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읽고, 정작 계발은 하셨나요?
자기계발서 읽고, 정작 계발은 하셨나요?
  • 정은송 기자
  • 승인 2012.03.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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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그만 읽어라

한권이면 충분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다. 자기계발서는 원래 경제 경영 분야에 속하는 서적이었다. 그런 자기계발서 시장이 커지면서 분화됐다. 출판량이 많아지면서 2009년에 새로 생긴 분야가 바로‘자기계발서’이다. 현재도 트렌드에 맞춰 계속 새로 생기고 있는데 자기계발서가 과연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사람 말고 책 말이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시중에는‘꿈꾸고, 혁신하고, 계속해서 노력하라’라는 똑같은 성공 방법과 과정들이 적혀진 무늬만 자기계발서 책들이 많다. 김 모 씨(행정학3)는“자기계발서 왜 읽느냐. 그런 책 읽다 보면 결국엔 다 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성공한 사람 얘기만 나와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읽으면 괜히 나만 답답해진다”고 했다.
◆자기계발서는 무엇인가?=자기계발서의 정의는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슬기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자기계발서는 한국십진분류표(Korean Decimal Classification: KDC)에 따르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사회과학 분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주로 성공, 리더십, 행복론, 인간관계, 설득, 시간관리 등의 내용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연령대별로 자기계발 지침서를 분류하는 서점과 출판사도 있다.
◆많이 팔리는 도서, 한계점은?=최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 전국 주요 대형서점 7곳의 베스트셀러를 조사했을 때, MBC 수목드라마‘해를 품은 달’드라마 열풍으로 정은궐의 소설해를 품은 달(파란미디어, 2011)이 최고를 차지했고, 바로 다음은 자기계발서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Stuart Diamond)의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 2011)가 차지했다. 이는 기존 대부분의 베스트셀러에서 상위권이 소설 등의 픽션이 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요즘 독자층의 관심사가 달라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주로 말하는 것은‘개인의 노력’과‘실천’이다. 이러한 책은 말하는 원칙대로만 따라하면 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계발서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사람들의‘일반적인’원칙인 탓에 개인의 둘러싼 주위 환경에 따라서는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기계발서보다 인문학·고전이 좋아=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수년간 사람들이 사회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늘었다. 이에 자신만이 의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계발서 판매율이 늘어나는 것 같다.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읽는다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자기계발서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안목을 길러야 한다.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의 일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자기계발서보다는 오히려 인문학이나 고전에서 얻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모 씨(경영학4)는“평소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기계발 분야는 별로 안 읽는 편이다. 자기계발서를 다독하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읽고 따라하려고 하는데 작심삼일에 그치는 일이 많아 다른 분야의 실용서나 수필을 즐겨 읽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자기계발서, 도움될까?=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자기계발서에만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나 자신답게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인지한 새로운 분야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세상에서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가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역설하는 허병민의메이드 인 미(made in me)(비지니스맵, 2012)는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따라하다 보면 진정한 자아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성공법칙대로 따라하여라’라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또한 미키 맥기(Micki McGee)의자기계발서의  덫(모요사, 2011)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열심히 살아라’고만 하는 지침들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상적인 모델과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라하지 마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책들이 나오는 현상에 대해 김철민 씨(지역및복지행정4)는“자기계발서의 지침들이 많이 비슷한데 이는 소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기계발서가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좋게 생각한다”며 자기계발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가졌다.
자기계발서의 실제 효용성에 관해서 김 씨는“자기계발서를 읽고 자신이 부족한 점을 고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며“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읽더라도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고 안주한다면 오히려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앞서 말한 행정학과의 김 모 씨는“자기계발서를 읽음으로서 자기 위로가 된다지만 읽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하면 자신에게 맞는 목표와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애플의 창의성, 삼성은 이길 수 있나
잡스의‘인문학’을 배우자

삼성 대 애플.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말기로 사임하면서 후계자로 팀 쿡이 애플최고운영책임자가 됐다. 애플의 주식은 하락했고 삼성의 주식은 올랐다. 이에 사람들은 삼성이 이긴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평론가들은 창의력의 대결에서 결코 삼성이 애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애플이 인문학에서 창의력을 얻어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때 삼성은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삼성은‘애플 따라 하기’로 법적 소송을 제기받기도 했고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인 생각은 학습된 것도 기술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인문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말한다.
무엇보다 잡스는“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람들과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일에 임했다. 이는 아이튠즈의 개발에서 발견된다. 인터넷에서 불법다운로드로 음악공유가 판을 치자 음반사와 아티스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불법다운로드 근절을 위해‘적발’과‘처벌’을 해결 대안으로 생각했지만 잡스는 사람들의 불법복제 행태는 누구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잡스는‘아이튠즈’라는 새로운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가 생각해 낸 방안은 공정한 가격을 지불할 만한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진보된 환경을 제시해 주며‘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처벌과는 전혀 다른 합법적인 대안을 제공했다. 사람들의 진정한 요구를 알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잡스는 창의성을‘가치관의 문제’라고 지적하며“우리가 만들어 내는 결정과 행동은 가치관의 표출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더 많은 기능, 새로운 기술적 차별화를 두어 소비자를 유혹하려 할 때 잡스는 출발점을 사람으로 했다. 인문학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임을 감안할 때, 인문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만성, 큰 그릇은 늦게 완성? 아니다!
고전(古典) 제대로 교훈 얻자

논어, 도덕경, 장자, 열하일기, 손자병법…의 공통점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이 동양 고전들의 제목은 알지만 막상 읽어 본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사자성어도 마찬가지이다. 들어는 봤지만 그 속에 담긴 숨은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수주대토’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대부분은‘어떤 농부가 어느 날 토끼가 밭 가운데 있던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은 것을 보고는 농사는 때려치우고 다시 토끼가 부딪쳐 죽길 기다린다’는 것으로 안다.
이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시대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였다. 생존을 위해서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옛 것을 고수해서는 경쟁시대에서 도태되고 혁신과 변화만이 사람의 삶을 보장했지만 그 때는 복고주의가 성행해서 발전을 막고 있었다. 바로 이 때 복고주의자들을 향해 한비자가‘수주대토’의 고사를 말하면서 가치의 혁신을 추구해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또한 사자성어‘대기만성’을 풀이할 때 사람들은 주로‘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뜻을 떠올린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길 이 풀이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기만성의 만(晩-늦을 만)자가 부정을 뜻하는 면(免)자로 쓰인 판본이 많다는 것을 지적한 후 저자는 대기만성은‘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고 풀이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즉 가장 큰 그릇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순간 더 큰 크기의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위대한’것보다 ‘나아져 가는’과정을 더 아름답게 보아야한다는 사자성어의 뜻을 재해석하게 해 준다.
우리는 이제껏 단지 고사성어의 문자적인 측면만 풀이했다. 이와 다르게 저자는 동양철학과 전공답게 고전과 철학을 부드럽고 친근한 문체로 풀어냈다. 제목이3분 고전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고사성어를 한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총 114개의 고사성어를 알기 쉽게 풀이해 삶의 지혜를 고전에서 찾는다.

정은송 기자 eun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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