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책 없는 시간강사 대책안
정부의 대책 없는 시간강사 대책안
  • 하재철 영남대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 승인 2011.03.30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먹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교수신문은 2006년도에 이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으면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정작 주역은 이런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이 괘를 뽑으면 머지않아 일이 성사된다는 좋은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단, 천둥이 쳐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는데, 무엇인가 이루어지려면 천둥이 치는 것처럼 신명이 있어야 하고 고무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비정규교수(시간강사,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의 교원법적지위 회복을 위해 진력한 지도 어언 십여 성상을 넘겼다. 그동안 여러 강사선생님들이 절망하며 목숨을 스스로 버리기도 했다. 생활고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을 죽이는 암 덩어리 같은 현재의 시간강사제도를 없애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두 정권 때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그마저 사라진 현 정권이 들어서서도 투쟁은 계속되었다. 한 분씩 자살 할 때는 냄비처럼 들끓는 언론보도로 인해 비가 내리기 직전의 상황 같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먹구름은 비가 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걷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월 22일,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어찌된 일인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언론은 교과부가 내려준 보도자료만을 참조하여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덕분에 몇몇 강사선생님들은 아침 댓바람부터 지인들에게 축하전화까지 받았다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개정안은 한마디로 대책 없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첫째, 시간강사를 교원의 범주에 넣고, 둘째,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며, 셋째, 4대 보험 가입과 국립대의 경우 강의료를 2013년까지 시간당 8만원으로 올려 처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 안은 겉으로 봤을 땐 분명 진일보한 제도며, 교과부 역시 개선을 해보겠다는 의지 또한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질적인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제도를 바꾸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교과부는 고등교육법에 제14조의2(강사)라는 항목을 신설하여 강사를 교원의 범주에 넣되“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예외 규정을 두었다. 즉, 강사는 실질적인 교원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초빙교수나 겸임교수 등 시간강사 외의 다양한 명칭의 비정규교수에 대한 대책은 빠뜨림으로써 앞으로는 시간강사 대신에 그런 교수들만을 뽑을 수 있는 길을 허용하고 있다. 강의료 인상은 국립대만 가능할 뿐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에 대한 강제조항도 없고 정부의 지원도 없으므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천둥도 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내리는 비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국립대의 강의료를 인상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안이다. 마음먹고 덤벼든다면 강사들을 마구 자를 수 있는 기회를 대학 측에 제공할 수도 있는 안이다.
그래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국공립대 전업강사에게만 약간의 떡고물을 던져주며‘무늬만 교원’을 양산하는 기만책”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과 내실 있는 교원법적지위 부여, 나아가 교원확보율 100% 달성을 촉구했다. 정부는 꼼수 부릴 생각을 접고 이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