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스마트폰 체험관이?
학교에 스마트폰 체험관이?
  • 전하정 씨(언론정보3)
  • 승인 2011.09.1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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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기 며칠 전부터 중앙도서관 지하 로비에서 공사가 하나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KT의 로고가 붙으면서 그 공사가‘스마트폰 체험관’의 설치를 위한 것임이 드러났다. 나를 포함한 학우들은 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자유게시판에 문의 및 항의의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스마트폰 체험관’의 설치에 대해 분노했던 것일까.‘스마트폰 체험관’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스마트폰 체험관’에 대한 총학생회의 공지에 따르면,‘서울지역이나 주변 대학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자출결, 강의에 이용, 학사정보 및 메시지 발송 등을 하는 일명‘스마트 캠퍼스’구축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 대학에서도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하려고 한다.’고 한다. 나는 이 글을 읽어봐도‘스마트 캠퍼스’의 합당함을 인정하기 힘들다. 전자출결, 강의, 메시지는 스마트기계 없이도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왜‘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미비하다.‘다른 학교들이 준비 중에 있고 현재 그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우리학교도 뒤쳐질 수 없어서’라는 근거는 적절하지 않다. 대세는 따르기 전에 과연 적절한가부터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이번에도 이 사업이 과연 우리 학교에 꼭 필요한 사업이었는가 부터 고려했어야 한다. 진정으로‘스마트’한 캠퍼스가 되기 위해서 이 사업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전에 캠퍼스가‘스마트’하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학우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스마트 캠퍼스’사업 자체는 태블릿 PC,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기계가 없는 학생들은 배제하는 사업이다.‘스마트 캠퍼스’는 기본적으로 스마트기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 구축을 위해서‘스마트폰 체험관’을 설치한 것 아닌가. 하지만 학내에는 태블릿 PC가 없고 스마트 폰이 아닌 피쳐폰(pitcher phone)을 사용하는 학우들이 많다. 피쳐폰과 스마트폰 중 무엇을 사용하는지는 선택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스마트기계가 없는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계를 구매하든지‘스마트 캠퍼스’에서 배제되든지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학교는 비영리법인이다. 비영리법인에게 허용되는 영리사업은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위정도까지다.‘스마트폰 체험관’의 궁극적 목적이 스마트폰을 체험하고 그 것을 통한 홍보 및 판매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중도 내‘스마트폰 체험관’이 그 범위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외에도 현재 학내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실상 공급이 아닌 판매이며, 판매조건도 30개월 약정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다른 판매처와 비교해 봤을 때 큰 할인은 아니라는 것 또한 문제다. 이런 문제들 가운데 다른 곳도 아닌 중앙도서관 지하열람실 옆에 생긴 체험관은 학우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총학생회의 빠른 대처로 현재 중앙도서관 지하열람실 옆 체험관은 임시적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지하의 체험관만 중단됐을 뿐, 스마트폰 체험관은 1층 로비로 옮겨가 여전히 도서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우리는 여기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이번 체험관 설치 해프닝을 통해 학교에 특정 기업이 들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것에 대해서 학우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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