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달리는 26살의 대학생, 김상현
사막을 달리는 26살의 대학생, 김상현
  • 정은송 기자
  • 승인 2012.05.11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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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모래가 드넓게 펼쳐진 지역으로 생물이 살기가 매우 힘든 극한의 지역이다. 이러한 극한의 지역인 사막에서 마라톤을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레이싱 더 플래닛(Racing the Planet)이 주최하는‘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4 Deserts Race)’이다.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은 중국 고비사막, 칠레 아타카마 사막, 이집트 사하라 사막을 달리는 대회이다. 참가자들은 식량과 취침장비, 의복, 기타 필요한 모든 물품을 짊어지고 7일 동안 약 250km를 달려야 한다. 가장 건조해 살기 힘든 곳으로 유명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을 완주한 용감한 우리 대학교 대학생, 김상현 씨(도시공4)를 만나봤다.

◆사막을 왜 달리게 됐나=도시공학과 전공인 김상현 씨가 왜 이런 극한의 대회를 참여하게 됐을까. 그는 어머님의 지인 중 신체적인 장애를 안고 있음에도‘2011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분에 감명을 받아 자신도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아타카마 사막은 고비 사막이나 사하라 사막보다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 그의 부모님은 아타카마 사막에 참여하는 아들 외에는 한국인이 아무도 없지 않겠냐며, 남미가 치안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극구 반대했다. 그의 친구들은‘미쳤냐’라며 가지 말라고 반대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는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참가 비용은 300만 원이었고 비행기 값은 210만 원이었다. 사실 참여비와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아 인턴 수료비도 쓰고 마라톤 대회를 생각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올해 3월 그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대회를 참여해 완주했다.

◆처음 참여한 극한의 마라톤 대회=그가 평소에 마라톤 대회를 즐겨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참여하는 것이라 준비가 많이 덜 된 점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배낭의 무게가 2~3kg 더 나가서 힘들기도 했고 장비가 적절하지 않아서 더 고생한 점도 있다.
그는 한 달 반 동안 마라톤을 위해 준비를 했다.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 매일 달리기 30분을 하고 배낭 무게에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 매일 30분 정도 근력운동도 했는데 허리와 상체를 중심으로 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은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일부 지역은 400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극한 마라톤 대회 첫날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자 경기에 참여한 3명의 한국인 친구들끼리 사진도 찍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170명 정도 참여한 이 마라톤에서 연령대는 다양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20대 선수가 3명 참여했고, 자원봉사자 1명도 20대였다. 한국인 평균 연령은 26.3세였다. 이에 반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0~40대였다. 그는 처음에 젊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40대의 사람들보다 오히려 잘 버티지 못해서 너무 부끄러웠다고 한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이런 어려운 난이도의 마라톤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나는 저 나이대가 되어 이런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다음에 사막 마라톤에 참여하려 하는 이유가 바로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에는 없는 지형을 만난 것도 매력이라고 한다.
그는“처음 참가한 사막 마라톤 대회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사막 마라톤 대회 참가비용이 비쌌지만 충분히 느낀 것도 많고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라고 밝혔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 곳=그는“아타카마 사막의 지형은 매우 다양했다. 아타카마 사막 안의 자갈사막, 암벽사막, 모래사막, 소금사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막은‘소금사막’이었다”라고 했다. 일단 바닥이 모두 하얗게 소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맛을 보니‘일반 소금 맛이었다’고 하면서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소금사막은 너무 하얘서 눈이 부셔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처음에 사막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반팔을 입고 왔는데 2일만에 화상을 입어서 팔 전체가 발갛게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미국의 유명한 의사들이 차를 타고 따라오면서 매일 치료를 해 줬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주최 측이 좋았다”라고 했다.
또한‘암벽사막’도 비가 오자 물이 고여서 바깥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사막에서 7일 간의 달리기를 하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돈을 투자한 만큼의 만족을 얻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대회 5~6일차는 77km 길이의 마라톤이 이어지는 롱 데이(Long Day)였다. 그는“이날 오후에 비바람이 불고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더 이상 경기를 이어나갈 수가 없어서 주최 측에서는 경기를 도중에 중단시켰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 차를 가지고 텐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가 캠프로 갔다. 아침에 주최 측이 완주를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머지 남은 거리를 앞서 완주한 사람들의 평균을 내어 기록을 가지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날씨가 그친 후 정말 심각하게 다쳐 경기를 계속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경기를 중단한 곳에서 경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솔직히 선두그룹의 기록을 받아서 하면 자신의 기록이 더 좋아지기는 하지만 마지막 날이라서 10km만 뛰면 되니까 이왕 시작한 것은 마지막까지 내 힘으로 달리자하는 생각으로 나도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가 뛰었다”라고 밝혔다.
◆나는 사막에서 이것을 배웠다=그는 이미 4일차 쯤에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발톱엔 피멍이 들고 발바닥이 찢어지고 물집이 터져버렸다. 하루에 눈을 뜨면 밥을 먹고,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먹고 경기를 출발했고, 도착하면 또 약을 먹고 잠들었다.
몇 번 대회를 참가한 사람들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처음 참가한 그로서는 오래 전에 육체적 한계를 넘어섰다. 모두가 아프고 힘들었지만 20대부터 60대의 할아버지까지 모두 하루하루를 참고 견뎠다.
그는 남들이 자신을 보면‘왜 비싼 돈을 주고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냐?’란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잘 참여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 개개인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대회가 아니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을 일상생활 속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 대회에는 마라톤 프로선수를 비롯한 CEO, 유명 대학의 교수, 은행장 심지어 농장주까지 만날 수 있었던 만큼 이 대회에서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막에서 더 멋진 7일을 보냈다고 한다.

사막을 건너기 위한 김상현 씨의 팁


김상현 씨는 처음 참여한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에서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전지식이 부족해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사막 마라톤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사막 마라톤 팁을 알려줬다.
그는 먼저 자신이 산행용 트레킹화를 신고 간 점이 가장 잘못됐다고 분석했다. 사막을 뛰는 것은 모래와의 싸움인데 한번 모래가 들어가면 빠지지 않는 고어텍스 신발을 신고 가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사막 마라톤에 적합한 신발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신발을 구매하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신발은 자신이 원래 신는 사이즈보다 10mm정도 더 큰 사이즈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하다가 보면 땀도 차고 발이 너무 혹사 당해서 발이 붓는데 그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신발이 딱 맞는 사이즈를 신고 갔다. 게다가 신발에 모래가 자꾸 들어가서 발이 있을 공간이 부족해졌다. 거기에 발이 점점 불어서 임시방편으로 신발의 앞부분을 잘라냈는데 집에 돌아가 보니 계속 아프던 발톱 두 개가 빠져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배낭이 무거워서 더 힘들었다고 했다. 저렴한 장비를 구매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2~3kg정도 더 무거워 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km마다 세워진 CP(Check Point)에서 남은 물의 양을 체크하고 2.5L까지 채우라고 하는데 무겁기 때문에 굳이 꼭 다 채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사막은 모래와의 싸움이므로‘게이터(gaiters)’를 준비해 모래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강을 건너고 나서는 발을 제대로 말려줘야 발이 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역동적인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4 Deserts Race)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레이싱 더 플래닛(www.racingtheplanet.com)’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은송 기자 eun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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