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의 총기사용 발언에 대한 우려
경찰청장의 총기사용 발언에 대한 우려
  • 백승대 교수(사회학과)
  • 승인 2011.05.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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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관악구의 한 파출소에서 술에 취한 취객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경찰관 2명이 상해를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현오 경찰청장은 예하 경찰관들에게‘위급상황시 규정대로 총기를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야간시간대에 파출소 등에서 취객들이나 범죄자들이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기물을 파괴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경찰관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사회질서를 담보하는 공권력의 권위가 훼손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총기사용에 대한 경찰청장의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불필요한 발언이라고 판단된다. 경찰청장이 굳이 그렇게 언급하지 않더라도 경찰관들은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에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 4에 따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대응해야 한다. 모든 경찰관들은 임용과정에서 그리고 직무재훈련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교육받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총기사용에 대한 경찰청창의 발언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총기사용을 적극 촉구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경찰청장의 발언과는 달리 많은 시민들은 경찰관들이 가능하면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범죄자나 취객을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한다. 총기사용을 강조하는 이번 경찰청장의 발언은 우려스럽다.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하면 범죄자나 취객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기사용은 필연적으로 인명사고의 증가와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경찰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 4에서도 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에만 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담긴 법정신이 무엇인가는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있지 않은가?
조현오 청장이 보다 현명한 경찰청장이라면 일선 경찰관들이 총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일선 파출소 야간 근무 인원의 만성적 부족 현상은 경찰관의 위급상황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하루 빨리 개선하는 것이 총기사용을 독려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경찰관 증원이 절대 필요하겠지만 2선 지원인력을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1선 현장근무인력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수적인 우세는 범죄자나 취객을 제압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또 총기가 아닌 다른 방호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들의 체력이나 무술능력을 단련시키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질서 확보의 책무를 맡은 경찰관이라면 마땅히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는 무술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경찰이 총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위급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때 범죄 제압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공권력의 권위가 그만큼 확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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