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검열, 그리고 총학생회
자기검열, 그리고 총학생회
  • 박진규 씨(정치외교학 석사 4기)
  • 승인 2012.10.04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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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과 9월, 필자는 두 차례 총학생회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학생회가 학생대의기구라 자처하지만 과연 실질적으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였다. 여기에 더해‘자본’과의 만남이 유난히 잦은 현 총학생회의 행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9월에 쓴‘짝 엔터테인먼트’라는 제목의 글이 나간 후, 총학생회의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총학생회가 신문사에 필자의 연락처를 물어온다는 것이 관심의 시작이었고, 필자의 몇몇 지인들에게도 연락처를 물어온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연구실로 찾아오거나 전화할 수도 있는데다 총학생회장을 통해서도 연락처를 알 수 있을 텐데 정작 연락은 오지 않고 연락처를 묻는다는 귀띔만 들렸다. 글에 문제가 있었다면 반론권 행사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연락처만 묻는 것이 의아했다.
글을 쓸 때마다 더 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이 이어지지 않았다. 글을 쓸 때마다 펼쳐두는 법전과 국어사전을 여닫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 때 알았다. 그들이 물어보는 것이 연락처가 아닐지 모른다는 것을. 어느덧 스스로도 모르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학생회장과 필자는 같은 해 입학한 학과동기이다. 동기로서의 그와 총학생회장으로서의 그 사이에서 늘 갈등했다. 누구에게도 대변받지 못하는 학우들을 보면서도, 총학생회가 가진 문제들을 보면서도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충분한 근거가 있음에도 더 확실한 근거를 찾은 이후에야 글을 쓰고자 했다. 사건의 서사적인 내용과 총학생회장의 마음 속 서정까지도 함께 고려하려 노력했다. 어쩌면 이미 그 지점에서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삼가고 또 삼갔지만 오히려 총학생회에서는 불쾌하게만 여기는 듯하다. 얼마 전 우연히 총학생회장을 만났을 때 그는 내 글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인데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 반론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지 왜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말에는 반론권까지 행사할 만한 수준의 글은 아니라고 했다. 내 글이 본의를 의심받고 비하되는 일은 아무렇지 않지만, 자신들은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투에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학우들을 비하하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더한 서글픔을 느꼈다.
스쿨버스 문제로 학생들의 의견이 쏟아질 때도 그랬다.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누구든지 자기 집 앞에 스쿨버스가 와주길 바라고 있으며 … 교통비 부담이 갑자기 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스쿨버스 개편에 있어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이 바로‘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였다”라고 밝혔다. 자기 집 앞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쿨버스를 세워달라고 할 만한 이는 한 명도 없을 텐데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했다. 스쿨버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학생들은‘이기적’이라 단정 짓는 것 같았다. 오히려 총학생회가 여론수렴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럼에도 학우들을 비하하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내 글에 대해서만 비하하는 것에 머무르길 희망했다.
총학생회장의 방에 가보고 그 크기에 놀란 일이 있다. 총학생회장의 방은 우리 학과장 선생님의 방보다는 3~4배가 크고, 우리 학장 선생님의 방보다도 2배 정도가 크다. 총학생회장실이 위치한 총학생회실 크기까지 본다면 총장님 방보다도 더 크다. 소심하게 방 크기를 트집 잡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방 크기만큼이나 큰 총학생회의 힘과 권한이 학우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묻는 것이다. 이것이 총학생회가 해야 할 자기검열의 출발점이다.
필자의 스승은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을 어떤 갈등이 있을 때 나 때문일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과 남 탓만 하는 것으로 구분짓는다. 그 말을 대입하면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탓하고 있는 필자는 여전히 어린 아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캠퍼스를 위한 일이라면 필자의 자기검열보다 총학생회의 자기검열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자기검열이 반복되면서 글다운 글을 쓰기 어렵다. 필자의 글로 인해 총학생회가 변화할 조짐도 결코 없는 것 같다. 맹세컨대, 현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은 두 번 다시 아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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