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모 학우 외 5명을 위한 변론
곽모 학우 외 5명을 위한 변론
  • 박진규 씨(정치외교 석사1)
  • 승인 2011.03.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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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도서관 측은 도서관 사물함을 배정받고 이를 '판매 또는 구매하려 했다'라는 이유로 곽 모 학우 외 5명에 대한 제재를 공표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도서관 측은“이들에 대해 앞으로 졸업 시까지 사물함 신청을 허락하지 않으며, 6개월간 도서대출 및 도서관 열람실 좌석배정을 중지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도서관 측이 자신들의 선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사물함 매매에 나선 이들의 행위가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다른 학우들의 직·간접적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물함 매매 시도라는 행위에 관해 도서관 측이 강력한 처벌들을, 이처럼 과도하게 행하는 것은 도서관 측의 행정적 권리 남용이다. 6명의 학우는 도서관 이용에 관하여‘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셈이나 다를 바 없으며, 궁극적으로 학내에서 보장받아야 할 학습권에 대해 과도하게 침해를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 수위의 적절성은 논자에 따라 이견의 여지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 이면에 숨겨진 도서관 측의 의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력한 처벌은 도서관 측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의도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사물함 매매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서관 측이 우선시해야 할 일은 왜 이런 행위가 만연하는지, 그런 행위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지에 관한 고민이어야 할 터인데 그런 과정은 생략하고 있다. 굳이 단속과 처벌을 하겠다면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적정 수준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인데, 도서관 측은 그마저도 미루고 단 한 번의 강력한 처벌을‘본보이기’로 학생들에 겁주려 시도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이미 필자는 지난해 10월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학생들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정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도서관 측의 행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도서관 좌석의 부족, 도서 예약제 운영상의 폐해, 직원들의 업무 시간에 맞춘 운영시간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한 바 있지만, 해결된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사물함 배정과 관련해 도서관 측의 행정편의주의를 또 한 번 확인케 되어 유감스럽다.
필자가 학부생으로 입학한 2006년 이래 등록금은 20% 이상 인상했지만, 학생복지는 크게 달라진 바 없다. 사물함 숫자도, 도서관 좌석 숫자도, 도서관 서비스도 변함이 없다. 특히 올해 우리 대학교는 지역대학 중 유일하게 등록금을 인상할 정도로 등록금 인상에 열의를 보임에도 그에 상응하는 학생복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 학교 측은 인상한 등록금을 다른 어떤 곳에 쓰기보다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채우는 데에 쓰도록 선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 측 역시 학생 처벌을 시도하기 전에 학생들이‘금지된 탈선’에 나서는 이유를 고민하고 대응을 마련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다산 선생이 말한 것처럼‘본디 삼가고 삼가는 것이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다. 강력한 처벌 이전에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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