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취업률
철학과 취업률
  • 이종왕 교수(철학과)
  • 승인 2011.11.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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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학과평가에서 영남대 철학과가 전국 대학교 철학과 중에서 9위를 했다. 참으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근데 그렇게 만은 들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재 진행 중인 학교평가 및 학과평가 특히 교육부의 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평가가 취업에 있어서 수도권 대학 졸업생과 지방 대학 졸업생간의 실재하는 차별의 문제를 도외시한 획일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문제점을 포함 한다면, 학과평가의 문제는 대학에서의 다양한 학문의 존재이유와 그 특수성을 도외시한 단순한 취업률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문제와 같이 있다. 철학은 학문의 본질적 특성상 취업을 위한 기술이나 경제 또는 제정의 실제 및 원리를 배우는 일차학문이 아니다. 차라리 철학은 각 학문이 사용하는 언어와 논리 및 그들을 가능하게 하는 의식내용의 분석 등에 치중하는 이차학문에 더 가깝지만 반드시 종합대학에서 가르쳐야할 학문의 내용을 포함한다.
물론 철학이 반취업적인 학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연계전공 및 복수전공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얻은 취업의 기술을 언어와 논리의 능력으로 배가하여 더 우수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식·정보·창의성이라는 특수한 문화 코드는 철학 전공자들의 진로와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학계, 교육계, 예술계, 언론계, 출판계 등 전통적으로 철학전공자가 많이 활동하던 영역에서부터 이제는 광고, 기획, 외교,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제반 분야에서 철학 전공자의 수요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중요성과 진보적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의 조금만 차이가 철학과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중앙대학교에서 두산그룹의 이름으로 정식재단이 들어서고 진행되었던 구조조정에서 인문대학에서는 철학이 전공으로서가 아니라 학과로서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한 가지 획일적 기준으로 대학에서의 철학의 존재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이다. 철학은 화려할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지만 그 학문의 내용적인 특성상 종합대학에서는 반드시 가르쳐 져야할 학문이다. 수능에서의 언어로부터, MEET·DEET(치의학대학원시험), PEET(약학대학원시험), LEET(법학대학원시험), 공직적격성시험에서의 논리·논증·추론·논술에까지 모두 바로 철학이 담당해야하는 부분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지금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공직자, 전문인, 정치인과 일반인 모두 회복해야하는 도덕성의 본성과 기준을 만드는 윤리학 또한 철학의 가장 중요한 분과학문 중 하나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철학에 대한 차별은 심지어 대학 내에서 조차도 실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중앙일보 학과평가의 결과는 지방대라는 취업률 평가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룬 쾌거이다. 이것이 영남대학교에서 만이라도 그런 차별의 눈초리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는 결과로 작용 했으면 한다. 실제로 우리 영남대 철학과는 1947년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설립되어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그 동안 사회 각계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인재들을 배출하였다. 전국 각 대학 철학과와 다른 학과에서 활동하였거나 활동하고 있는 50명 이상의 교수, 중등학교의 교장, 교사를 비롯한 교직, 시인, 연극 연출가 등의 문인들, 성직자들, 그리고 언론사와 기업의 지도급 인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런 우수성은 중앙일보의 평가에서도 교수연구업적 1위의 형태로 나타났다. 차별과 불리함을 넘어서 이루어낸 업적이라 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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