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이지 못했다
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이지 못했다
  • 이광우 대학부장
  • 승인 2011.03.3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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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대전 소재 4년제 대학교 신문사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친구로부터 근심 어린 연락이 왔다. 평소에도 같은‘직종’에 종사하는 친구이기에 여러 고민을 털어놓던 사이인지라 여느 때와 같이 일상적인 고민일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이들의 고민은 대학신문사에게는 그 어떤 고민보다도 클 법한‘종이신문 발행 중단’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신문만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친구에게 들어본 바에 의하면 올해 취임한 주간교수와 총장이 종이신문의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었다. 친구는“종이신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간과한 처사”라며 나에게 조언을 구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들은 비보인지라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지금 주변의 대학신문‘동료’에게 설문조사를 보내며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이후 줄곧 대학신문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동안 수많은 대학신문의‘통합’을 지켜봤던 나는 가끔 선배들과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가끔 토론하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의 이야기가‘MTV 개국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지난 1981년 미국 MTV의 개국 첫 뮤직비디오는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당시 MTV는 이 노래를 통해 라디오 음악방송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임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라디오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라디오의 기능은 분명히 텔레비전으로도 나타낼 수 있었고, 라디오의 단점들은 완벽하게 보완됐다. 라디오는 텔레비전 앞에서 무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조건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특성’이 있었고, 라디오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굳이 30년이나 돌아가서 볼 것도 없이, 모두가 이미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보기도 했다. 모두가 가볍고, 낡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전자책만을 읽을 줄 알았지만, 아직 전자책은 보조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인터넷 신문 또한 마찬가지다. 주변 대학신문사를 살펴보면 인터넷 홈페이지가 종이신문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 홈페이지 자체가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굳이 대학신문으로 한정 지을 필요 없이‘조중동한경’이라는 주요 언론사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는 아직 부수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눈으로 보이는 종이신문의 몇 가지 단점만을 이유로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인터넷 신문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이 확실하다. 눈으로 보이는, 수치화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만을 토대로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을 쉽사리 내릴 경우 결과는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학교의 현재 사정과 주간교수의 생각, 총장의 비전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으므로 내가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스러운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신문을 만들고 있는 기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렸다면, 이 같은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MTV 개국 30년을 맞이한 2011년, 여전히 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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