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구도에 따른 지방의회의 다양화와 의정활동 전망
정당구도에 따른 지방의회의 다양화와 의정활동 전망
  • 편집국
  • 승인 2012.03.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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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째를 맞은 2010년 동시지방선거 이후에는 적어도 지방의회 구성에서 대표기능의 개선 가능성을 엿보이는 등 정당정치의 발전을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지방의회 정당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지방의회 정당구도에 대해 천착한다.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종속이 심하고 지역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지역 내 정당구도는 지방의회 정치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당정치는 정당공천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정당공천제가 기초의회에까지 확대 적용된 것은 2005년이므로, 2006년 동시지방선거 이후 의회에 한정해 고찰한다.

정당구도와 지방의회 유형

지방자치제도상 지방의회는 각급 자치단체장과의 연계 속에서 가능하며, 중앙집권적 정당 구조상 지방 정당 활동은 중앙당의 영향력 속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국회의원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2004년 지구당 폐지 이후 시도당의 영향력이 작용했고, 정당 간 경합성도 정당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관계들은 지방 의정 활동이 지방의회 내 다양한 정당구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중앙당과 시도당 및 국회의원의 영향은 모든 정당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만큼 정당구도 구분에 변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당간 경합성과 단체장 소속만을 정당구도의 변수로 상정한다.우선 지방의회 내 정당 간 힘관계를 의미하는 정당 경합성을 기준으로 일당독점형, 일당지배형, 양당견제형, 정당약세형으로 구분하며, 이를 다시 자치단체장 소속 여부와 연결해 단체장다수형, 비단체장다수형, 분산형, 무소속 단체장형으로 나눈다. 이중 일당독점형과 일당지배형을 지배적 다수파 형성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범주로 묶어 단체장 정당 소속과 정당 간 경합성을 지방의회 정당구도의 두 기준으로 설정하여 다시 분류한다. 이에 기초해 지방의회를 분류하면 아래 표와 같이 일곱 가지 지방의회 유형이 도출된다.
우선, 의회 다수당이 존재하는 다수형 의회는 단체장 소속 정당과 의회 다수당의 일치 여부를 기준으로 단체장다수형, 비단체장다수형, 단체장무소속다수형으로 나눈다. 단체장다수형은 단체장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일치하는 유형이고, 비단체장다수형은 단체장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일치하지 않는 유형이며, 단체장무소속다수형은 무소속 단체장을 가진 다수형 의회를 말한다.
양당견제형은 단체장 소속 정당을 중심으로 하되 특정 다수당이 아니라 대립하는 양대 정당을 기준으로 하여 단체장양당견제형, 비단체장양당견제형, 단체장무소속양당견제형으로 구분한다. 단체장양당견제형은 단체장이 양대 정당 중 하나에 소속된 의회고, 비단체장양당견제형은 단체장이 양대 정당 외 제3당에 소속된 의회며, 단체장무소속양당견제형은 무소속 단체장을 가진 양당견제형을 의미한다. 반면 다당분립형은 단체장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모두 한 가지 유형으로 묶는다. 다수파가 형성되지 않은 채 다수당들이 분립하는 경우에는 단체장 정당 소속이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역의회 정당구도와 의회유형의 다양화

제5기(2006) 광역의회에서는 단체장무소속다수형인 제주도의회를 제외한 15개 의회 모두 단체장다수형이었다. 제주도의회는 한나라당이 의회 다수를 구성한 가운데 제4기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단체장이 무소속으로 바뀐 단체장무소속다수형이었다(안청시 외, 2002). 대전의 경우는 제4기 단체장양당견제형에서 제5기에 한나라당 주도 단체장다수형으로 전환되었는데, 이것은 2006년 4월 자민련이 해산함으로써 그 경쟁 정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를 장악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제5기 광역의회는 자민련이 사라지고 열린우리당이 새로 등장해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 경쟁한다는 새로운 특징을 보임과 동시에 지역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단체장다수형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충남에서만 55.3%를 차지해 근소한 다수를 확보했을 뿐 다른 한나라당 단체장다수형 의회에서 대개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서는 지역구 직접출마자 전체를 석권하는 등 압도적인 독점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열린우리당을 제외하면 민주당도 비록 두 지역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광주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직접출마자 전체를 석권하고 전남에서와 마찬가지로 90% 이상의 의석률을 획득하였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주의가 발호하는 가운데 주요 대도시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결과였다.
반면, 제6기(2010) 광역의회에서 이러한 현상은 크게 완화되었다. 단체장다수형은 다섯 개가 줄어 열 개로 나타났으며, 비단체장다수형이 처음으로 생겨나 네 개를 차지했고, 무소속 단체장 산하 다수형 의회가 증가했다. 이 변화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승리에 따른 결과이자, 자유선진당이 대전과 충남에서 선전한 결과였다. 그에 따라 대전에서 자유선진당의 단체장다수형 의회가 형성되고 충남에서 민주당 소속 단체장 하에서 자유선진당의 비단체장다수형 의회가 생겨났다. 또한 민주당의 단체장다수형 의회가 제5기의 두 개에서 다섯 개로 늘어났으며, 80% 이상을 획득한 독점적 다수형 의회는 열두 개에서 여섯 개로 줄어들었다. 이로써 광역의회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의회 유형이 선보이게 되었다.
종합해보면, 제5기에서 단체장다수형 의회가 93.8%를 차지했고 단체장무소속다수형 의회만이 예외적으로 6.3%를 차지해 단체장다수형 의회 일색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제6기에서는 단체장다수형 의회가 62.5%로 줄어들고, 단체장무소속다수형이 두 배로 증가해 12.5%를 보이는 가운데, 비단체장다수형 의회가 25.0%를 차지하면서 높은 비율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이 변화는 물론 자유선진당이 가세하면서 지역주의가 다시금 다양하고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그러나 주요 대도시와 제주도에서 다수당이 교체되고 비단체장다수형 의회가 상당수 등장했을 뿐 아니라 독점적 다수형 의회가 대폭 줄어든 것은 지방 정당정치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의회 정당구도와 의회유형의 다양화

기초의회에서도 제5기는 단체장다수형 의회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대구광역시 기초의회 8개가 모두 단체장다수형을 띠었고, 충청, 호남, 경남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단체장다수형이 80%를 넘었다. 단체장다수형이 압도적인 지역들 중에서는 단체장다수형 외에 단체장무소속다수형만을 일부 가진 지역이 부산, 인천, 경북이었고, 단체장양당견제형만을 일부 가진 지역이 서울, 광주, 대전, 강원이었으며, 무소속단체장양당견제형만을 가진 지역이 울산이었다. 이 지역들은 민주당이 장악한 광주광역시를 제외하면 모두 한나라당이 독주한 지역이었고, 단체장다수형 외의 다른 유형들은 모두 한 곳이나 두 곳에 불과했다. 경기와 전남 및 경남에서는 다수형 세 가지가 나타났으며, 충북에서는 단체장다수형, 비단체장다수형, 단체장양당견제형이 동시에 나타났다. 충남은 단체장무소속형 두 가지 외 나머지 다섯 가지 유형 그리고 전북은 비단체장양당견제형과 다당분립형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가지 유형을 모두 갖추었다.
제6기 기초의회의 정당구도는 제5기에 비해 더욱 다양해졌다. 단체장다수형 의회 외에 다른 유형이 하나만 나타나는 지역은 지역주의가 가장 강한 지역에 속하는 호남 지역에 한정되었다. 다수형 의회 전체를 보아도 역시 지역주의가 가장 강한 지역인 경북에서만 다수형 의회에 한정되었다. 경기와 충북, 충남, 경남은 다수형과 양당견제형 및 다당분립형을 모두 갖추어 가장 다양한 정당구도를 보였고, 대전에서도 비록 세 가지 유형에 한정되었지만 역시 다수형, 양당견제형, 다당분립형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기초의회를 각 유형별로 집계하면, 유형 수는 줄어들고 유형 내 분포가 다양해졌다. 제5기 기초의회에서 비단체장양당견제형이 존재했다가 제6기에서 사라져, 의회 유형은 전체 일곱 개에서 여섯 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단체장다수형이 제5기의 74.8%에서 제6기에는 16.5%p 감소해 58.3%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단체장무소속다수형과 단체장양당견제형이 각각 4.1%p 및 10.6%p 증가해 동일하게 15.8%를 보였다. 다당분립형도 제5기의 한 곳에 비해 제6기에는 열 곳으로 늘어나 4.0%p 오른 4.4%로 나타났다.
기초의회의 이 특징은 적어도 중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정당구도의 다양화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화는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기능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해소에도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가 처음 도입된 제5기와 달리 일정한 경험을 거친 후 제6기에 와서는 지역주의가 여전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에도 몇몇 지역만 제외하면 대부분 다양한 정당구도로 전환하면서 과거 지역적 독점 현상이 크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당구도에 따른 지방 의정활동 전망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지방 의정활동은 정당 소속이 다양한 의회에서 활발했으며, 한 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장악하는 독점적 다수형 의회에서는 소극적이었다. 이것은 동일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의원들과 집행기관 간에는 대립적 관계보다 협력적 관계가 구축되었음을 의미한다. 독점적 다수형 의회의 이러한 부정적 경험은 제6기 의회유형 변화로 볼 때 점차 해소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서 한결같이 독점적 다수형 의회뿐 아니라 다수형 의회 전체가 줄어든 대신 양당견제형과 다당분립형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체장 무소속 의회는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 유형에서 청원이나 의정활동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이 새로운 염려를 자아낸다. 그러나 단체장 무소속 의회가 많은 지역들에서는 대개 지역주의가 강력한 경우 당해 지역에 거점을 둔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 문제도 역시 지역주의 해소와 더불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또한 다수형 의회가 감소하고 양당견제형과 다당분립형 의회가 증가하고 있어 정당 간 경쟁 효과로 인해 시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소속 단체장을 둘러싼 정쟁을 극복하고 정책적 경쟁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제는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지방의회 정당구도도 발전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화된 의회에서도 정당 간 경쟁이 올바른 정책 경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곧, 지방 정치에서도 중앙 정치에서와 마찬가지로 핵심 정치행위자인 정당의 민주적 발전 없이는 지방의회나 지방 정당 정치의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병기(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국회입법조사처보』 통권 제9호(2011년 여름), 29~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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