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대학」 의 저자 이인을 만나다.
「청춘대학」 의 저자 이인을 만나다.
  • 김효은 기자
  • 승인 2011.06.0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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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대학은 평범한 20대 후반의 청년의 시인 김선우, 고전평론가 고미숙, 인문학자 강신주, 역사학자 한홍구, 코미디언 김미화, 한의사 고은광순 등 17명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저자는‘까르르,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파워블로거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의 교류를 위해 블로그에 들려 위안을 얻고 때로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얻어가고 있다. ‘이인’,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떠난‘사람여행’그 길 위에서 그는 행복해보였다.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 왜‘사람’과‘앎’에 대한 사그라들지 않는 목마름을 느꼈을까? 그를 만나보자

 1교시.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것은?


여느 대학생처럼 선배들과 동기들과 어울릴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정신없이 술 먹고, 미팅도 하고 다녔어요. 저는 학점에 별 관심이 없어서 법학, 정치학, 경제학, 여성학, 신문방송학, 경영, 인류학 제가 듣고 싶은 수업을 열심히 들으러 다녔어요. 물론 F도 받아보았죠. 그 당시에는 궁금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마 이러한 ‘궁금'이라는 더듬이를 수그리지 않고 뻗어나갔던 것 같아요. 저는 일명 ‘퐁당퐁당’ 대학시절이었어요. 1학년 때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2학년이 되면서‘우울함의 빙하기’가 왔어요. 3학년 때 또 놀다가 4학년 때‘외로움’을 즐기면서 혼자서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죠.
저는 아르바이트를 아주 많이 했어요. 10대 때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시작하게 된 아르바이트였죠. 전단지 돌리기, 신문배달, 과외, 백화점 옷 판매 아르바이트, 과일판매, 빵 판매 등을 해봤어요. 아마 노동의 고달픔은 정말 절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 12시간씩 일해서 120만원을 벌었었는데, 첫 월급이었죠.

◆이렇게 힘든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다면, 안정된 직장과 많은 연봉을 꿈꾸진 않았나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죠. 제가 번 값진‘노동’의 결과니까요. 그런데 힘들게 번 돈도 주머니에서 너무 쉽게 나가더군요. 그때 굉장한 허탈감을 느꼈어요. 돈이 내 행복을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회학 시간에 배운 짐멜의‘돈의 철학’이 떠오르더군요. 돈은 도구이자 수단인데, 돈이 삶의 목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인 인문학과 철학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죠. 그 당시 저는 돈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취직포기, 주위의 반대와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주위에서도 남들이 가는 주류를 가지 않자, 많은 만류를 받았어요. 하지만 최대한 설득하려고 노력했었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러한 시류 속에‘주류’라는 것은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이런 말이 남들이 보기엔 엉뚱해 보였겠죠. 하지만 저는 세상이 변화함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었어요. 지금도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도, 제 삶에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2교시. 진정한‘청춘대학’은?

요즘 대학생들은‘또래만이 친구’라는 생각이 많지 않나요? 이것이 대학사회의 벽을 키우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을수록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좁아질 수 밖에 없거든요. 세대와 지역, 직업을 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관계를 통해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관계가 넓어야지 내가 커질 수 있는 거예요. 이러한 관계를 단절하고 자기자신에 갇혀 산다면, 우리가 20년 뒤에‘꼰대’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세상과의 관계를 많이 넓히지 못한다면 20년 후에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20대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한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끊임없는 아쉬움이 남는‘낯섬’을 받아들일 때 내가 변화할 수 있어요. 익숙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좁은 인간관계 보다는 나의 테두리를 넘어서 내가 미처 몰랐던 사람들과 어울려 보세요.
어릴때를 돌이켜 보면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하잖아요? 뭐든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들이 심드렁해지기 마련이죠. 저는 이런 마음을 지키고 싶었어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낯섬을 받아들이고 내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어요. 진정한 청춘들의 대학은 때로는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의연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 빛날 거라고 생각해요.

◆청춘들의 독서

그나마 20대의 독서량이 많은데,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독서를 선택하는 폭도 좁아지고, 읽다가 중간에 멈춰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어요. 분명 따분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책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참고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경험을 얻을 수 있어요. 젊은이들이 손쉬운 책만 읽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끊임없이 산을 오르는 것처럼 책을 읽어나가면 정상의 순간 언젠가는 눈이 트일거에요.‘앎’의 짜릿함을 맘껏 즐기셨으면 해요. 눈사람을 처음 굴릴때는 힘들지만 점점 형태가 완성되잖아요? 지식도 마찬가지에요. 지식의 눈사람을 굴리시고 안주하지 말고 눈사람을 부수고 새로 만들기를 반복해 보세요.

 ◆‘청춘대학’의 비하인드 스토리

저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글을 쓸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왜냐하면, 글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청춘대학도 제가 만났던 몇 분의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한 것이었는데,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죠. 젊음이라는 것이 뜨겁지만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많아요. 이처럼 아프고 고통스러운 청춘들에게는 마음을 다독여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스승이 필요하죠. 하지만 실상을 보면 대학생들은 세상의 가십거리들을 얘기하지만, 자신들의 내면에 있는 절절함을 얘기하는 친구들은 없죠. 즉 한국 사회는 한곳에만 사로잡혀 있고, 끊임없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예요. 누군가와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외로움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죠. 이러한 20대에게 ‘내안의 나’를 ‘긍정’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3교시. 20대, 변화의 중심에 서기 위해선?

우리가 꿈을 꾸지 못하는 이유는 꿈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 사회가 꿈을 묻지 않는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은 겁이나죠. 하지만 이제는 20대들이 높은 곳을 바라보며 가능성의 환상에 빠지기 보다는‘88만원 세대’의 현실을 고민해야할 때에요. 제2의 학생운동이 솟구쳤으면 좋겠어요. 사회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라는 것이 아니에요. 젊은이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봐요. 이 사회에 ‘요구’를 해야 하죠. 시대가 바뀌어서 변화에 따라가는 것 보다 자신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경험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등록금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한 가정, 한 집안 기둥을 흔들리게 하는 문제에요. 20대 대학생들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빚쟁이로 만드는 것에 대한 노여움이 있어야 하죠.

 ◆‘꿈’을 꿔도 될까요

요즘 많은 20대들이‘아프니까 청춘이다’,‘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을 읽죠. 이것도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책을 통해 희망을 얻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단순히 그거에만 만족하면 안된다고 봐요. 그러한 다독거림만으로 지금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해결된다고 봐서는 안되죠. 책을 읽더라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남들이 인턴을 하니까 나도 인턴을 하는 이러한 타인의 행동과 말에 쉽게 휩싸여선 안되요. 열등감으로 꿈을 억압하지 말고 젊었을 때 이러한 자기가 매달리고 있는 부질없는 것들을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꿈을 꾸어서도 안되고, 미리부터 외로워하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요. 세상은 날마다 나를 바꾸게 하는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이에요. 꿈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답을 풀어가는 과정이죠. 지금 이 순간순간을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해요. 새로운 공부도 해보고, 낯선 사람도 만나보는 노력의 과정자체가 중요해요. 무엇이 내 삶을 두근거리게 하는가를 생각하면 답은 나올 것 같아요.‘꿈’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바람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력사이에서, 내가 이것을 함으로 써 몸으로 느낄 수 있는거에요. 삶을 바꾸는 발판, 북극성을 곧 찾게 될거에요. 제 꿈은 비록 오지랖일지라도 글을 통해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것이에요. 그리고 더 좋은 사람, 더 행복한 사람이 될거에요.

4교시 멘토링의 시간

'이인'씨에게 멘토링을 구하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김효민(토목3) : 늘어나는 학비 때문에 고민입니다. 2년의 휴학을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A : 커다란 뜻을 품고 새로운 사회를 향한 마음가짐을 다잡아야해요. 그 과정이나 방법이 꼭 80년대와 똑같을 순 없겠지요. 여건과 형편이 달라졌으니까요.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건 이 사회의 상스러움과 메스꺼움을 불살라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며, 이걸 이루기 위해선‘참을 수 없는 시대의 가벼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죄다 응석부리려는 오늘날, 깊이와 묵직함을 다시 불러들어야 할 때입니다.

김호원(경영2) : 왜 나는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 : 누군가와 헤어져 잠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면 사람은 사람을 깊게 만나야 하고 평생 사랑을 해야 합니다. 외모나 직업에 따라 사람을 만나지 말고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가슴에 품고 뜨겁게 사랑을 해야죠. 용기를 갖고, 기꺼이 상처받으려는 마음가짐으로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을 했으면 해요.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향기로운 사람과 참 행복한 삶을 일궈가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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