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 지나고 대학생이 돼 고3 학생의 진로상담을 하다가 자율전공학부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은‘지금 뭘 할지 잘 모르겠고 성적에 맞춰 아무데나 넣었다가 재수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다’고 했다. 과연 지금까지도 정해지지 않은 진로가 1년이 지나면 확실해질까?
자율전공학부는 특정 전공 없이 입학한 소속 학생들이 1년 동안 전담 학사지도교수와 함께 체계적인 진로 탐색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적성과 성격에 가장 적합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소속 전공에서의 성취도 극대화를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전공학부는 자체의 교육과정을 제1전공으로 이수하고, 사범대학이나 예·체능 계통의 학부 등 몇몇 특수한 전공을 제외한 모든 전공 중 하나 이상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하는 특별한 학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많은 학교들이 로스쿨 선정으로 인해 법학과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자율전공학부 입학생 성적이 학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율전공학부를 폐지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 설치 목적과는 다르게 입학 성적이 높은 학과를 들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실제 2012학년도 전공배정현황을 보면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취업)에 역점을 둬 경영학과나 경제금융학부, 국제통상학부에 그 인원이 과다하게 쏠려 있고 철학과, 문화인류학과 등에는 지원 인원이 현저히 적다.
자율전공학부는 기존 10년 간 시행해 온 학부제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학부나 계열 안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었던 이전 시스템의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리는 셈이 됐다. 이것이 과연 여태까지 비정상적이었던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학마다 자율전공학부를 지원하는 학생은 날로 늘어 그 경쟁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율전공학부가 가진 장점만을 보도록 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실험적으로 급조된 방안인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 학부제를 답습하게 될 것이며, 학교의 한정된 자원을 한쪽에 몰아주는 차별이 될 것이라는 비난도 쏟아질 것이다. 자율전공학부가 기존 학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지, 단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전략으로 전락할지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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