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파워 송명순, 그녀를 만나다
우먼파워 송명순, 그녀를 만나다
  • 김효은 기자
  • 승인 2011.03.0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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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6일,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병과 출신 여성장군이 탄생했다. 이 영광의 주인공은 우리 대학교를 졸업한 송명순 준장(정치외교학과76학번)이다. 송 준장은 지난해 여대생커리어 개발센터에서 ‘여성의 가치창조와 리더십’이라는 수업을 하기도 했다. 본지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과 우먼파워에 대해 들어봤다.

◆두근두근 그녀와의 첫 대면=작년, 우연히 군복차림의 그녀를 학생지원센터 1층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군 창설 60년만에 전투병과에서 별을 단 그녀를 인터뷰 요청함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긴 통화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며, 조심스럽게 ‘장군님’이라는 칭호와 함께 축하인사를 드렸다. 하지만 금방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후배구나?’라며 이 까마득한 후배를 반갑게 맞아주며, 나이를 물었다. 21살이라는 나이를 듣고 그녀는 “딸 같구나!”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동안의 전화 대화가 끝나고,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어느새 ‘장군님’이란 호칭이 ‘선배님’으로 바뀌게 되면서 한층 더 가까워짐을 느꼈다. 인터뷰는 서울과 경산이라는 먼 거리를 뛰어 넘는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됐다.
◆뚜렷한 신념이 아닌 막연한 도전이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최초의 여성장군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선 도전부터 굉장한 확신과 신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사회적으로 구직난이 서서히 태동되던 80년대 초에 졸업하면서 전공(정치외교학)을 살리며 뭔가 역동적인 직업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병무청 벽보에 붙어있던 여군 장교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어 도전하게 되었죠. 아마 그때까지의 삶에서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직업이었기에 쉽게 선택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전에 전공과 연계해서 기자시험, 정당원 시험에도 응시했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합격했더라도 2% 부족한 그 무엇인가 때문에 그 대열에 합류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시 조금이라도 여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말할 수 없이 심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거나 군인이 되는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절대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막연한 호기심과 군에 대한 무한한 기대 이외에 선택에 대한 뚜렷한 신념은 그다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누구는 무언가의 도전에 있어 강한 신념이 필요함을 느끼고, 누구는 도전에 막연하지만 설렘과 꿈을 품으며 앞으로만 나아간다. 누구의 도전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뚜렷한 확신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에 있었다.
◆여군, 상징적 존재에서 실용적 존재로의 변화=80년대 여군과 현재 여군에 대한 제도의 인식적 측면에서 달라진 점과 앞으로도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80년대 여군은 상징적 존재, 현재의 여군은 실용적 존재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도적 장치 덕분에 충분히 보호받는 환경과 완만한 변화곡선을 그리는 군 조직이었던 만큼 여군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사회적 요구(여성
인력의 조직 내 흡수, 여성인력의 사회적 활용 확충 등)에 부응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정립되고 군과 사회의 제도적 연계가 활발해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죠. 인식적 측면에서는 사회에서의 여성인력 활용은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인 만큼 특히 금녀구역이라 할 수 있는 군대 조직에 여성이 입문한다는 것은 사회적 금기를 깨는 만큼의 파격적 편견이 심했어요. 지금은 후배들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며 갖고 싶은 직업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네요. 여성인력 활용에 있어서의 사회적 고충이 곧 군의 문제 진단과 연결되는 바로 본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 역시 사회적 흐름과 분리시킬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좋겠어요”라며 변화의 태동을 알렸다.  


◆긴 군 생활 많은 훈련과 교육 중 겪었던 마음고생이나 내면=군인의 삶을 선택함에 있어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냐는 질문에 “여러 번 고비가 있었죠.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훈련, 교육, 근무 등 직책상 임무수행에서 오는 피로감이나 절망감으로 인해 포기해 본 적은 단연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과 가정을 균형된 양립을 시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전역을 고민했었던 적이 대부분이었어요. 우선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여건과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고, 행여 엄마의 사회적 성취욕으로 인해 가정의 평화가 균열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 밤을 새운 적이 많았어요. 그 다음으로는 ‘정말 내가 이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후배들에게 역할모델로서의 능력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과연 나는 군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 가’등의 의문과 지속적인 의구심으로 한 때 전역을 생각한 적도 있답니다.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남편으로부터는 많은 부분 이해를 통해 자유로울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군에 몸담고 있을 동안에는 이런 고민은 지속될 것 같네요”라며 조금씩 그녀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학시절, 젊은 날의 초상=대학생 시절의 고민과 방황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월급쟁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충분한 안주거리가 된다. 평범하고, 소소했던 그때의 고민이나 추억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 당시 가난한 대학생으로 연애는 ‘언감생심’이었죠.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땐 정말 그 상황에 몰입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나이 또래에 한 번씩은 겪었던 ‘젊은 날의 초상’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돈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타는 방법이 훨씬 손쉽고 건설적이었는데 그 땐 그런 현명한 생각을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렸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옛날을 회상하는 동기 모임에 가면 그때 제 노트가 제법 인기였다고 합니다. 제 노트를 돌려서 공부하고 그 덕에 장학금까지 받기도 했다면서 고마워하죠. 진로는 부모님이 권하셨던 교사 (당시에는 교직과목 이수 후 교원자격증을 소지하면 교사채용이 가능했음)직도 잠시 염두에 두었었으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될 줄은 모르고 제 의지대로 군인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이 일로 한동안 부모님께는 ‘불효자식’이었지만, 지금은 저보다 부모님이 더 ‘군인으로서의 봉사와 헌신’을 당부하십니다”라며 그때의 아련한 추억담과 진로문제에서 겪었던 부모님과의 갈등에 대해 얘기했다.  
◆여대생 조직을 빛나게 하는 능력을 갖추다=여대생들이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첫째는 기본을 갖추기 위한 노력, 둘째는 자신만의 리더십 개발, 셋째는 주변을 아우르는 능력 함양이라고 봅니다. 어떤 조직이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위한 부단한 노력, 자신의 향후 사회적 위치를 예상한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당연히 필요한 기본 덕목이지요. 그 다음은 자신만의 리더십 개발이죠. 수없이 많은 리더십 가운데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 사회를 향해 설정된 지표와 합목적적으로 부합하는 자신만의 리더십을 개발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 되던 그 조직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답니다. 마지막으로 능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변을 원만하게 아우름으로써 자신이 속한 조직이 완전하게 빛이 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을 지금부터 조금씩 함양하는게 좋겠죠”라며 새로운 리더십의 지표를 알려줬다.    
◆우먼파워의 핵심과 장점=여성의 취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여성의 능력은 입증됐다. 허나 아직도 공공연하게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있어왔다. 이에 송 준장이 말하는 여성 리더십이 지닌 그 무언가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학자들의 이론에 따른 여성 리더십은 유연한 상호작용 관계를 지향하고, 독단적이지 않으면서 조직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적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부분에 있어 여성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유리합니다. 또한 조직을 향해 중앙으로 돌진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차분히 단계적으로 이해해가면서 접근하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집단이긴 하지만 그 어떤 조직보다 소프트파워(자발적 동의로 얻어지는 능력)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전투력의 90%를 차지하는 젊은 장정들이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을 저는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 따위를 앞세워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게 하거나 저지함)가 아닌 소프트파워로 봅니다. 그리고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여성 리더십이라 믿고 실천해왔습니다”고 했다. 수많은 여성인력이 조직내부에 미치는 새로운 파워를 인정하고 이용해나가야 함을 배울 수 있다.   
◆여성 ROTC에 대한 실정과 지원=최근 군대의 핫이슈가 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여성 ROTC가 진정한 정착의 길을 밟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남성들로 하여금 장교로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ROTC제도를 여성에게도 개방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봅니다. 90년대 후반 각 군 사관학교가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남녀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사회 우수여성을 군대로 유입하여 군 조직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 감소추세에 있는 병역자원의 저변 확대, 국제적 경쟁력 확보 등은 사회적 제도의 획기적 발전이죠. 또한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던 여성ROTC제도의 출범은 주목받는 만큼의 후속조치 또한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막 출범한 또 하나의 여성관련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도적 입장의 군은 물론이거니와 학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제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지원함으로써 모든 노력이 통합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젊음을 미끼로 한 무모한 준비가 필요=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이자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녀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물론 향후 진로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캠퍼스에서 학업에만 몰입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때 준비해야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고 설정하는 지금의 목표가 설령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뀐다 하더라도 분명한 지향점을 설정하고, 그 지향점을 향해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세상으로부터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는 지금의 젊은 시절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이때 뿐이기 때문이죠. 삶에 있어서의 오류를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말고 덤벼들기 위해서는 젊음을 미끼로 때로는 무모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며 따뜻한 조언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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