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그 씁쓸함에 대하여
복사…그 씁쓸함에 대하여
  • 편집국
  • 승인 2011.11.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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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다가 언뜻 어떤 학생의 책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책이 뿜어내는 종이의 색깔이 달랐다. 그러고 보니 옆의 학생 책도 그랬다. 별거 아니라며 그냥 지나쳐도 될 성 싶었지만 그날따라 눈에 보이는 책이 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궁금증의 연결고리로 이어졌다. 복사본 책이었다. 물어보니 학교 복사실에서 제본까지 해서 팔고 있다고 한다. 수업을 듣는 서른 명의 학생 중 열한 명이 이렇게 복사본 책을 들고 있었다. 우리 학교 교수들이 지어서 우리 학교 출판부에서 만들어 낸 책을 이렇게 버젓이 우리 학교 복사실에서 복사본으로 팔고 있다니,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들은 보통 눈에 보이는 형체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선뜻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책을 지은 사람은 엄청난 시간을 그 속에 투입했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그냥 어느 날 불쑥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지난한 경험과 노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적재산권은 그 노력의 시간들을 보상해주기 위해 만든 것인데, 우리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것만 돈의 가치로 환산한다. 책이라는 하나의 현물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내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노력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대학가에서 복사본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현상을 단지 복사본을 쓰는 학생의 잘못으로만 돌려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는 출판사나 독자의 잘못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저자의 잘못도 있다고 봐야 한다. 출판사는 책을 너무 화려하게 만들고 종이도 지나치게 고급 종이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은 무겁고 값은 올라간다.  책을 만들 때 저자들도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수업 교재로 만들면서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어 책값이 너무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떤 강의는 그 두꺼운 교재의 절반도 진도를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생들이라고 왜 복사본을 사고 싶겠는가? 예전에는 부모님께 책값을 받아서 엉뚱한 데에 돈을 쓰고 수업시간에는 친구 책을 빌려보고 하던 것이 하나의 추억처럼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도 1987년에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한 국가여서 저작권 침해는 당연히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지난해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9월 한 달 동안 8천 건이 넘는 불법복사를 적발해서 16명을 사법처리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은 4년간의 대학교 생활을 마치면 사회에 나가서 건강한 구성원이 되어야 할 미래의 희망이다. 이런 학생들이 생활 속의 불법 행위를 그냥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작은 습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자신의 건강한 습관 형성을 위해서라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우리 학생들이 지적재산권을 가진 창작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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