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책장, 그 속을 들여다보다
대학생들의 책장, 그 속을 들여다보다
  • 여현정 준기자, 이형선 준기자
  • 승인 2012.11.14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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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선선한 날씨와 맑은 바람이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 지금, 우리는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 캠퍼스를 배경삼아 책을 읽는 모습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됐고 심지어는 도서관을 둘러봐도 대부분의 좌석이 보조 열람실 용도로나 사용될 뿐 독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독서 현황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독서 경향의 변화
한국대학출판부협회에 따르면 2000년도 전까지는 각 시대별 분위기에 따른 철학서, 문학서 등 인문 서적이 많이 읽혔으나 최근에 와서는 취업 준비를 위한 각종 자격증 관련 서적과 자기 계발서, 장르 소설 등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우리 대학교 대출 현황을 보면 대출 순위 3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신’, 대출 순위 6위에 판타지 소설‘비뢰도’등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6위와 72위에는 토익 관련 책들이 자리매김했다. 이는 각 과별 명저 읽기와 글쓰기 선정 도서를 제외하면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대구대학교의 경우에도 사회복지사 자격증 관련 서적이 대출 순위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호상 한국출판연구소 선임연구원은“대학생들의 독서 편식 현상이 심각하다”며 “대학 시절에는 독서의 범위와 장르를 뛰어넘는 도전적인 독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자책(e-book)이 등장해 종이책의 수요가 감소하는 등 독서 문화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디지털 문화와 친밀한 대학생들에게 그 영향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탁경구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사무국장은“전자책은 종이책에서 표현할 수 없는 동영상 등의 다양한 기능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종이책이 가지지 않은 효용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하지만 아무리 전자책이 발전하더라도 종이책에 더 적합한 분야는 종이책으로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책, 얼마나 읽고 있나요?
‘우리나라에는 책벌레가 없습니다’라는 문구의 공익광고가 있다. 99년도에 나온 이 광고는 우리나라의 성인남녀 월평균 독서량이 0.8권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잘 꼬집고 있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작년 지표 기준)도 대학생 월평균 대출건수가 0.8회라는 데서 안타까움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지만 이 수치는 또한 초등학생의 월평균 대출건수의 1/25배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책을 손에서 놓기 시작했을까.
◆“학과공부, 영어공부, 자격증 준비… 책 읽을 시간 없어요”=한국대학신문이 실시한‘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및 인물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독서를‘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8.4%로 이는 5년 전‘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의 11.5%보다 무려 7%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한 달에 몇 권 정도의 책을 읽느냐는 물음에 이상득 씨(경영2)는“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며“전공 책 보기에도 바빠 다른 책을 읽을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화 씨(불어불문3)는“한 달에 한 권 정도 읽는데, 더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학과공부와 영어 공부, 자격증 공부 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같이 많은 학생들은 학점관리, 영어능력을 신장하는 등의 스펙관리로 인해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읽기보다는 스펙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에 나가서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 이완재 교수(철학과 명예교수)는“이론적으로 지적 추구를 할 수 있는 독서와 실제적 행동이라 할 수 있는 스펙 쌓기는 상호보조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2.4시간, SNS 이용 46.1분, 독서시간 24.9분=하루에 우리는 책을 펴는 시간보다 휴대폰을 들고‘카카오톡’을 하기에 여념 없고,‘페이스북’의‘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데 집중한다. 어찌보면 이러한 SNS가 책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훨씬 재미있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터치 몇 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폰을 놓지 못하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 교수는“미국의 경우만 해도 전차나 버스 안에서도 책 읽는 사람이 많은 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읽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생의 연간 독서량은 12권인데 비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연간 독서량은 3권밖에 되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에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독서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탁경구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사무국장은“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변명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며 충고했다.  
◆시설적 부분도 해결돼야 할 문제=현재 우리 대학교의 중앙 도서관의 장서 수는 약 176만5천838 권 이다. 국내의 사립대학 중 고려대 도서관의 경우 약 235만3천761 권, 연세대 학술정보원은 약 201만1천4 권으로 우리대학교와 비교했을 때 약 50만 권의 차이가 난다. 이는 꽤 많은 차이가 나 보이지만, 외국의 대학교와 비교하면 이는 매우 적은 차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 약 1천655만7천2 권이 있고 예일대의 경우 약 1천256만4천157 권이 있다. 하버드와 우리대학교를 비교했을 때 약 1천만 권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 도서관 장서 구입에 전체 대학 예산의 1.3%, 국립대는 1.6%를 투자하는 반면, 미국 대학의 경우 장서 구입에 전체 대학 예산의 3~6%를 사용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도서관에 소요되는 예산이 적은 것 역시도 대학생들이 더 많은 책을 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예산증가로 도서관 장서가 많아진다면 정확한 정보를 보다 빨리 도서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책을 접할 기회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책이 옆에 놓여 있어도 직접 들고 보지 않으면 그 책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이 책을 읽도록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함께 한다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독서문화의 바람,‘독서 토론’=혹시 당신은 책을 읽고 난 후 책을 바로 덮어버리지는 않는가? 아니면 책을 읽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책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활동을 할 시간을 가지는가? 요즘 독서를 기피하는 경향에 반하여 책을 읽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 대학교의 상문 독서 토론 동아리 회원들은 2주에 한 번 씩 공식적인 토론의 장을 갖는다. 사회자 한 명이 결정되면 그 사회자가 정한 책을 회원들이 읽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상문 독서 토론 동아리 김희수 씨(정보통신공2)는“같은 책을 읽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받아들이는 결말도 다르고 작가가 숨겨놓은 스토리를 해석하는 부분도 각자 달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서를 통해 책을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읽고 서로 토론해 봄으로써 독단에 빠질 수 있는 여지를 줄이고 보다 건전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획득한다.
또한 우리 대학교에는‘명저’를 읽고 토론에서 글쓰기까지 할 수 있는 교과목이 있다.‘명저읽기와 글쓰기’는 우리 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양 수업으로 지정됐다. 이 수업은 2010년 명저(고전) 읽기에 대한 대학의 새로운 관심과 다양한 글쓰기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설됐다고 한다. 또한 이 수업을 수강한 권세희 씨(국문1)는“매주마다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첨삭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평소 잘못된 글쓰기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며 명저읽기 수업이 본인에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 학기 동안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을 발견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박승희 교수(국어국문학과)는“한 학기 동안 명저 읽기를 토대로 하는 토론과 조별 토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글쓰기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점이 우리 강좌의 귀중한 성과이다”고 말했다. 굳이 따로 만나고 책을 정해 토론하지 않고도 학교 수업으로 학생들은 책을 읽고 말하고 글 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책의‘특별함’알아야=“책이야말로 다른 멀티미디어와 달리 정보의 비파편성(originality)이 강할 뿐만 아니라‘생각할 시간적 여백’을 주는‘청류(淸流)’미디어이며, 새로운 가치 창조 과정으로 독서 전과 후의 내가 다른 것을 발견하는 거울 미디어”라고 책의 의미에 대해 박호상 한국출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책은 소화할 정보량이 많아 이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읽을 정서적 여유가 없는 것도 대학생들이 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독서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자극과 충격은 자신을 개발시켜나가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단지 몇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는 없겠지만, 꾸준히 책을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다른 경험과는 다른 책의 특별함이다.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버리고 좀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단풍이 떨어지는 독서의 계절을 맞은 당신,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것도 좋지만 한적한 북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며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추억의 거리가 돼버린 헌책방 골목>

 

 

 

 

 

 

 

 

 

 

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의 책방골목. 기자는 책방골목의 현실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국내 최대의 책방 골목을 찾았다.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는 하지만 걸어서 10분 정도면 다 돌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가장 먼저 목격한 모습은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었다. 한 때는 책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이곳이, 지금은 몇몇의 손님들만 책을 사러 가고 가끔 관광객들이 구경 삼아 가는 명소 중의 하나가 됐다. 책방골목에서 35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규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80~9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책방골목이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어려움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현재는 책을 사러오는 손님들보다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며 현재 책방골목의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전에는 대학가를 주변으로 헌책방의 수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헌책방은 웬만해선 찾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예전 헌책방이 있던 곳은 점차 복사점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 복사의 유혹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환경이 책 읽는 문화 자체를 약화시킨 것이다. 책방골목을 찾은 이신조 씨(부경대 신문방송3)는“나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이 곳에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며“책방 사업이 사양 사업 중의 하나가 돼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한적한 느낌이 들었던 부산의 헌책방 거리.‘읽는’책이 아닌‘구경하는’책이 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책을 곁에 끼고 살아야 할 대학생인 지금. 깔끔하게 코팅된 전공 책들로 가득 찬 기자의 책장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여현정 준기자 yeo2093@ynu.ac.kr
이형선 준기자 bbambbaram@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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