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와 책-압구정 소년들(이재익)
잉여와 책-압구정 소년들(이재익)
  • 강보람 기자
  • 승인 2011.03.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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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연예계의 복잡한 일들로 우리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쪽 말을 믿어야 할지, 저쪽 말을 믿어야할지. 여기저기 뒤섞인 말들 속에서 점점 신뢰을 잃어가는 연예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이번 잉여와 책은 <압구정 소년들>로 선정했다.
<압구정 소년들>은 압구정고 동창생들의 엇갈린 야망과 사랑을 그린 반자전적인 소설이다. 유명 여배우의 자살을 둘러싸고 충격적인 음모와 반전이 일어난다. 소설 속 연예계의 화려함 뒤에 숨은 비극과 진실 속에 감춰진 또다른 진실을 알아가면서 우리의 혼란을 잠재워 보자
◆강남키드의 성장소설=곰곰히 생각해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자란 강남아이들의 사춘기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적 걱정이 없으면 사춘기적 걱정도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까? 그들에게도 왜 성장통이 없었겠는가. 이 책에선 그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속편한 아이들의 성장통이 낱낱이 공개된다.
◆베테랑 방송국PD=작가는 10년이 넘은 배테랑 방송국 PD이다. 하지만 그도 빛나는 스타의 어린 팬이었던 애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한 스타의‘팬’으로서의 순수한 마음은 주인공의 첫사랑으로, 연예계 생리를 이제 조금 안다는‘방송국 PD’로서의 마음은 글 전체의 현실적 구성으로서 나타난다. 배테랑 PD가 말하는 연예계의 뒷사정, 생각하지 못했던 스릴러가 펼쳐진다.
◆누구의 이야기?=작가는 미리 책 앞쪽에‘이 소설은 실존하는 특정 인물, 단체, 사건과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일까? 이 인물은 실제로 어떤 연예인일까?’를 의심하면서 책을 읽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하겠다는 수사관처럼 끊임없이‘이 사람이 그 사람일까?’,‘누구를 빗대어 쓴 걸까?’하고 결국엔 알아내겠다는 신념으로 읽었다. 책을‘읽는’것이 아니라 허점을 찾아내는 감사관처럼‘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주인공이 그 연예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적어도 현재 방송국 PD인 사람이 이렇게 쓸 정도면 특정 연예인 누구가 아니라 이 모두를 두루뭉실 엮은 일들이 어디선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누가 맞는지 아닌지 인증하는‘네티즌 수사대’가 아닌, 앞장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못하게 질서를 만드는‘네티즌 법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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