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속, 교수님 이야기'
'강의 속, 교수님 이야기'
  • 남경순 명예기자
  • 승인 2007.04.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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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앞둔 염홍경 교수(독어독문학)
△ 교수님 강의에는 유독 정세에 대한 자료와 이야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방황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지적 호기심이랄까 아무튼 그런 게 아직도 강해. 방황은 아니고 어떤 분야든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이 흥미롭기만 해. 공부를 하는 건 서로 관계없는 것 사이에서 연관성을 발견하는 거 아니야. 책 소개 글을 보면 흥미가 확 발동되지. 역사 같은 게 특히 재미있고. 그런데 요즘에 눈이 안 좋아서 1시간 읽으면 1시간을 쉬어야 해. 이제는 책을 살 때 내가 금생에 읽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지.”

△ 이 시대를 문학사조 중 하나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사조의 혼란기지. 어떤 사조든 지배적인 사조가 없어. 낭만주의 이후 어떤 사조가 전체를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갔어. 가령 19세기 중엽의 유럽으로 말하면, 전혀 상반된 사조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해. 한 개인 안에서도 그렇고. 맑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그런 말을 했지. 자본주의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모든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이 수증기처럼 날아가 버렸다고. 경계선도 사라지고 고정적인 실체가 사라진 거야. 이제는 막 뒤엉켜서 들끓고 있는 거야.”

△ 잃어버린 ‘고향’에 관한 단상

 염 교수님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경상북도 봉화군과 충청남도 공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 합격한 후에는 홀로 서울생활을 했고, 우리대학에 임용되면서 대구로 내려왔다. 이동 많은 그의 삶 때문일까, 요즘 그는 수업시간 곧잘 고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향을 ‘가슴에 소금을 뿌린 것 같은 실제적인 고통을 수반한 아픔’이라고 표현한 그. 그는 ‘나에게는 고향이 없다’라고 말한다. “나는 어디도 고향 같지 않아. 그런데 그건 현대인도 마찬가지야. 신석기 시대 이후 인간은 오랫동안 정착생활을 해왔어.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서 그 정착생활이 허물어졌지. 어느 누구도 고향다운 고향을 이젠 안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이 고향상실자이고 뿌리 뽑힌 사람이야. 나는 일찍이 그렇게 됐고, 다른 사람들도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고. 100년 전 발표된 미국 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산업화에 의해서 변화된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주인공을 표현한 거야. 고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그게 바로 이 산업화 시대의 인간의 운명, 즉 고향상실의 운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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