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의 가을을 생각하며
낭중지추(囊中之錐)의 가을을 생각하며
  • 편집국
  • 승인 2012.09.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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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계절의 낭만을 즐길 겨를이 없다. 취업의 압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4년간의 공부를 끝내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취업을 생각한다. 일할 수 있는 자리 수는 정해져 있고, 해마다 대학교 졸업생은 쏟아져 나오고,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끝없는 통과의례(通過儀禮)의 연속이다.
1학년 때 자기 진로를 생각해 놓고 차근차근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한 학생이라면, 아마도 지금쯤 나름대로의 결실을 볼 수 있겠지만 많은 학생들은 그렇지를 못하다. 1학년 때는 영문도 모르고 방황하고, 2학년 때는 적응하려다 얼떨결에 지나가고, 3학년 때는 공부는 해야 하겠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고, 4학년 때는 시간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 지나가는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의 결론은 어디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어떤 곳에라도 입사해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취업 지원서를 낸다.
막연한 취직……. 어떻게 보면 이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쭉 해 오면서 느낀 것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 잡고 그 길로 무던하게 걸어온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안 돌아보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사회에서의 생명도 길다. 중요한 것은 몇십 년 동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잡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교 다닐 때 어떻게 보면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정해 놓기만 해도 대학교 생활을 잘 보낸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천성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실성과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낭중지추는 천재를 위한 것이 아니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끊임없는 자기 매진의 표상이다.
지금 무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면 조용히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가슴으로 물어보기 바란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할 일은 남들이 이미 다 잘하고 있다. 그 속으로 자신이 끼어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오래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길고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급한 마음에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자신의 직업을 아무거나 섣불리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벼랑으로 떨어질 때 급하게 잡는 나뭇가지가 썩은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영영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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