함께 험한 말을 해댔다.
만약 우리 캠퍼스가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우리 세상이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표현해야 한다. 적어도 꿈틀대기라도 해야 한다. 도서관 개관시간이 부당하다면, 도서관 사물함이 부족하다면,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데에 동의한다면 반응이 필요하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다음 한 해가 왔을 때에는 보다 많은 의견이 이 지면을 비롯해 캠퍼스 곳곳을 오가길 희망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문제라고 느끼는 일들이‘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릭 홉스봄의 명문처럼,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권에 나선 한 후보는“10년 후에 자신이 쓴 글을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늘 그 말을 되새겼으나, 이제 겨우 10개월 남짓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흠들이 눈에 띤다. 때론 필자의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에서 비롯된 문제제기와 거센 비판이 독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거나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했으리라. 그들 모두에게 너그러운 이해를 청하고 싶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좋은 기회를 선뜻 내주고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글 때문에 마음 졸였을 박준범 편집국장과 편집국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솔직히 밝힌다면, 영대신문은 여전히 모자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신문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 모자람이 오히려 기대를 더하게 한다. 특히 지난 1년 간 보여준 영대신문의 모습은 큰 박수가 필요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헌사가 허락된다면, 영대신문과 필자의 글을 매번 챙기고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않으신 통일문제연구소 권무혁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분명 꼭 한 명은 있을지 모를, 이 칼럼을 격주마다 기다려준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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