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쇼핑행동은 어떻게 다른가?
남자와 여자의 쇼핑행동은 어떻게 다른가?
  • 편집국
  • 승인 2012.04.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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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쇼핑행동은 어떻게 다른가?

남녀의 차이를 얘기하자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익숙한 이 책의 제목만큼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성역할이 모호해지고, 강한 여성, 예쁜 남성이 트렌드인 21세기 초에도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남녀의 차이는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윤리, 경제학,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으며, 미국의 소비자학회가 성별-마케팅-소비자행동에 관한 학술대회를 2010년 10번째 개최하고 있는 것처럼 소비자행동 이해의 기본이다.

남자와 여자는 쇼핑행동에서 다르다

쇼핑에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쇼핑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주 쇼핑을 하는 반면, 남자는 쇼핑을 싫어하고 그래서 필요할 때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러한 남녀차이는 조사와 연구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American Demographics에 게재된 10년 전 조사(1998)에 의하면, 점포선택에서 남성과 여성 공히 합리적인 가격과 제품품질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 쇼핑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쇼핑은 즐겁고 휴식같은 경험이다. 쇼핑과 아이쇼핑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문항에 남성의 37%가 동의한 반면 여성은 67%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에서의 성별 차이는 쇼핑품목에서도 보였다. 29%의 남성만이 의류쇼핑을 즐기고 매장에 새로 나온 게 뭐가 있는지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 반면 여성은 48%가 이에 동의하였다. 두 배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차이였다. 남성에게는 쇼핑의 즐거움, 새로운 볼거리보다는 하기 싫은 쇼핑을 쉽고 빠르게 해 주는 편리함이 더 중요하였다. 그래서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점포를 선호하고, 쇼핑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줄 수 있는, 아는 것 많고 모르는 것 없는 판매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쇼핑행동에서의 남녀차이는 입증되고 있다

10년 후인 보다 최근 연구결과도 유사하다. 스탠포드대학의 조사(2007)에 의하면 쇼핑행동에서 남녀는 강한 차이를 보인다. 매장에서 상품의 대부분을 볼 때까지 둘러본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성의 경우 75%인 반면 남성의 경우 33%에 불과하다. 역시 두 배정도의 차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Wheeler는 의류쇼핑에서의 이러한 차이를 가능성과 목적에 의한 차이로 설명한다. 즉 여성은 가능성에 이끌린 쇼핑행동(possibility driven shopping behavior)을 하는 경향이 있어 특별히 필요한 게 없는데도 쇼핑을 가는 반면, 남성은 반대라는 것이다. 남성은 목적에 이끌린 쇼핑행동(purpose driven shopping behavior)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필요할 때만 쇼핑을 하고, 다른 제품을 쳐다보지도 않고, 일단 구매하면 바로 매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연구결과는 특별히 새로운 게 없는 듯하다. 그러나 Wheeler는 쇼핑에 대한 이러한 습성이 쇼핑과 무관한 후속결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밝혔다. 먼저 한 집단은 쇼핑에 관해 생각하게 하고, 또 다른 집단은 다른 주제에 관해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나서 이 두 집단에게 쇼핑과 무관한 결정을 하도록 하였는데, 즉 친구와 국토횡단여행을 할 경우 어떤 루트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하였다. 연구의 결과, 쇼핑에 관해 생각한 집단의 남성과 여성은 전혀 다른 루트를 선택하였다. 여성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여정을 택한 반면 남성은 목적지에 바로 도착할 수 있는 여정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쇼핑이 아닌 다른 주제를 생각한 집단의 경우 이러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쇼핑에 의해 활성화되는 생각들이 연상되는 후속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편 Verde group(토론토의 컨설팅그룹)과 Wharten school의 'Men buy, Women shop'이라는 2007년 연구는 남자는 사냥꾼(hunter), 여자는 채집자(gatherer)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즉 남성은 과업지향적인 반면 여성은 관계, 약속, 매장내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남성고객에게는 제품이 어디 있는지 직접 안내해서 보여주고 체크아웃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효과적인 반면, 여성고객에게는 다양한 스타일과 신제품을 보여주고 뭐가 제일 잘 어울리는지 결정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쇼핑에서 여성의 첫 번째 문제는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인 반면, 남성의 경우 매장 입구 가까운 곳에 주차공간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다시는 이 매장에 오고 싶지 않게 만드는 문제로는, 여성의 경우 자기 시간과 대화를 방해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판매원인 반면, 남성의 경우 게을러서 다른 재고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찾고 있는 제품으로 안내해주지도 않는 판매원으로 나타났다. 즉 쇼핑은 여성에게는 개인적인 관계와 관련되는 반면, 남성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것을 획득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남녀는 의사결정 및 정보처리 방식에서도 다르다

쇼핑행동에서의 남녀차이는 의사결정방식과 정보처리방식 등 소비자행동의 보다 구체적인 면에서도 다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Bakewell과 Mitchell(2006)은 최근 연구에서 남녀의 차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즉, 남성은 보다 실용적인 반면 여성은 보다 사회의식적이다. 남성은 쇼핑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싫어해서 쇼핑에 시간을 덜 쓴다. 특히 옷과 패션에 관심이 낮아서 의류구매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여성에 비해 친구들 의견에 신경쓰지 않고, 신속하고 부주의한 결정을 자주 하며, 보다 독립적인 반면 자신감있고 경쟁적이며, 외적 동기가 크고, 특히 금전적인 위험부담을 감수하려는 의사가 있다. 즉 남성소비자의 의사결정 성향은 여성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Kempf 등(2006)은 정보처리에서 남녀의 차이를 주장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꼼꼼하고 정교하며, 포괄적인 정보처리를 한다고 한다. 남성은 특정단서 의존적(item-specific) 정보처리를 하여 광고의 개별적인 속성이나 메시지단서에 집중하고 그 상호관계를 해독하려고 하지 않는 반면 여성은 관계적 정보처리(relational processing)를 하여 다양한 속성과 메시지 단서간의 상호관계, 유사성, 차이 등을 추구한다. 즉 남성은 정보처리 중에 가능한 한 가지 단서에 의존하는 반면 여성은 모든 가능한 정보를 조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만큼 남자도 쇼핑중독에 빠진다

쇼핑관련 연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다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은 의류 및 가정용품의 주 고객이어서 중요한 연구대상일 뿐 아니라 쇼핑을 좋아한다. 따라서 기꺼이 연구에 참여할 것이다. 쇼핑을 싫어하는 남성이 쇼핑관련 설문조사나 실험에 과연 쉽게 참여하겠는가? 이 때문에 최근 남성의 쇼핑행동은 상당부분 잘못 알려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술적 연구가 남성 쇼핑객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중독행동은 대부분 여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2006년 스탠포드대학 Koran의 연구에 의하면, 남성의 쇼핑중독 비율이 여성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금까지 쇼핑관련 연구들이 남성을 피실험자나 응답자로 자주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쇼핑중독 남성은 나서서 문제를 인정하는 걸 주저하지만 여성은 비교적 쉽고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여성의 쇼핑중독행동이 많이 연구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남녀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Koran의 연구에서, 남성 강박구매자는 구매품목에서 여성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옷, 보석, 화장품, 공예품, 가정용품 등을 구매하는 반면 남성은 기술제품, 카메라, CD, 책, 공구 등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쇼핑객을 위한 소매점포의 배려

남성이 특히 의류쇼핑을 싫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은 혼자이든 누구와 함께이든, 쇼핑동반자가 누구이든 쇼핑, 특히 의류쇼핑을 즐거워한다. 이러한 차이는 남녀커플이 함께 쇼핑할 때 갈등과 충돌로 나타날 수 있다. 쇼핑이 즐거운 여성은 더 많이 구경하고, 더 많이 입어보고, 더 많은 시간을 쇼핑에 바치고 싶은데, 같이 있는 남성은 전혀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가 쇼핑을 빨리 끝내기만을 바라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지겨워하면서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남녀가 함께 쇼핑하는 일은 예전보다 많아졌다. 소매점포는 쇼핑을 좋아하는 여성고객을 많이 유혹하여 마음껏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쇼핑동반자인 남성고객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소매점포는 남성고객의 지루함을 달래줄 서비스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이 투자는 결국 여성의 쇼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배제하여 자유롭게 쇼핑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이 실제구매자가 아닐 때조차 가구 내 구매결정의 90%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처럼 여성고객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Forbes(2007) 기사에 의하면, 미국의 백화점은 고급 Saks에서부터 중저가 Kohl's에 이르기까지 남성용 라운지가 보편화되고 있다. 여성 피팅룸 밖 혹은 내부에 거실과 같은 편안한 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대형소파에 음료수, 신문, 잡지, TV를 구비하여 여성이 착용 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며, 의자, 테이블 등 남성 휴계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시드니의 IKEA 매장에 관한 기사는 더욱 흥미롭다. 쇼핑동반 남성을 위한 휴계시설 Manland를 갖추는데서 나아가 거대한 매장에서 쇼핑에 몰두하고 있는 여성에게 30분마다 알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이 동반한 남성을 배려하게 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남성은 새로운 표적고객

남성전용공간 및 남성전용 휴계시설은 쇼핑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고객을 직접 표적화하기도 한다. 최근 꽃미남, 남성의 외모관심, 메트로섹슈얼 등의 트렌드로 남성도 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달라지고 있다. 이는 20-30대의 젊은 남성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노무족(no more uncle)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40-50대 남성도 외모, 패션, 쇼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 피부관리, 성형수술 등에서 남성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2007년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의 인기상품 베스트셀러 1위는 남성의 경우 마스크팩이었으며, 마스크팩 구매자중 40%가 남성이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는 2007년 남성은 IT기기(닌텐도, MP player)보다 뷰티(컬러로션 등)나 패션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여성의 동반쇼핑객으로서, 그리고 한때 여성용품이었던 화장품, 피부관리, 패션상품 등의 고객으로서 남성은 이제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남성의류의 매출 혹은 소비신장율이 여성의 그것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는 미국과 한국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남성은 여전히 여성과 다를 것이다. 이전보다 패션과 쇼핑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정보처리방식과 의사결정방식이 다른 남성은 여전히 신속히 구매함으로써 쇼핑을 빨리 끝내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남성을 배려한, 남성을 위한 매장과 전용공간은 어쩌면 더욱 더 중요하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원하는 최상의 상품을 찾아 여러 점포를 둘러보고 비교해보고 고르는 여성에 비해 한 곳에서 원하는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남성에게 보다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곳에서 조차, 남성이 쉽고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편리한 점포접근, 효율적인 체크아웃, 단순한 제품구성, 효율적인 POP정보 등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하는 남성소비자 시장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커질 것이며, 결국 외모와 패션과 쇼핑에 흥미를 보이는 남성소비자도 세분화될 것이다. 쇼핑행동에서 여성과 남성이 다른 것처럼 이제 남성들도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경 애(영남대학교 의류패션학과)
(유통저널 2008년 5월호의 칼럼을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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