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자기를 비추어 주는 거울
언어, 자기를 비추어 주는 거울
  • 편집국
  • 승인 2012.04.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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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기쁘거나 슬플 때에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에도 언어를 사용하며,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받아들일 때에도 언어를 통해 그것을 수용한다. 물론 사랑의 오묘한 감정이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 상태처럼 언어로 전달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언어를 통하지 않은 의사소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잠꼬대처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게 되는 말을 생각해 보면, 언어가 얼마나 사람의 정신세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수면 상태에서도 종종 놀라울 정도로 주변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 적절하게 대답하곤 한다.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적절한 언어로 반응하는 것은 언어가 인간의 정신세계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언어를 인간의 본능으로 해석하는 언어학자의 견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그런데 우리 학교 교정을 걷다 보면 학생들끼리 하는 말에 나란히 걷기가 거북할 정도로 낯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차마 글로 옮기기가 민망할 만큼,“X나 짜증난다”“X발, 디진다”등과 같은 말이 툭툭 튀어 나온다.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 주고받는 말이니 별 다른 격식을 차릴 것이 없는 편안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말투임이 틀림없다. 어떤 집단이든지 그 집단에서 공유하는 언어 표현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그 표현을 공유함으로써 개인은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억압된 감정이 언어를 통해 외부로 표출됨으로써 심리적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는 습관이며 자기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소중한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보고 자신을 다듬는다. 머리를 빗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는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를 비추어 주는 또 다른 거울인 언어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몇 마디 말을 통해서 금방 드러나게 되는데도 말이다.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는 파마를 하고 나서부터 주체적인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다소 기발한 내용의 인터뷰가 방송되었다. 예전에는 사람에게 있어 내면이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파마를 한 뒤부터는 사람에게 있어 외모와 형식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삶을 즐겁게 하는 기술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표현이 과연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표현일까? 혹시 내가 속한 집단에서 강요하는 표현은 아닐까? 내가 추구하는 나의 이미지는 과연 어떤 것일까? 행복한 자기 이미지를 꿈꾸고 가꾸려는 노력이 주체적으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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