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취재수첩
  • 정은송 기자
  • 승인 2012.05.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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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기자 맞아요?”
필자는 지금까지 수습기자를 거쳐 문화부 기자로 취재를 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바로“당신 기자 맞아요?”이다.
“당신 기자 맞아요?”처음에 이 말을 들었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당혹스러웠다. 취재원이 필자에게“4륜구동 차가 뭔지 알고 계시죠?”하는 질문에 대뜸“어어… 바퀴가 네 개죠!”했더니“자동차는 어느 것이든 바퀴가 4개가 아니냐”며“상식인데 그런 것도 모르느냐. 기자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당신 기자 맞아요?”라고 했다.
필자는“나는 아직 2학년이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또 여자라서 더 관심이 없다”라고 변명을 했지만‘아무래도 기자가 아닌 것 같고 뭔가 수상하다’는 취재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필자가 기자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날이었다. 후에 기사가 나온 뒤 취재원과 만나서 필자의 확실한 신원을 확인하고서야 믿으시는 것 같긴 했지만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지만 염색한 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 다소 불성실해 보이거나 취재원이 떠올리는 기자의 모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취재 다닐 때는 긴 바지에 단정하게 입고 다녀라’던 예전 국장님의 말씀을 새겨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 나의 기자생활을 전반적으로 돌아봤다.
지금까지 불충분한 준비로 부족했던 인터뷰, 시간약속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했던 모습,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기자정신을 발휘해보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의 부재……. 너무 부족해서 머리가 숙여진다. 취재 수첩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독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은송 기자 eun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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