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앞둔 사랑하는 제자 Y군에게
취업을 앞둔 사랑하는 제자 Y군에게
  • 중국언어문화학부 최환 교수
  • 승인 2011.09.2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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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군!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군. 며칠 전 면접시험 보러갔다가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 채 풀죽은 모습으로 돌아온 너를 보고, 말로만 용기를 내라고 하면서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단다. 요사이 취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선생님으로서 너희들의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갈수록 더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는구나.
Y군! 언제부터인가 너희들은 입학 때의 그 장대하고 멋진 이상과 꿈을 접어버리고 그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너희들에게 그 이상과 꿈에 대해 너무 달콤하게 얘기했던 내 자신,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요즘 너희들을 보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간이 아닌 세상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는’ 마치 사회라는 큰 기계 안의 부속품이 된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단다. 그리고 ‘대학문화’는 거의 사라지고 이른바 ‘스펙문화’가 주류가 된 요즘의 캠퍼스가 약간은 살벌하기조차 느껴진단다. 하지만 어쩌겠니. 현실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지 않겠어? 너희들은 아직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청춘이 아니겠어. 지금은 그 ‘청춘’을 차디찬 경쟁의 굴레 속에 던져 이겨내는 것이 급선무라면 급선무이겠지.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말이야.
Y군! 나는 지난 학기부터 우리 학부의 취업담당교수라는 보직 아닌 보직을 맡아서 너희들의 취업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보고 있어. 이 일을 맡은 후 나는 ‘취업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얼마간은 너희들의 입장에 서서 알게 되었어. 그리고 취업담당교수로서의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느끼기도 하였지. 내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여 시도도 해보았지만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어.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것은 바로 선생님들의 관심과 격려가 너희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그동안 너희들의 취업에 너무 무관심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었지. 실행에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관심’과 ‘격려’인데 말이야.        
Y군!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중국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에 활동한 사상가 중의 하나인 묵자(墨子)라는 사람이 있어. 아마 너도 그가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사실쯤은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내가 묵자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사람의 근로와 노력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운명론을 철저하게 부정했기 때문이야. 그것은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보면 대단히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지. 또 다른 각도에서 눈여겨 볼 것은 묵자가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인간을 각별히 존중하였다는 사실이야. 이는 역설적으로 묵자가 당시 총체적 난국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운명론에만 기댄 채 자신들의 생업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일 수도 있을 거야.
Y군! 청춘은 긍정적인 힘의 원천이면서 ‘노력’과는 가장 친밀하나 운명론과는 가장 거리가 먼 말이라고 할 수 있지. ‘긍정적인 힘으로 열심히 노력하니까 청춘’이 아니겠어? 특히 힘든 시기일수록 말이야. 요사이 너희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에서도 어려운 시기 그 어려움을 극복하러 동분서주하는 청춘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려는 저자의 의도를 읽을 수가 있더군. 아무튼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보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Y군! 이제 낙담을 거두고 다시 일어서 힘차게 도전하는 ‘청춘’이 되길 바라겠어. 앞으로 네가 헤쳐 나갈 취업의 길에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몰라. 그럴 때면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도전하기를 바랄게. 나는 너의 뒤에서 별로 힘이 들지 않는 ‘관심’이라도 성실하게 보여줄 것을 약속하마. Y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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