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캠퍼스, 두 개의 졸업식
한 개의 캠퍼스, 두 개의 졸업식
  • 정치외교학 석사 2기 박진규
  • 승인 2012.03.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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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아트센터에서는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또 하나의 졸업식이 열렸다.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졸업식은 각 학과 수석졸업자들을 따로 모아 거행한 것이라 들었다.
많은 후배들이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며‘알바’하는 것이라 여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치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에서도 학과 수석의 성적으로 졸업할 만큼 열의를 다한 졸업생들에 대한 격려는 분명히 있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격려가 총장 명의의 상장 한 장, 그리고 그 부상으로 따라가는 만년필 한 자루를 넘어서‘그들만의’졸업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해 보인다.
‘그들만의’졸업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매년 졸업식이 다가올 때쯤이면 중앙도서관 입구는 바삐 오가던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로 곳곳에 걸린 현수막들 때문이다. 단순히 졸업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선배가 취업을 했고 어떤 선배가 어느 기업에 입사했다는 걸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정도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이지만, 학생역량개발처까지 매년 학교 이름으로 취업자 명단을 중앙도서관 정면에 게재하는 것은 과하고 과하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취업을 한 졸업생들의 성과는 격려할 수 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에 대한 배려는 결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배려하지 않는다. 정치외교학과 졸업식에서는 학과 조교가 일일이 취업조사를 했다. 졸업식을 마치고 학사모와 학위복을 반납하는 졸업생에게“취업‘못’하셨죠?”라고 묻는 것이었다. 학부모들과 친구들,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였다. 취업이‘하늘의 별 따기’인 이 시대에 취업을 묻는 일이 민망해서 일수도 있지만, 학부모들과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취업 ‘못’하셨죠?”라고 묻는 것은 아니고 아니다.
똑같이 4년을 고생했을 후배들의 졸업식을 보면서, 취업을 한 자와 취업을 하지 못한 자로 나눈 나의 시선 자체가 천박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취업을 한 자만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더욱 천박할 수 있다. 굳이 취업한 자와 취업하지 못한 자로 구분해야만 한다면, 졸업식이 취업하는 후배들에 대한 축하보다는 취업하지 못한 후배들에 대한 위로가 더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졸업식은 취업하는 자에 대한 축복의 장이고 취업하지 못하는 자를 두 번 죽이는 자리가 되고 있기에 아프고 아프다.
승자에 대한 축복만이 가득한 졸업식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 하나가 분명히 한 가지는 있을 수 있겠다. 성적이 상위권인 후배라면 따로 열리는‘그들만의’졸업식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할 것이고, 취업을 꿈꾸는 대다수의 학생이라면 취업자명단에 오르지 못하는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않겠다는 조바심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뿐이다. 결국 몇 사람들을 위해서 다수에게 상처를 주는 일밖에 없다.
다음 졸업식을 상상해본다. 재이수를 하더라도 평점 3.0이 되는 것은 결코 어려운 후배 M이나 평점 4.3으로 졸업을 꿈꾸는 후배 D가 같은 자리에서 졸업식을 하고, 취업한 졸업생들에 대한 현수막 숫자만큼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에 대한 현수막도 자리하는 것을 보고 싶다. 본지 지난 호에서 이효수 총장은‘긍정적인 문화’가 영남대학교의 경쟁력이라 했다. 그러나 졸업식에서는 그‘긍정’이 취업한 졸업생들에 대한, 성적이 좋은 졸업생에 대한‘긍정’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 서글펐다.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 성적이 좋지 못한 졸업생에 대한‘긍정’도 우리 학교의 남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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