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위한 아버지
후배들을 위한 아버지
  • 박진규(정치외교학 석사 2기)
  • 승인 2012.03.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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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름대로’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아버지들은 이야기했다. 생각만큼 공부가 되지 않아서 고민할 때에도, 취업이 되지 않아서 좌절할 때에도,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에도 아버지들은 이야기했다. 형편 상 꿈을 접는 경우도 많았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에도, 배고파 하루 세끼 챙기기도 어려웠던 그 시대에도 우리는 이만큼 이겨냈다고. 밥 먹여 주고 학비 다 대주는데 너희가 할 고민이 무엇이냐고. 다 배부른 고민이지 않느냐고.
물론 우리 아버지들의 성과는 존경받을 만하다. 우리 부모 세대는 한국전쟁의 혼란 직후에 태어나 무엇 하나 제대로 없던 이 나라를,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만치 꾸며냈다. 누군가는 한 전직대통령 덕분이라 하기도, 누군가는 한 우방국의 원조 덕분이라 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 아버지들 모두의 헌신 덕분이다.
하지만 나의 스승이 자주 하는 말씀처럼, 어느 시대든 각자 그 시대의 결핍과 어려움을 먹고 산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겪은 결핍과 어려움이 물질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 세대는 물질적인 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지만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새로운 가난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과연 그 결핍과 아픔을 공감하던 이 시대의 아버지는 지금껏 몇이나 있었던가?
지난 한 해 젊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이는 현빈, 아이유 말고도 몇 명 더 있다. 안철수 교수, 박경철 원장, 김난도 교수 등이었다. 그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인 강연은 인기연예인 콘서트 이상의 열기를 일게 했고, 그들이 내놓은 책 판매량은 하루하루 쌓여갔다. 그들의 힘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는‘정의’와‘희망’에 대한 욕구에 인한 것이라 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단순히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 보기도 한다.
여러 분석들이 있지만, 나는 안철수 교수, 박경철 원장, 김난도 교수 등이 이끈 열풍의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아버지들과 달랐기 때문이라 본다. 안철수 교수는“7~8명 혹은 그 이상이 겪는 문제라면 사회구조적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해야 할 것”이라 젊음들의 자책감을 달랬고, 박경철 원장은“실패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나아가 그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젊음들의 실패를 위로했고, 김난도 교수는“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지만 아름답다”며 젊음들의 아픔을 다독였다.
나에게도 몇 명의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는 모두 나의 스승들인데, 나를 대하는 방식에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우선 내가 실패했을 때 반응이 대조적이다. 한 아버지는“괜찮아. 뭘하든 밥은 다 먹고 살아”라며 격려해주시고, 한 아버지는“그게 네 한계”라며 철저하게 어쩌면 냉혹하게 내 실패요인을 분석케 해주신다. 내가 커피를 만들겠다며 연구실에서 원두를 볶고 갈 때에도 한 아버지는“이런 것도 하면 좋지”라며 격려해주셨고, 한 아버지는 시간 뺐길 수 있다며“당장 치우라”고 하셨다. 내가 어려운 시험에 나섰을 때도 한 아버지는“시험에 실패하더라도 내 제자임에 틀림없으니 열심히 해보라”며 격려하셨고, 한 아버지는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설명하시며 격려를 주저하셨다.
물론 나는 이 모든 아버지들이 소중하다. 더욱이 마음이 너무 약한 나라서, 한 번도 공부다운 공부를 해본 적 없을 만치 게으른 나라서 나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비판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후배들에게는, 그리고 다른 많은 젊음들에게 있어 이 시대에 필요한 아버지는 다르다. 나에게만은 딱 부러지고 잔인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길은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후배 K에게도,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등록금을 벌면서 힘들게 공부하는 후배 H에게도 필요한 아버지는 다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음들에게는 더 많은 안철수가 필요하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배할 새 학기에도, 젊음들에게 더 많은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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