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호텔」 정희진
「고양이 호텔」 정희진
  • 강보람 기자
  • 승인 2011.06.02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께보는 책에 흠을 냈네요. 보시는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주인공처럼 매니큐어를 바르고 싶어져 읽다가 그만...죄송해요. 2010.10.14” ‘이번 잉여와 책은 뭘로 해야하나’ 중앙도서관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 여러책들을 아무거나 뽑아서 넘겨보던 중 책 귀퉁이에 소심히 붙어있는 이 포스트잇을 봤다. 같이 보는 책에 흠집을 내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사과를 하는 것에 뭔가 모를 따뜻함이 전해졌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읽은 책을 나도 읽어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잉여와 책은 <고양이 호텔>로 선정했다.

◆혼자가 되려는 여자=고등학교 안에만 갇혀 있다가 이제 막 사회인이 되어 대학교를 다니며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우리. 그토록 바래왔던 자유지만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그 관계들이 버거울 때도 있다. 그로 인해 혼자이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찰나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잠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상처를 다독이다 보면 며칠 뒤엔 언제 그랬나는 듯 다시 또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고요다’는 운명적으로 또한 자의적으로 잠시로 끝나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될 얘기와 믿어 주지 않을 얘기가 많은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성같은 집에서 외부와의 교류없이 오직 고양이 187마리와 살게된다.

◆벗겨지는 외로움의 조각들=하지만 어느 날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오만가지 거짓말과 연기를 하는 뻔뻔한 기자가 나타난다. ‘외로운 사람에게 물음은 다른 방식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자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주고 물어보고 그녀의 삶을 궁금해한다. 계속되는 그의 관심 속에 외톨이였던 그녀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소통을 원하지 않는 외톨이와 소통이 생활인 열혈기자. 작가는 너무나 다른 이 둘의 내면 심리로 우리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하는 별 의미없는 물음과 대화들이 사실은 우리를 덮고 있는 외로움의 조각들을 조금씩 떼어내는 것임을 알려준다

◆고양이와 반전=제목부터 고양이가 들어가 있듯 이 소설엔 10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장르가 ‘판타지인가? 일반소설인가?’ 긴가민가하게 하다가 마지막 즈음에 힌트를 주나 싶더니 결국엔 설마하며 끝난다. 여러 가지 뜻밖의 이야기들이 구조적으로 뒤엉켜 흥미진진해진다. 의문의 실종과 그녀의 가족사, 그리고 고양이들. 조용한 그녀 삶에 숨겨진 믿을 수 없는 반전은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하는 터무니없는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은 사람에게 지쳐 타인과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소통에 대해 말하지만 우리는 이 책으로 소통을 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이것이 작가가 가장 바라던 것이 아니였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