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새로운 기능, '무비저널리즘'
영화의 새로운 기능, '무비저널리즘'
  • 성유진 준기자, 임현정준기자, 김현진 준기자
  • 승인 2012.11.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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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끊고 팝콘과 콜라를 손에 들고 기분 좋게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른 채 지켜본다. 실화라니…실제로 저 상황에 처했을 당사자의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마음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무비저널리즘이란?=최근 <도가니>,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 등 과거에 의문이 남아있는 사건을 재조명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을 일컬어 무비저널리즘이라 부르고 있다. 무비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 무비저널리즘은 아직까지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실에 기초하면서 영화를 통해 당시 사건을 되짚어보고 사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주형일 교수(언론정보학과)는“무비저널리즘이라는 단어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용어다. 최근 사회고발성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대중의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해 언론이 만든 신조어다”라고 했다. 무비저널리즘은 시사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도 있다. <두 개의 문>은 이미 대중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로 알려져 있고 <도가니>, <부러진 화살>같은 경우 극화된 다큐멘터리에 속한다.
그렇다면 일반 저널리즘과 무비저널리즘은 어떤 차이를 가질까? 이에 대해 주 교수는“언론매체를 통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은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따르는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저널리즘은 사실위주의 취재를 하고 대중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다. 반면 무비저널리즘은 영상이나 사건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상황에 맞는 관계자 인터뷰, 재연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 와닿을 수 있도록 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저널리즘과 차이점이 있다. 때문에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저널리즘보다 무비저널리즘이 더 폭넓고 다양한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유지나 영화 평론가는“일반 저널리즘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시의성에 맞지 않으면 언론에서 다루기 어려운 반면 무비저널리즘은 이야기 구조를 통해 10년 전, 20년 전의 사건도 다룰 수 있다. 시의성으로 볼 때 무비저널리즘은 일반저널리즘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무비저널리즘이 출연하게 된 사회적 배경은?=무비저널리즘의 성격을 띠고 있는 영화들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까? 1960~1970년대까지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심을 다큐멘터리로 표현하기도 했고 1995년대에 제작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뤄 당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회고발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졌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무비저널리즘은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연이은 개봉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용산참사가 발생했고,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가 등장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두 개의 문>으로 용산참사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사건의 진실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비저널리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부에 들어오면서 <PD수첩>, <추적60분>과 같은 사회고발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면서 억눌려있던 진실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이 무비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화 <두 개의 문>을 제작한 김일란 감독은“대중들의 관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공감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관객들 의식 속에 부조리하고 모순된 현실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회고발영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주 교수는“언론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데 영화의 진실을 좇는 스토리, 그리고 이목을 끄는 재미와 구성이 어우러져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9월, 44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도가니>는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려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그 파장으로 당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은 영화가 개봉 된지 두 달 만에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동시에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도가니 법’도 개정될 수 있었다. 올해 1월에 개봉돼 34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러진 화살>은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실제 석궁테러사건을 영화화한 법정스릴러 영화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김 교수를 몰아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은 6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 중 역대 최다 관객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들의 관심은 이례적으로 직접 극장상영을 요구하기도 했고 국화 한 송이를 손에 들고 극장을 찾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일란 감독은 “용산참사 재판에 방청객으로서 참관을 하게 됐다. 기나긴 재판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피해자인 철거민들이 법적 가해자, 범죄자가 되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했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비저널리즘이라고 해서 사회고발영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비저널리즘의 대표적 사례 영화인 <도가니>,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에 대해 다소 편향적인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두 개의 문>은 시위자와 경찰 모두를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묘사함으로써 객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주 교수는 “모든 사회비판영화는 주관적이다. <두 개의 문> 같은 경우 제작자가 중립적인 입장은 보여주려고 노력을 한 것일 뿐이지 공권력 비판을 목적으로‘무자비한 공권력 행사는 나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인에 대한 영화이므로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김 감독은“사회고발영화는 주관적이지만 강자와 약자가 있을 때, 약자의 편에 서야 객관성을 유지하게 된다”고 했다.
무비저널리즘은 미해결된 사건을 재조명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쪽의 입장에 치우칠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무비저널리즘의 추세와 전망은?=무비저널리즘이 대안언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만큼 영화의 사회적 영향력은 이전보다 몰라보게 커졌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가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는 다큐멘터리 영역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주 교수는“다큐멘터리는 정치적인 것들에 대한 불만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고 적은 자본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공 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다큐멘터리의 전망에 대해 말했다.
올해 영화는 <MB의 추억>, <야만의 언론>, <남영동1985>, <26년>이 잇따라 개봉될 예정이다.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이 개봉될 예정이다. <MB의 추억>은 2007년 대선으로 돌아가 MB가 유세활동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되돌아본다. 동시에 그가 유세기간 중 유권자들과 했던 약속 중 얼마나 이행했는지 짚어보는 다큐멘터리다. 김성재 감독의 영화 <야만의 언론>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한 김성재 감독이 쓴 책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권력의 폭력에 대한 내용이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1985>은 고(故) 김근태 의원이 겪은 고문사건에 대해 다뤘다. 조근현 감독의 <26년>은 만화가 강풀의 <26년>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때로부터 26년 뒤 당시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이던 김갑세 씨가 죄책감을 느껴 광주시민군의 유족과 힘을 합쳐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김일란 감독은“영화를 보면서 관객들 스스로가 방관과 개입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앞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사회고발영화를 향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사회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함께 반응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잊힌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사회에는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이로써 사회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면 이것이 무비저널리즘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무비저널리즘이 또 하나의 대안언론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권력에 장악당한 저널리즘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성유진 준기자 syj0804@ynu.ac.kr

◆무비저널리즘 분야의 영화를 관람할 때 어떤 자세로 봐야 하나


노만균(노) : 관객들이 어떻게 봐야 하는가 보다는 영화를 보고난 후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영화란 제작자가 의도를 가지고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보고 나서 관객이 사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금상렬(금) : 제작자가 대중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봐야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민(김경) : 영화를 볼 때보다는 그 영화를 보고난 후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표출되는가 또는 우리가 그 사건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가 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다히(정) : 영화를 보고난 후도 중요하지만, 보는 그 순간 또한 중요하다. 편파적인 시각이 아니라 사건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차원, 즉‘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지영(김지) : 관객들은 사실과 각색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하고 영화가‘편파적인 시각에서 형성된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해 봐야 한다.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스스로가 영화에서 사실을 분리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수진(김수) :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사건을 찾아보고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후에 영화를 관람하는데, 이것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제작자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제3자의 시각인 객관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평가할 수 있다.
전예림(전) :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안타깝다’고 느끼고 넘어가도 된다. 그 대신 남에게 영화에 나온 사건을 말하기 전, 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사한 후 사건을 언급해야 한다.
이현진(이) : 무비저널리즘 분야의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영화만 봤을 때는 편파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지만, 사건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난 후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 : 하지만 어떤 사건을 볼 때 중립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우리는 <도가니>를 보고 편파적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한 쪽 입장에서 보는 것이 때로는 진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김지 : 무비저널리즘이라는 용어 자체가‘언론’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편파적인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하나의 시각만 갖게 돼서는 곤란하다.
◆학생들은 어떤 영화를 보았고 무엇을 느꼈나
금 : <두 개의 문>을 보고 우리 사회가 국가 폭력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휘두르는 폭력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침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 같다.
정 : <부러진 화살>을 보고 법의 최고 기관인 사법부에서 오히려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법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판사, 검찰 등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
최지욱(최) : 9·11테러와 관련된 영화<플라이트 93>과<화씨 9·11>을 봤다. <플라이트 93>은 9·11테러 당시 밭에 떨어진 비행기의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성을 토대로 각색한 영화다. <화씨 9·11>은 테러 자체가 허상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영화다. 이 두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두 가지 다른 시각으로 나눠서 볼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김수 : 나는 <도가니>를 보고 표현을 하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화가 났다.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부리는 횡포를 다른 형태로도 많이 봤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통해서 장애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 <부러진 화살>을 감명 깊게 봤다. 영화에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뤄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압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이것이 사법부의 현 주소가 아닌가’라고 느꼈다. 한 번도 사법부가 독립적이고 청렴하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영화를 통해서‘사법부도 그 비리가 다른 기업들에 버금가구나’하고 생각했다.
◆사건을 영화화하기 위해서 왜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 착한 사람을 너무 착하게 혹은 악한 사람을 너무 악하게 부각시키는 장면들은 지양해서 넣어야 한다. 또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혹은 상상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못하게끔 편파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장면들은 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 영화이니 어느 정도의 왜곡이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문제, 즉 사건 혹은 사건과 관련된 부분들은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김수 : 100% 사실만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의 흥행여부는 물론, 투자와 제작 및 배우의 출현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전반적인 사건은 그대로 두되, 주변 인물을 흥미롭게 만든다든지 혹은 인물의 성격을 좀 더 악하게 표현하는 것 등은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 나마‘이 영화는 어느 정도 각색이 됐다’는 표현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김지 :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존인물들인데, 나쁜 짓을 한 인물을 실제로 잘못한 것보다 더 악독하게 표현한다면 가해자도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행동이 잘못된 사람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더 추가해서 표현해서 그 사람의 명예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
최 : 영화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장면으로 집어넣는 경우는 문제가 있다. 사실 영화를 보고 그것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영화가 대중성을 띄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 : 영화이니 어느 정도의 각색은 허용돼야 한다. 무비저널리즘이라도 영화라는 본질이 있으므로 스토리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각색의 정도가 사실을 기반으로 가미돼야 하지 각색이 사실보다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금 : 각색을 무제한으로 허용해줘도 된다. 사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과장해 표현할 수도 있다. 또‘표현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를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아무리 영화에서 거짓을 사실처럼 만들었다 한들 우리 대중들은 영화를 보면서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것은 동의하지만 무제한적인 허용에는 반대한다. 하지만‘심의’를 통해서 제약을 가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심의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불분명해서 영화를 중립적으로 만들어도 심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는 있다. 하지만 결국 심의를 통해서 제약을 가하기 때문에, 무제한적인 왜곡은 불가능할 것이다.
임현정 준기자 hyunjung1216@ynu.ac.kr

 

작은 연못(2010)
1950년 7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부대가 충청북도 노근리의 쌍굴다리에서 민간인 300여 명을 대량학살했다. 이 사실은 1990년대에 처음 일반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20여 년 동안 국내언론의 관심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 영화계에서 140여 명의 배우, 스텝들이 무보수로 영화를 제작해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JFK(1992)
1963년 12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하비 오스왈드 단독범행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6년 후, 짐 개리슨 검사는 다시 암살사건의 배후 인물로 경제인 클레이 쇼를 기소한다. 영화는 러닝타임 3시간이 넘지만 흥미진진한 연출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진실 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피고인(1988)
1983년 미국 매사추세스 주 뉴베드포드의 술집에서 여러 명의 남자가 여성을 강간했다. 그러나 가해자 측과 법원은 오히려 피해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왜곡된 성관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성범죄 처벌에 온정적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낮은 목소리 연작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할머니들은 수요집회를 시작했고, 변영주 감독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이들의 곁을 지키며 누구보다도 깊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낮은 목소리(1995)>, <슬픔(1997)>, <숨결(1999)>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가니(2011)
광주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교장을 비롯한 학교간부와 교사들이 청각장애학생들(7~22세, 8명 이상)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영화개봉 이후 뒤늦게 사회적 여론이 형성돼 가해자를 재처벌하고 아동ㆍ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도가니법’이 만들어졌다.
화씨 9/11(2004)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부시 대통령 당시의 선거와 9.11 테러, 이라크 전쟁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다. 음모론이라는 비판도 받는 작품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사실’이 과연‘진실’인지, 현대사회구조는 무엇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화두를 던져준다.
식코(2008)
마이클 무어 감독의 또다른 화제작. 미국 민간의료보험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열악하고 무책임한 면모를 지적하고,‘돈 없으면 치료도 못 받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과 관련짓는다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두 개의 문(2012)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용산구 남일당 건물망루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겼다. 철거민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경찰의 발표와 국가공권력의 과잉진압이 참사를 일으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 날의‘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과연 남일당 망루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트루맛쇼(2011)
1년 간 3개의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식당은 약 9천 여 개. 이 중 협찬의 탈을 쓴, 사실상 뇌물을 주고 출연한 식당은 몇 개나 될까? 김재환 감독은 소위‘맛집’을‘조작’하는 방송프로그램의 허상을 폭로하기 위해, 직접‘맛(taste)’라는 이름을 단 식당을 차리고 방송출연을 의뢰했다.
상영예정작
<MB의 추억>: 2012년 현재 우리가 보는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오는 18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봉한다.
<남영동 1985>: 민주화운동가 고(故) 김근태의 고문 실화를 재구성했다. 11월 개봉 예정이다.
<야만의 언론>: 언론개혁을 화두로 한 다큐멘터리며, 올해 말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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