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잔치, 절반의 성공
화려한 잔치, 절반의 성공
  • 박진규 씨(정치외교 석사1기)
  • 승인 2011.05.05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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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 세 사람이
우리 대학교에 모였다. 이날 강연을 듣기 위해 천
마아트센터에 모인 사람은 모두 1천800여 명에 이
르렀다고 한다. 이미 우리 대학교에서 열렸던 김대
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강연도
이 정도 숫자에는 훨씬 미치지 않았으니 그 열기
를 짐작할 만하다. 이날 강연은 세 사람이 우리 대
학교에 자리했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강연 내용 역시 많은 이들에게 그 이상의 큰 의미
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 강연이 성공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나
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성공적으로 보이는
강연의 이면에 숨겨진 부끄러운 사실들 때문이다.
소식이 공지된 때부터 강연에 이르기까지 본부 측
의 미숙한 행정과 일부 학우들의 일탈이 훌륭한
강연의 상당부분을 깎아 먹었다. 그런 이유에서
결과적으로 이 강연은 절반의 성공이라 칭할수 밖
에 없다.
처음부터 본부 측은 초대권 배부 문제를 두고
혼란을 초래했다. 본부는 재학생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일반인 몫의 초대권 배부 방법도 여러
차례 변경하는 등 혼란을 유발했다. 특히 당초 9
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재학생 대상 초대권 배부는
1~2분 늦게 배부되면서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던
상당수의 학우가 본인의 컴퓨터 문제로 여기고 인
터넷 창을 닫고 열기를 반복하다가 초대권을 배부
받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부끄러운 일은 일반인 초대권 배부
당일에 있었다. 배부장소인 학생지원센터 앞에는
배부예정시간 2시간 이전부터 수십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알리는 안내문은 하나도 없었다. 고작 입구 바닥
에 선을 하나 그어두고‘대기선’이라 써두기만 했
다. 사람들은 로비 곳곳에서 머물렀고, 뒤늦게 눈
치 빠른 일부 사람들이 대기선에 줄을 서면서 일
찍 도착한 사람들이 긴 줄 뒤에 자리하기도 했다.
본부 측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
는 대목이다.
이미 학생들이 늘어선 긴 줄 때문에 초대권을
받지 못하게 된 지역주민들의 거센 항의도 있었다.
김삼수 학생역량개발처장까지 나서서 상황을 설
명했으나 지역주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우
리 입장에서 본다면 휴학생과 대학원생이 있으니
단순한 오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을 위한
표 배부로만 알고 있었을 그들 입장은 다를 수 있
다. 정작 도착해보니 대부분 시험공부를 하던 학생
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어 헛걸음하게 되었으니 분
통 터질 일이었을테다.
왜 재학생과 휴학생, 대학원생을 모호하게 구분
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과 함께 또다른 문제 하나
가 남는다. 정한 규정을 위반하고 초대권을 배부받
아 강연에 참석한 재학생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초
대권 배부 때도, 입장 때도 재학생을 확인하는 절
차는 없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분명 번거로운 일
이었을 테지만, 그래도 마땅히 감수해야 할 수고였
다. 취지가 어떠했든 간에 지역주민들에게 초대권
을 배부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 했지만, 실제로
참여한 지역주민들의 숫자는 미미했다고 추정된
다. 잔칫날 손님들을 초대해두고 음식이 다 떨어졌
다고 우리끼리만 먹고 즐긴 셈이다.
이외에도 많은 경우에 미숙한 행정은 학우들의
일탈을 간접적으로 유도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는 달리 신분 확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유게시
판을 통해 초대권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초대
권 배부 및 입장 당일 본부 측이 어떤 방식으로든
확인하려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면, 충분히 방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초대권 배부 당일과 강
연 당일 입장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새치기도 잦았
다. 필자가 본 대부분은 한 명이 줄을 서 있고, 뒤
늦게 다른 친구들이 나타나는 경우였다. 새치기하
는 학생에게“뒤로 가서 줄을 서라”고 이야기한
필자보다 새치기를 한 학생을 더욱 당연하게 보는
분위기였다. 새치기는 익숙한 장면이기에 언급하
기 새삼스러운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학우들의 불
감증도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강연 곳곳에서 이야기된 화제 중 하나는‘정의
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이에 관해 김제동
씨는“내 행복이 누군가의 고통이나 희생과 비례
된다면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나와 남과 함께 행
복해지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 했다. 일반인을
위해 배부된 초대권을 받으려 긴 줄을 선 일부 재
학생, 내 앞줄에 끼어든 이름 모를 여학생, 그리고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한 직원들을 비
롯한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 톺아볼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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