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을 바라보며
‘안철수 신드롬’을 바라보며
  • 박준범 대학부장
  • 승인 2011.09.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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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6·27 서울시장 선거가 열렸다. 이 선거는 김영삼 정권 당시 첫 서울시장선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박찬종 전 의원은 민주자유당과 통합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여론지지율에서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여·야 정당에서는 박 전 의원의 영입에 나섰지만 박 전 의원은 ‘3김청산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무소속으로 끝까지 나섰다. 결국 선거에서 33.5%의 지지를 얻어 42.4%의 지지를 얻은 조순 후보에 밀려 낙선했지만 아직까지 무소속 후보가 기록한 최고의 지지율로 남아있다.
이는 ‘박찬종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했다. 이와 같은 현상이 2011년 현재 다시 일어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를 표명하면서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이 됐고, 10·26 재보궐 선거에 최대 접전지로 서울시장직이 예상됐다. 이에 언론들은 서울시장에 출마할 예상 후보자들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예상후보자들을 물리치고 1위를 기록했고 많은 사람들이 안 원장의 거취에 주목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지난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단일화에 합의하고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놓고 시민들의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연 이같은 ‘안철수 신드롬’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파괴력이 얼마나 강할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의견차가 분분한 상황이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논쟁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느 정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은 다른 듯하다.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에 대한 불신·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정권이나 여당에 대한 불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불만도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지만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정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중간지대에 머물고 있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세력과 다른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에 많은 지지와 환호를 보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찬종 신드롬’과 ‘안철수 신드롬’으로 지칭하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 현상을 다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당연한 것이고, 국회에서 싸움만 일삼는 것에 대한 회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존 정치세력과는 구별되는 새롭고 신선한 세력과 인물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을 ‘신드롬’으로만 볼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여기에 있다.
박준범 대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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