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힐링, 도시농업 매력 속으로
도시의 힐링, 도시농업 매력 속으로
  • 신동엽 준기자
  • 승인 2012.11.14 2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도시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녹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도심 속에서 식물을 기르기 위해 집 베란다나 회사 옥상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생겼다. 바로 도시농업인들이다. 이처럼 도시농업을 통해 빈 공간을 녹색 식물로 채워나가고 있다. 또한 가족과 동료가 함께 농작물을 생산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을 만나보고 재미있는 주말농장 체험기도 살펴보자.
도시농업의 종류에는 주말농장, 옥상텃밭, 상자텃밭, 베란다원예 등이 있다. 도시농업은 다양한 농사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느끼는 인간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여가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자연 속의 활동은 인간의 몸과 마음,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삶의 가치를 창조한다.

 

◆도시농업에서 찾은‘새 삶’=직장을 은퇴하고 귀농 5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허승웅 씨는 도시농업의 일종인 사과수확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허 씨는“도시농업은 노인 일자리 측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하고 도시 생활만으로는 삶이 윤택하지 못하니 도시인과 농민의 교감대가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집 앞 텃밭을 가꾸고 있는 김정숙 씨는“도시농업을 하면서 맡은 흙냄새는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찾아가는 농부 수업‘레알텃밭학교’=2010년 고려대에서 시작한 레알텃밭학교가 이화여대, 연세대, 서울대까지 이어졌다. 한 학교에서 한 학기씩 텃밭 강좌를 하는 운영진은 10명이고, 주 1회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직접 도와주는 방식이다. 수강생은 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하다. 고려대 텃밭을 뒤이은 이화여대 텃밭‘스푼걸스’의 이름은 숟가락으로 흙을 파 콩을 심는 모습에서 유래됐다. 유지현 씨(이화여대 경제1)는“본교 학생들에게 녹차 푸딩을 만들어주고 남은 잉여 생산물들은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며 뜻 깊은 대학생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도시농업으로 찾은‘녹지’=지구온난화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면서 인간은 기후변화에 민감해졌다. 특히 과밀화된 도시는 아스팔트와 건물 벽에 포위돼 있는 열섬현상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개발에 의해 녹지는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던 농지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늦었지만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도시농업’을 택했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녹지를 높여주는 대안이고, 공원과 옥상녹지 어느 곳이든 경작이 가능하다. 도시농업을 통한 녹지는 생산과 여가, 그리고 교류의 장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생명의 교육이며 먹거리 교육에 있어 몸으로 체득하는 활동이 된다.
대구는 250만 명 인구 중 10%인 25만 명 정도가 도시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대구시는 작년부터 동대구역 일대를 다랭이 논(계곡이나 구릉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계단식의 작은 논)으로 가꿔‘도시농업’을 시작했다. 벼는 일반 화초보다 산소방출량이 많아 여름에 대구의 높은 온도를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있어 다랭이 논으로 생태와 기후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로컬푸드(local food)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하는데,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먹거리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농민과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에 불어온 로컬푸드 바람=캠퍼스 텃밭이 떠오르면서 로컬푸드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이화여대 텃밭‘스푼걸스’로 활동하고 있는 오혜미 씨(이화여대 광고홍보4)는“우리 대학교 캠퍼스와 타 대학교 캠퍼스에서 재배된 배추로 지난 겨울에 김장을 해서 먹었는데 스스로 작물을 재배했다는 점이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학교 텃밭‘씨앗들’로 활동 중인 박지아 씨(고려대학교 한국사학4)는“작년 가을 연세대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배추 전을 구워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며 지난날 추억을 상기하기도 했다.
회사나 아파트, 빌딩 옥상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작물을 재배해서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한 정현희 씨(정치외교학과 12졸)는“회사 옥상텃밭을 이용하여 재배된 감자, 땅콩 고추, 피망을 먹은 적이 있는데 직접 키웠다는 점에서 믿음직스럽고 맛있었다”라고 말했다.
보통 농산물이 식탁 위까지 오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연료가 소모되지만, 로컬푸드 운동을 시행하면 농산물 거래 시간과 연료 소비가 단축돼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컬푸드, 지역경제도 살려=또한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용선 교수(원예생명과학과)에 의하면“가격 면에서나 신선도를 따져 봤을 때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로컬푸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땅이 좁으면 근교 농작물 토지에서 평당 나오는 수확량과 그 토지를 건축물로 활용했을 때와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로컬푸드 운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대구농업기술센터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도심형 발광다이오드(LED) 식물공장인 플랜트스퀘어(plant square)가 준공됐다. 대구농업기술센터 신진만 팀장은“LED 식물공장 준공은 미래 신 성장을 육성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전 10시, 주말농장체험 집합 장소인 대구농업기술센터(동구 방촌동 소재)에 도착했다. 대구농업기술센터 내 마련된 간이 다랭이 논에는 직원들이 벼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3층 회의실에서 주말 농장 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버스에 탑승했다.
사과수확체험을 할 때에는 사과 10개가 들어갈 정도의 망태기를 줬다. 사과 농원 주인인 허승웅 씨는 사과를 수확할 때 지켜야 할 것과 사과 수확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허 씨는“꼭지가 빠지지 않도록 따는 것이 잘 따는 것이고 빨간 사과는 맛이 없다”고 하셨지만 첫 사과 수확에서 꼭지가 빠져버린 사과를 따 적잖은 실망을 했다.
사과수확체험을 마치고 본격적인 농촌 체험을 위해 해안마을 테마농원으로 이동했다. 먼저‘인절미 만들기’를 위해 먼저 떡매치기를 했다. 나무로 된 큰 방망이로 반죽을 쳤는데‘이것쯤이야’생각했던 것과 달리 떡과 방망이가 찰싹찰싹 들러붙지 않아 곤혹을 치렀다. 반죽이 무사히 끝나고 콩고물을 묻혀 먹음직스럽게 잘랐다. 그 맛은 시장에서 사먹는 맛과 차원이 달랐다. 
금강산 식후경도 해결했으니 테마농원 주인인 최재규 씨가 좋은 것(?)을 보여 준다며 우리 앞을 앞장섰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물건이 위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처음에는‘저 이상하게 생긴 가지는 무엇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최 씨가 수세미와 표주박이라고 설명하셨다. 최 씨는“수세미는 물과 접촉하면 질긴 성질로 변하기 때문에 실제로 옛 선조들이 그릇을 씻을 때 많이 사용했다. 다양한 색을 가진 표주박은 모양에 따라 이름이 지어져 도깨비방망이박, 긴손잡이박, 열손박으로 불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에 그릇을 씻을 때 쓰던 수세미가 작물로 재배된다는 사실을 이번 체험을 통해 알게 됐다. 
멀게만 느껴졌던 도시 농업(주말농장)체험을 통해 도시농업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바쁜 도시 생활을 잠시 잊게 해줬다. 테마농원 농부 최재규 씨에 의하면 주말농장 체험은 이미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아직 홍보가 부족하다고 한다. 주말농장에 참여한 손제화 씨(북구 동변동)는“가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고 작년 봄에는 체리 체험을 했는데 감명을 받아 계속 참여하고 있다”며“농촌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구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안마을 테마농원 문의는 011-504-9706으로 하면 된다. 


◆경북대 텃밭,‘희망토’이장 서종효 씨=캠퍼스 텃밭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서종효 씨(경북대 생명공4)는 먹을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농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캠퍼스 텃밭을 시작하게 됐다. 서 씨는 캠퍼스 텃밭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태텃밭교육을 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게 하고 나아가 텃밭을 통한 환경 교육, 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다. 캠퍼스 텃밭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에 대해 서 씨는“텃밭에서 경작활동을 하다보면 지나가는 동네주민들과 교수님들과의 잡담은 세대를 뛰어넘어 자연스러운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된다”며“희망토 마을 사람들(대학생)과 함께 경작을 하면서 얻는 수확의 기쁨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경북대학교 텃밭학교 지원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캠퍼스 내 텃밭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홍보도 되고, 이제는 학생과 교수가 소통하는 장으로 변화했다. 이어 꿈에 대한 물음에 서 씨는“저개발국가에 농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농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을 형성해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대구에도 캠퍼스 텃밭처럼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을 구하는 것이 문제다. 경작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캠퍼스 텃밭 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도시농업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을 두드리는 자만이 기회가 주어지듯이 말이다.
◆대학 텃밭 1호점 고려대텃밭,‘씨앗들’=‘씨앗들’이란 캠퍼스에‘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의 줄임말로 전공, 대학, 환경과 성격까지 모두 다른 대학생 7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캠퍼스 텃밭을 경작하는 이유는 단지‘재미’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파머스마켓(지역 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농산물과 수공예품이 주로 거래되는 시장의 종류)행사에서‘씨앗들’부스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간단한 요리법 카드를 만들어 나눠주고,‘나의 농부 타입’과‘먹거리 전국 연합 학력평가’의 제목으로 퀴즈를 내 고득점자들에겐 밀 상자텃밭세트를 나눠 주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교‘캠퍼스 텃밭’에는 열풍이 불고 있다. 그리고‘씨앗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현재는‘레알텃밭학교’를 열어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도시농업 전문가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한다. 또한‘독서토론’을 하여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고 대안적인 삶, 합동 조합 등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기도 한다. 7명의‘씨앗들’중 황윤지 씨는 캠퍼스 텃밭의 탄생된 과정을 그린『청춘액셜플랜』이란 책도 출판했다. 황 씨(한국외대 영어4)는“학생들이 레알텃밭학교를 통해 원하는 바를 잘 섭취해 갔으면 좋겠고‘씨앗들’도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신동엽 준기자 dhm00098@y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