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하기 위해선 타인을 사랑할 줄 알아야"
"인문학을 하기 위해선 타인을 사랑할 줄 알아야"
  • 임병민 기자
  • 승인 2012.11.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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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박사가 말하는 인문학이란?

최근 들어 인문학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들에게 알려졌던 딱딱한 이미지의 인문학이 아닌 진정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모습의 인문학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인문학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 철학자 강신주 박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대학 시절 처음 접한 인문학=흔히 철학자하면 많은 사람들이 문과계열을 나와 인문학을 전공하고 여러 인문학 책을 봄으로써 인문학자가 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강신주 박사의 경우 이와는 정반대다. 그는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대학원에서부터 인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강 박사는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는 대학교에서 60~70%가량의 사람들이 인문·사회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철저하게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해 여러 가지 매체들을 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대학생들은 실제로 세상을 보는 것과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의 차이로 인한 괴리감을 느꼈던 것이다. 강 박사는“세상을 실제로 본 것과 얘기로 들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을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당시에 인문학을 공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당시 사람들은 대학생이 되면 지성인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지성인이 자신의 욕심을 지향하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책을 읽고 토론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절이다”라며 당시의 대학 내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만 해도 현재의 대학 분위기와 다르게 취업이 중요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생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추세였다. 그렇기에 대학생들은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강 박사는“취업을 하는 것은 노동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소비하는 것이 순환하다가 결국에는 자본을 불려놓고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취업을 하기 위해 순환되는 노동을 하는 것은 요즘 세대가 말하는 스펙이지만 이는 다람쥐가 계속해서 쳇바퀴를 도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순환된 노동 자본에 의해 인간이 따라다니면서 어떤 쳇바퀴에 들어갈 수 있는 지를 정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즉 자본에 인간이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펙보다는 노동자의 현실에 다가가던 시절=강 박사는“요즘 대학의 가치는 스펙이라는 것 하나로 설명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시절만 하더라도 대학의 가치가 스펙과는 많이 달랐다”라고 했다. 그는 “그가 학교 다니던 시절, 대학 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많이 가지 않았다. 또한 3학년쯤 되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가던 시절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회상했다.
그로 인해 대학생들은 일반적인 학업보다는 인문사회책과 시를 읽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토론을 하는 것을 더 중요시 했던 것이다. 강 박사는“당시는 자기 전공만을 살리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대학생들에게서 80년대 대학생들이 노숙자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격앙된 감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대학생들은 책에 나와 있는 글을 보고서 사회와 노숙자들에 대해 운운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우리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사회가 개방되지 않았기에 스스로 뭔가를 알아보고 느껴야 이해가 갔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하지만 현재 대학생들은 좀 더 개방된 사회에서 살다보니 오히려 노동자들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아는 척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시대적 차이로 인해 인문학에 대해 느끼는 것이 다른 점에 대해 설명했다.
◆인문학을 위한 요건, 욕망을 버려야 해=“‘대학을 진학할 때 문과계열로 가게 되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인문학을 할 수 있다”라고 강 박사는 말했다. 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는 먹고 살 걱정을 먼저 하게 되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인문학으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는“인문학을 함에 있어 돈을 목적으로 한다면 인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인간 중심이지 자본 중심이 아니다”라고 인문학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강 박사는 가난해도 수다를 떨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해봤을 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는“사랑을 하면 욕심이 버려진다. 사랑을 해도 욕심을 안 버리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배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했다. 현대에는 개인주의가 굉장히 팽배해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욕심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이 갖고 있는 욕심을 버리고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느냐가 현대에 중요한 것이고 인문학의 요건인 것이다.

“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타인을 사랑하라 ”

 강 박사는 “인문학을 하려는 학생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욕망을 누를 수 있어야 하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 사랑해서는 인문학을 절대 할 수 없다”고 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에 자신의 욕망만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문학, 감정표현 그 자체가 고고하다…=흔히 사람들은 인문학을 논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는 주먹구구식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실제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자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인(人)에 글월 문(文), 문은 표현이고 인은 사람이다. 표현을 하면 그 표현이 사람에게 들어간다. 문을 읽고 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고 강 박사는 인문학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표현을 잘못하면 그 사람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이 세련돼야 하며 그러한 감각 없이 인문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인문학 자체가 말 그대로 인간과 관련이 있고, 인간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어떠한 자본주의적 목적도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감정을 열어라 ”
또한 그러한 개인의 사리사욕이 들어갔을 때의 인문학은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인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인문학에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감정’이다. 인문학에서는 소설을 쓰든 시를 쓰든 영화를 만들든 음악을 하든 감정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감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강 박사는“세상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짐으로써 뭔가 사물이나 현상을 봤을 때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자신만의 감정을 느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인문학에서 말하는 감정이 열리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런 사람은 꽃이나 다른 것들을 보더라도 감정이 계속해서 터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감정이 열리는 것은 곧 인문학적 감정이 깨어나는 것이고 자신의 감정에 맞게 진솔한 이야기를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매력=“거짓된 감정으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인문학의 적이며 그 자신의 진솔된 이야기가 들어간 것이 아니며 유행이 지나면 곧 싸구려가 된다”고 강신주 박사는 말했다. 그는 대개 책을 쓸 때 10년 이상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기간 역시도 인간이 생각하는 깊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앞서 말했지만 책을 씀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깊이 있게 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의 매력은 주체가‘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된 감정과는 다르게 자기 이야기를 자기감정에 맞게 씀으로써 자신이 갖는 느낌을 다른 사람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인문학에서는 주체가‘나’이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당당할 수 있다. 또한‘나’라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하고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꺾을 필요가 없다”라고 강 박사는 말했다. 어느 곳에도 예속돼 있지 않기에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을 갖고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강 박사는“취업과 인문학은 다르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책이 많이 팔리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그 세계에 공감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라고 감정표현의 자유로움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그는“하지만 취업의 경우 본인이 좋아하는 성향과 감정을 갖고 자유롭게 할 수 없기에 인문학과는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 책을 읽고
        감정을 느껴라 ”

◆인간 중심의 학문…그것이 인문학=인문학을 배우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강 박사는“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총 동원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것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인문학이 딱딱하다는 소리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문학을 배울 때 인간의 모든 부분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인간이 배울 수 있는 여러 항목 중에서 한 가지 학문만 직업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을 못하고 있다. 이어“70~80년대 인문학 교수는 대부분이 시인이었다. 지금과 같이 책을 시험용으로 읽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라고  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학문…인문학=강신주 박사는 학생들이 인문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문학을 하게 되면 많은 학생들이 굉장히 성숙해 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감수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대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권한 것이다.
또한“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을 강조했다. 어떤 것을 할 때 고민이 된다면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그가 생각하기에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20대에는 실패해도 상관없다. 전공이 맞지 않아 바꾸고 싶으면 한번쯤 바꿀 필요도 있다. 일단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 그것이 젊음이 가진 특권이다”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사람을 알고 이해해야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인문학은 우리에게 딱딱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학문보다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학문, 실생활에서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학문,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임병민 기자 bmhanlim@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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