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만으로는 스펙을 이길 수 없다
스토리만으로는 스펙을 이길 수 없다
  • 이광우 대학부장
  • 승인 2011.06.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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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함을 보일 수 있는 ‘스토리’가 학벌, 토익, 자격증 등의‘스펙’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20대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모두가 스펙에 목을 매고, 남들과 경쟁하기 바쁜 현실에서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나 역시도 그동안 스펙에 대한 걱정이 많았기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와닿았고, 다 읽고 나니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이 뇌리에 깊게 남아 언제나 그 말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책을 접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것을 믿고 따르기보다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문구는 특정 소수만이 성공한 ‘스토리 추구’를 마치 현 대학생 세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마냥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이를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으나, 20대들은 ‘정감록’을 부여잡듯이 이것이 유일한 해답인 마냥 스토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스토리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스펙을 이길 수 있을까? 끝없는 학구열, 의지 등을 담아 90년대를 휩쓴 ‘7막 7장’을 쓴 홍정욱 의원의 화려한 배경처럼 저자와 우리의 배경적 격차는 극명하다. 상대적으로 비주류인 ‘스토리 추구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명문대 출신 등 주류에 속하는 스펙을 갖고 있기에, 마냥 그 책속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취업준비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의견을 제기하기에는 스토리의 유혹이 너무나도 크다. 자랑할 만한 스펙이 없는 대부분의 20대들에게 마치 스토리가 스펙의 부재를 덮을 수 있는, 자기위안의 수단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만으로는 결코 결실을 거둘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의 초라한 스펙에 이것저것 살을 덕지덕지 붙여 포장할 수 있다. 그런데 자칫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에, 스토리 추구의 유행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만약 무너진다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저자? 나? 누구를 탓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질 것이다. 저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나는 단순한 스펙 대신 스토리를 만들었기에, 분명 성공의 해답일진데 실패했기에 그저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청년실업, 88만원 세대, 20대 개새끼론…20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에 앞서 말한 대로 마치 정감록이 퍼져나가던 조선시대처럼, 우리는 너무나도 맹목적으로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못한 해답을 쫓고 있다. 3학년 1학기를 끝마치는 이 시점에서, 내년이면 취업 준비로 정신 없을 모습이 짐작되기에 더욱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스토리 그 자체만으로 성공을 꿈꾸는 것은 아직까지는 성급한 처사라 짐작된다. 스토리는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형성한 뒤, 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하나의 포장재의 역할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즉, 스토리만으로는 스펙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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