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 조국 교수, 폴리페서 논란의 종지부찍다
'강남좌파‘ 조국 교수, 폴리페서 논란의 종지부찍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11.11.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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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인문관 102호에서 교수회 주최로 조국 교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강연이 열렸다. 이 강연에는 많은 학생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꽉 채웠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많은 학생들의 질문을 받지 못한 채 강연을 마쳐 학생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영대신문이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조 교수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엘리트이면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강남 좌파’라는 수식어를 쿨하게 받아 들이는 지식인. 특이한 이름과 달리 수려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져 부드러움을, 반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냉철함을 가진 그를 만났다.

◆이름과 외모로 학창시절 사람들의 눈길 끌어=‘조국’은 국어사전에서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혹은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로 설명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조국 교수는 이러한 특이한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조 교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사주팔자를 보고 외자로 이름을 선택했다. 성명학적으로도 굉장히 센 이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버겁기도 하다”며 자신의 이름에 대한 느낌을 내비쳤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수업 시간에 계속 이름이 주목 받았다 . 그만큼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기 쉬웠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며 이름에 대해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름도 특이해 기억하기 쉽지만 조국 교수를 한번 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상당히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꽃중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대해 그는 “이름도 특이하고 외모도 당시에 눈에 띄어서 입에 많이 올랐다”며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했다. “알지도 못하는 여학생이 내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나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녀서 황당했다”며 절대 자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치참여와 정치적 발언은 지식인의 임무=이렇게 특이한 이름과 수려한 외모를 가진 조 교수이지만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냉철한 지식인으로 변한다. 이같은 조 교수의 정치참여와 정치적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폴리페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그는 “통상적으로 폴리페서는 학교 행정에 지장을 주고 수업과 연구를 방기해 학사행정에 지장을 주면서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 교수를 지칭하는 것인데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재완, 이주화 장관은 7~8년째 대학 교수를 휴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교수는 정당가입과 정치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정치참여와 정치적 발언은 지식인의 임무이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다. 이같은 비판은 반대진영의 영향력 있는 교수 지식인의 발언을 막는 정치적 프레임이다”며 조 교수에게 제기되는 비판을 일축했다.


◆우리나라 정치의 위기는 인정, 정당은 필요=조 교수의 정치참여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멘토단을 자처하며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박원순 변호사 등 비정치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정당이 포섭하는 계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이 더 많다. 이는 정당정치의 취약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민들이 기존 정당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한국 정치의 위기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정치의 위기는 인정하면서도 정당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는 “‘박원순, 안철수 현상’이 정당 무용론으로 가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한국은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정당은 필수적이다. 정당은 없어져서는 안되고 단지 혁신되어야 할 뿐이다”고 밝혔다.


◆SNS, 필요하지만 중독되어선 안돼=박원순 서울시장의 멘토로서 선거의 승리를 이끌고 조 교수는 SNS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SNS 활동을 접고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소설같은 기사이다”며 반박했다. 또한 그는 “SNS 중단은 항상 해오던 일이다.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6월~8월, 그리고 12월~2월에는 중단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터넷 사용에 대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다. 그렇지만 SNS는 지금 시대에 필요하다. 때문에 SNS의 사용은 해야겠지만 가끔씩 인터넷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국 교수는 얼마 전 트위터에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다면 망사스타킹을 신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나는 꼼수다’ 팀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투표율이 50%가 넘으면 조국 교수에게 망사 스타킹을 신기겠다고 일방적으로 얘기했고 똑같은 약속을 하게 됐다. 물론 망사스타킹을 신게 되면 수많은 욕과 비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감수하고 약속을 한 이유는 4월 총선이 서울시장 선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고 했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추구하는 것=조국 교수의 인기를 더욱 가속화 시켜주게 된 것이 바로 ‘진보집권플랜 북 콘서트’이다. 그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와 함께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두고 조국 교수를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17대 대선 당시 문국현 전 의원과 연결 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책 서두에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때문에 정치인으로 출마하기 위해 책을 발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책을 발간할 당시 박근혜 대세론으로 인해 진보진영은 실망, 절망과 냉소의 상태에 있었다. 이같은 현상을 바꾸고 싶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 콘서트가 대중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진 것 같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언론은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야=우리나라의 언론은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각자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조 교수는 “언론도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로 나눠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언론은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양쪽 입장을 듣고 독자가 판단하게 하는 것이 옳다. 사실과 가치를 잘 결합해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있는 것이 극심하다. 하지만 진보가 대학생들에게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질문에 조 교수는 “외국에서의 합리적 우파는 우리나라 우파의 모습과는 다르다. 합리적 우파는 중요한 가치인 노동과 복지를 외면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합리적 우파는 노동과 복지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좌파’이고 ‘빨갱이’로 취급된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경써야할 부분이다”며 보수에 대한 정책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문화적으로 보수는 권위주의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해서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만이 강조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보수도 수평적 소통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문화적인 부분에서 보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FTA, 필요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최근 이렇게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 한·미 FTA이다. 이에 대해 그는 “FTA는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경제구조가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농촌문제나 우리나라가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반대의견이 많기 때문에 지금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논의를 좀 더 한 후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FTA를 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대학생의 문제, 국가의 개입 필요=정치참여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조국 교수, 과연 그는 우리 대학생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청년실신’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청년이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문제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같은 문제는 현 집권당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등록금 문제의 경우에 이명박 정권은 등록금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 내릴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현 정권이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알바를 통해 등록금을 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을 해야 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직·간접적인 방법 또는 권유, 제안, 압박으로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 단번에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등록금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을 해도 정규직 취업이 어렵다. 이렇게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면서 다른 문제도 파생된다. 전형적인 시장 실패 상황이다. 또한 대기업의 이윤은 사상 최고이지만 고용은 하지 않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국가가 모든 부분에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성장의 실패는 국가가 조정해야 한다”며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생들, 스펙 이외에 특화된 뭔가 만들어야=이러한 대학생들의 문제에 대해 조 교수는 학생들의 역할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대학생들은 스펙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스펙은 모두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스펙이다. 물론 영어공부는 해야 하지만 토익이나 토플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막상 졸업하면 그걸로 취업이 되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이 모험적이고 도발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학점관리만 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학과공부 뿐만 아니라 세상 공부도 중요=마지막 질문을 마치고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는 질문을 드리자, 잠깐 생각한 뒤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대학생들의 문제가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도,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 교수는 “대학생들은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다. 따라서 뭔가를 바꿀 수는 없지만 투표를 통해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학생들이 요구하는 바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 공부도 중요하다. 자신이 살지 않는 지역,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껴보면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언론에서 보이는 조국 교수는 정말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부드러운 남자였다. 말 그대로 수려한 외모와 낮은 목소리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조국 교수를 얘기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지식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정치참여와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조국 교수를 바라보며 21C의 참 지식인상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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