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당신이 피해자가 아닐 것이라 생각지 마라
범죄, 당신이 피해자가 아닐 것이라 생각지 마라
  • 여현정 준기자
  • 승인 2012.10.04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뉴스나 신문의 헤드라인에서‘살인’,‘성폭행’이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범죄의 건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만 잠시 관심 가질 뿐이다.  그러나 우리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범죄는 사회적 현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범죄 현상들에 대해 최정일 교수와 함께 분석해 봤다.

◆‘사이코패스’연쇄살인범의 90%=사이코패스(psychopath)란 사이코패시(psychopathy)증상을 가진 사
람을 뜻한다. 사이코패시는 유전적·생물학적 요인과 사회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전인격적 병리현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들은 전두엽 이상이라는 유전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하여 감정을 느끼는 데 매우 미숙하다. 또한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아버지의 구타 등도 사이코패스를 양산하는 사회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코패스는 어느 정도 존재할까?
일반인 중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만 약 15%이며 미국의 경우만 해도 약 500만 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코패스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없는‘무공감자’라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육체적 상처를 가했을 때 타인의 아픔을 인식하고 공감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타인의 아픔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망상이나 비합리적 사고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사이코(psycho)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사이코패스는 계산적인 행동과 표정, 말투로 사회에서 능숙하게 일반인과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이러한 성향이 발현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범죄 발생 후에만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사이코 패스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한계이다. 연쇄살인범의 90%이상이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범죄 발생 이전 단계에서 사이코패스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검사도구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범죄 발생 후 범죄자의 성향과 특성을 판단한 뒤 사이코패스라고 확정짓는다. 또한 사이코패스가 전두엽 이상 때문이라는 것도 가설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이코패스에도 유형이 있다?=사이코패스는 범죄의 특징에 따라 권력형, 쾌락형, 망상형 등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권력형 사이코패스는 유영철이 대표적이다. 입증된 피해자만 21명이며, 주장하는 바로는 26명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는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생사결정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유형의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인간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의 능력, 즉 최고의 권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낀다. 둘째, 쾌락형 사이코패스로는 강호순을 예로 들 수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정규교육까지 받았다. 또한 이웃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성장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를 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가 없는 것이다. 그는 총 10명의 여성을 살해했는데, 강호순은 처음 여자를 죽이고 난 후 자제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성행위 이후 혹은 성행위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한 번 죽인 이후 살인의 본능과 쾌락을 느낀 것이다. 그는 오직 자신의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전형적인 쾌락형 사이코패스로 볼 수 있다. 셋째, 망상형 사이코패스로는 온보현을 들 수 있다. 온보현은 일명‘살인택시’로 유명했는데, 부녀자 6명을 납치 및 성폭행 한 후 그 중 2명을 살해했다. 그는 자신이 지존파의 유명세를 초월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죄를 저질렀고, 직접 자수까지 하며 유명세를 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부분이 더 두드러지느냐에 따라 사이코패스 유형을 분류한다.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특징은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낮고 충동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다른 시각, 다른 공간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특징이 있으며, 주로 사체를 훼손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는 피해자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 예상하고 있다. 즉 이성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다.
◆‘소시오패스’당신 옆에 있을 수 있다=소시오패스(Sociopath)는 오늘날 등장한 사이코패스와 대비되는 인간 유형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조금씩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이 모두 소시오패스는 아니며, 일부 행동을 보고 소시오패스라 확정짓는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는데,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소시오패스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수천만명을 살해하고도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탁월한 이성과 논리성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리화하는‘무양심자’이다. 또한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감정조절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탁월하다. 그러나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를 정확하게 구분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소시오패스의 성향과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범죄에서 혼재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 범죄의 특징=소시오패스 범죄자 중에는 주로 화이트칼라 직종이 많고, 사기나 횡령 등의 지능형 범죄가 많다. 이들은 도덕적 부분은 어기더라도 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부모를 죽인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나 지극한 핵가족화에서 발생한 옳지 못한 사회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환경적 영향으로 자신의 생존과 목적,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서서히 변해온 것이다.
◆늘어만 가는‘묻지마 범죄’, 그 해결책은?=묻지마 범죄는 특정 동기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뜻하며, 그 이유는 자신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불만을 불특정 다수를 향한 화풀이로 푸는 범죄를 말한다.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후적 법적 제제가 확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함께 그들에 대한 인식적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기준은?=2008년 일명‘나영이 사건’으로 잘 알려진‘조두순 사건’은 큰 논란이 됐다. 조두순은 여덟 살 여자 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신체 기능까지 손상하게 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이라는 적은 형벌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현재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미국이나 중국 등 타 국가에 비해 많이 미약한 편이다. 성범죄 건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솜방망이식 처벌’이 지속되고 있다.
<표1 참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자를 처벌하는 기본법은‘형법’이다. 그러나 성범죄에 한해서는 성범죄 특별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본법과 특별법이 겹칠 때‘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 특별법을 적용받는다. 특별법으로는 ①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만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처벌한다. ②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규율하고 있다. ③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에 따르면 성범죄, 살인, 미성년자 유괴범에 한해 전자발찌를 부착한다. ④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화학적 거세법)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성범죄자들에 대해 출소 후에도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⑤성매매 특별법은 성인대상의 성매매의 경우에 이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아동성매매의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처벌)
◆전자 발찌제도, 실효성 있을까=우리나라는 특정 성범죄자에 한해 전자발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대상에는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범죄자,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보호관찰 대상인 성범죄자가 해당된다. 이들은 2008년 9월부터‘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부착에 관한 법률(전자 발찌제도)’에 따라 출소 후에도 GPS기능으로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전자발찌를 착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 발찌제도에 대해 처벌을 받고도 전자 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것은 법률‘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지 않냐는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전자 발찌제도 시행 이후 재범률이 약 1.6%로 시행 이전에 비해 충분히 실효성이 있음을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자 발찌법’부칙 규정 중 법이 존재하기 3년 전 범행을 저지른 사람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하는 항목도‘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 형사소송법 상에서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 제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
※법률 불소급의 원칙 : 법은 시행 후 발생한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


◆화학적 거세 VS 물리적 거세=우리나라는 2011년 8월‘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효성 문제로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 거세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표2 참고>

 

 

 

◆범죄 해결을 위한 우리나라의 과제=‘조두순 사건’의 판결 당시 1심에서 조두순 측 변호사는 조두순이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따라서 형법 10조 ②항‘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면한다’는 법률에 따라 조두순은 형 감면 판결을 받았다.‘조두순 사건’의 최종 판결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나 이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후 국회는 형법 10조 ②항의 심신미약자의 감면 기준에 대해 감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특례법을 제정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어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법을 개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검토와 함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성범죄자에 대한 제도적 처벌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에 대한 법률은‘처벌’의 의미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캐나다의 경우는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지만,‘거세’라는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성범죄자의 심리·재활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범죄자의 처벌에 대해서 징벌적 의미에만 중점을 두기보다는 치료적 부분에 대한 제도적 마련도 필요하다.
여현정 준기자 yeo2093@y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