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흡연은 대학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경고 : 흡연은 대학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 이광우 대학부장
  • 승인 2011.05.05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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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담배를 물고 상념에 빠져 있던 그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 다그친다.“학생, 이곳은 금연구역이니 다른 곳으로 가서 피우게.” 학생은 “다른 사람들도 다 여기서 피는데…"하며 떠난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도서관 입구, 강의동 입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우리 대학교에는 흡연구역이 없다. 하지만 중앙도서관 지하 입구, 과학도서관 발코니, 법정관 입구 등 공공연한 흡연구역은 넘쳐난다. 더군다나 법정관은 2009년,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금연구역 선포식을 열기도 했던 곳이었다. 지금, 법정관 입구에 부착된 금연구역 지정 표지판에는 누군가가 담뱃불로 지져놓은 흔적이 남아 있다. 마치 쓰레기 불법 투기 금지구역 팻말 아래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과 같은 모습은 나에게 상당히 안타까웠다.
그리고 얼마 전 법정관 중앙정원과 중앙도서관 지하 입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뒤 자유 게시판을 통해서도 금연구역 지정에 관한 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주로 다음과 같았다.“이곳이 금연구역이면 흡연은 어디서 해야 하나요? 흡연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입니다. 비 오는 날은 갈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흡연구역’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연하겠지만 그 글에는 흡연자/비흡연자의 댓글이 수십 개가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물론 해당 구역에서도 비슷한 논쟁들이 이어지고 있다. 매번 법정관 중앙정원에서는 담배를 꺼내 문 흡연자들과 교직원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흡연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의아해하며 자리를 떠나지만, 바로 코앞인 건물 입구에 모여 다시 담배를 꺼내 문다.
이는 중앙도서관 지하 입구도 마찬가지다. 입구에는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흡연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알림판이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은 바로 코앞인 자전거 보관함 근처에 모여 담배를 피운다. 사실상 탁상행정과도 다름없다. 중앙도서관 앞 솔밭에 잠깐만 앉아 있어도, 발밑에 가득한 담배꽁초에 놀라게 된다. 그렇다면 특정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사실 금연구역, 흡연구역, 간접흡연, 화장실흡연 등 담배와 관련되는 문제들은 ‘지겨울 만큼’회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전은 없다. 당장 1년 전에 흡연구역 표지를 뗀 학생지원센터 1층 자판기 앞은 아직도 담배꽁초가 가득하고, 화장실에는 칸칸이 ‘담배를 피우지 맙시다’라는 권고문이 붙어 있다. 그리고 학내 화재사고의 상당수가 담배꽁초로 인한것임을 이미 본지에서도 다룬 바 있다.
학내 흡연문제, 왜 손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본부에서는 계속해서 금연 캠페인, 금연 클리닉 등을 열고 금연구역을 지정해 학내 흡연문제를 해결하려 힘쓴다. 물론 본부의 노력이 뜬구름 잡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내 흡연문제의 해결은 학우들의 손에 달려 있다. 특히 흡연자들의 행동에 따라 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고, 심화될 수도 있다. 비흡연자들의 눈은 하나의 CCTV와도 같아 흡연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모두 눈에 띄기 마련이다. 환경미화원이 청소하는 앞에서,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서 흡연하는 학생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물론 이 넓디넓은 압량벌에 한두 개의 흡연구역 설치도 괜찮을 것이다. 사방이 다 보이게하고, 천장이 뚫려 있는 공간을 만들어 흡연자들은 그곳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한다면 적어도 길거리에서, 혹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생기는 흡연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안은 단지 흡연자들을 특정구역에 집합시키는 역할을 하고, 겉으로만 깨끗한 캠퍼스를 만들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흡연자들의 권리, 물론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간다. 자신의 돈을 지불해서 산 담배를 자신이 피우는, 하나의 기호식품이기에 그것마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흡연이 자기 자신의 건만을 해친다면 모르겠으나 그 권리의 행사로 인해 타인이 겪는 피해가 극심하다면, 그 권리는 일부 제한될 필요가 있다. 남학생이라면 대부분 PC방에 가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잠시만 PC방에 다녀와도 옷에는 담배냄새가 배어있다. 특히나 쉽사리 빠져나가지도 않아, 한번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옷을 빨 수밖에 없다. 물론 간접흡연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피폐해져 가는 건강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리고 당장 2012년 말부터 PC방, 당구장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미 사회에서도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 흡연구역 설치요구보다는 본부에서 시행하는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금연노력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고, 사회풍토에도 맞을 것이다.
한편 최근 담배와 관련해 흡연자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비흡연자들에게는 반가울법한 결정이 내려졌다. 바로 던힐과 켄트 시리즈로 유명한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 코리아(BAT)의 담뱃갑 가격 인상이었다. 또한 뒤이어 마일드세븐 시리즈를 생산하는 JTI(JapanTobacco International)에서도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수많은 언론을 통해 ‘상당수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00원, 사실 자판기 커피도 마시기 힘든 정도의 적은 액수일 수 있으나, 실제로 체감하는 정도는 높기에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여전히 싼 편이다. 특히 일부 담배회사들이 담뱃값을 인상한 상황에서 해야 할 판단은 “그렇다면 저렴한 담배를 피우겠다”가 아니라 “이참에 끊도록 노력해야겠다”가 아닐까?
본부 또한 기존의 탁상행정식의 금연구역 지정이나 금연할 의지를 갖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때이다. 많은 학생들이 흡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본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달 26일에는 이효수 총장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칭찬 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겨 이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올라온 글에서 총장은 "건물 내 금연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이 생각이 현실에 반영된다면, 결코 자그마한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2만 학우와 교직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여론을 우선 파악한 뒤 근본적인 원을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흡연문제는 단순히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 갈등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다. 특히 대학 내에서의 문제이기에 우리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담배회사가 20대를 타깃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여러 가지 공모전, 기자단 등을 모집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이미 담배 그 자체는 대학생의 생활 깊은 곳까지 자리 잡고 있다. 담뱃갑에는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문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적혀 있다.“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가족, 이웃까지도 병들게 합니다.”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경고 : 흡연은 대학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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