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탄생의 비화
학교탄생의 비화
  • 최민정 씨(불어불문2)
  • 승인 2012.01.3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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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치 않게 알게 된 것이 우리 학교가 탄생 하는데 ‘경주 최 부자’라고 널리 알려진 가문의 기여가 컸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이 발동해 부랴부랴 검색을 해보았다. 조선시대 때부터 양반가로 12대 동안 400여 년의 부를 누렸던 가문이며 가문의 12대인 최준(1884년-1960)이라는 분이 교육과 인재양성에 뜻을 두고 우리 학교 설립에 전 재산을 기부했다고 한다.
400년! 단숨에 재벌이 되었다가 ‘재계의 별똥별’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추락하기도 하는 요즘의 세태에 비하면, 가히 놀랄만큼 긴 세월을 부자로 지내왔다. 워렌 버핏은 주식 투자, 빌게이츠는 소프트웨어의 황제로 부자가 되었다면, 이들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다. 본디 양반이라는 가문에 땅을 일구는 농업으로 말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의 ‘대지’에서의 주인공 왕룽과 같은 방식으로, 풍년에 비축하고 흉년을 견뎌내고 날씨를 예측하며 땅을 늘리고 수확하는 것으로 부자가 되었다.
‘어떻게 부자가 되었냐는 것’에 대해 서점에는 수많은 서적이 쏟아지고, 누구나 갈망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주목받는 것은 그 방법이 아니라 부자가 된 이후에 있다. 경주 최 부자가 의 철학이 담긴 방침을 슬로건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공표하던 CF가 기억나는 분이 있으신지? 몇 가지 방침을 소개하자면, ‘재산은 만석이상 모으지 말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이 들었을 때는 땅을 늘리지 말라’, ‘금전이란 분뇨와 같아서 가만히 놔두면 썩어서 냄새가 진동하고 널리 고루 퍼트리면 거름이 된다.' 등이다. 가진 만큼 나누면 더 많은 것이 자라나고, 내가 더 많이 가지려고 남을 고난케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비유적인 표현도 마음에 들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자의 윤리 방침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에서도 최 부자가 의 철학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최 부자 가의 실제 시조인 ‘최진립(1568-1636)’은 임진왜란 때에 의병장이 되어 삼남지방에서 왜군과 싸웠는데 그 후 1671년, 삼남에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허다하자 그의 후손인 3대 부자 최국선이 “많은 사람들의 굶주림이 이지경인데 재물을 아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가” 한탄하며 자신의 곡간을 헐어 경주인근과 경상도 일대의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였다고 한다. 제1대부터 12대 에 이르기까지 그 철학을 몸소 실천하셨음에 대단하며, 그런 철학을 가진 가문의 기여가 시초가 된 것이 나의 캠퍼스인 것에 기쁜 마음이 들고, 나도 좋은 뜻을 새기고 학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가난 하다면 슬퍼하고 악착같이 하게 되며, 부유 하다면 거만하고 사치도 많이 하는 세상이다. 그렇게만 하지 말고 일찍이 최 부자가의 마음을 가지고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어보는 것도 괜찮을 손 싶고, 한 달 용돈 중 에 천원쯤은 정기 기부하는 곳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돈 한 푼이 새로이 보일 기회가 될 것이며, 마음 한 켠이 넉넉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지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훗날 당신이 부자가 된 다면, 그냥 돈만 많은 사람이 아닌, 존경받는 부자가 될 것이다.

* 삼남지방 [ 三南地方 ]
  충청남북도ㆍ전라남북도ㆍ경상남북도를 함께 지칭하는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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