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전쟁, 학생대의기구의 부재
등록금 전쟁, 학생대의기구의 부재
  • 박진규 씨(정치외교학 석사 3기)
  • 승인 2012.03.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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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등록금은 지난 해 대비 2.5% 인하되었다. 등록금이 내리긴 했지만 그 수준이 미미하다. 반면 같은 지역권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과 비교하거나 우리 학교가 지난 해 지역권 대학들 가운데 유일하게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하라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등록금 인하 정도가 낮은 만큼 우리 학교에서 등록금 문제는 더욱 첨예한 문제이고, 과중한 등록금에 대한 관심은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관심사는 누구에게도 대변 받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도, 등록금심의위원회도 등록금 인하를 입에 담지만, 진정성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전임 총학생회장은 “(대통령이)대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여주시고 생각해주신다”며 헌사하고 왔을 뿐이고, 현 총학생회장은 대통령과 단둘이 ‘셀카’한 장 찍고 돌아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 자랑스레 올렸을 뿐이다. 총학생회장은 전액장학금 수혜자이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두 젊은이의 헌사와 사진 한 장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총학생회장은 사적인 기회가 아니라 학우들의 표와 열망을 받은 대의기구로서 자리한 것이기에 처신이 달라야 했다. 학우들의 최대 공적관심사인 등록금 인하에 관한 의지를 대통령에게 분명히 전했어야 했고,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면 학우들에게 미안함이나 아쉬움을 보였어야 했다. 아무런 성과 없이 대통령에게 헌사하고 대통령과 함께 ‘셀카’를 찍은 것은 한 대학생으로서는 어울리는 일일지 모르지만, 총학생회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처사이다.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인 한 인사는 지난 2일 본지에서‘등심위의 전문성 부족’을 토로했다. 그는‘전문가가 아니니 학교 측의 예산안 설명에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호소하기 어려웠’고,‘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라고 했다. 결국 학우들의 관심 부재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학생회는 막대한 규모의 돈을 집행하는 큰 기구이다. 학우들이 내는 학생회비뿐만 아니라, 사실상 학우들의 등록금이라 할 수 있는 교비까지 지원받는다.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학생회는 주어진 돈으로 전문성을 갖추는 데 투자해야 했다. 학생회비나 등록금은 우리 후배들이 학생회장들 등록금에 보태라고 주는 장학금도 아니고, 틈만 나면 학생회가 벌이는 축제나 여행에 쓰라고 주는 행사비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등심위의 구조적 문제나 실질적 권한의 한계 등 현실적 문제는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그저 한탄만 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대의기구로서 얼마나 무책임한가?
공식 대의기구들이 대통령에게 헌사하고 대통령과 사진 찍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기에, 지난 학기 캠퍼스 일각에는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학우들의 서명을 받는 단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적잖은 이들이 성원했지만 그들마저 그것도 하나의 스펙이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언론 지면에 몇 번 등장하고 학내선거판에 등장해서 표를 끌어가고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등 개인적 소득을 챙기고 사라졌다.
하루 10시간씩 일을 해야만 겨우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후배 M을 알기에, 이제 새내기 대학생이 된 동생이 군대 갈 때까지 1년간 휴학하기로 한 후배 Y를 알기에, 그리고 이보다 더한 사연이 흔한 일임을 알기에‘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조소에도 고개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등록금으로 고민하고 고민하는 후배들의 이름을 빌려, 어떻게든 자식들 공부만큼은 한없이 시키려 고된 삶을 사는 우리 부모들의 이름을 빌려 자리를 차지했으면서, 지금도‘학우를 위해’라 외치고‘우리 부모들의 피땀’을 들먹이면서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미친 등록금’보다 더 거세게 비난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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