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 역사 ‘골목길’ 로 즐기다
대구 근대 역사 ‘골목길’ 로 즐기다
  • 박예희 준기자, 이수정 준기자
  • 승인 2011.01.2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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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공구상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을 볼 수 있다. 그곳이 바로 북성로의 시작이다. 북성로는 대구읍성의 북쪽 성을 허물고 난 신작로를 말한다. 북성로는 북쪽에 경부선 철도가 나면서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토지를 매입한 곳이기도 하다.
북성로에는 미나까이(三中井) 백화점을 포함해 많은 상가들이 위치해 있어서 대구의 상업 중심지라 불렸다. 미나까이 백화점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한다. 해방 후 이곳에는 미군과 국군의 군사기관이 들어섰다. 1969년에는 서대구 세무서로 사용하였으나 1984년 대우그룹에서 인수, 현재는 대우주차장이 됐다.
오늘날 북성로 모습은 지금의 중심가인 동성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1960년대까지 대구 최고의 번화가였다는 사실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전당포나 일본식 건물을 보면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사진으로만 보던 근대의 모습을 건축물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골목

대구 도심에는 수수하고 아련한 근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진골목이다. 경상도 방언 ‘질다’(길다)에서 기원한 진골목은 중앙시네마 옆 좁은 l백m 남짓의 골목길을 말한다.
진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인근의 번화가와는 사뭇 다른 낮은 담벼락과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만 더 들어가다 보면 ‘정소아과’라고 쓰인 간판과 2층으로 된 양옥집이 보이는데 이 건물은 현존하는 대구 최초의 양옥 건물이다. 2층 양옥 건물의 맞은편에는 작은 기념비가 있는데 이는 진골목이 대구의 대표적인 근대 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기념비는 1907년 2월 21일 대구 근면대회에서 남자들이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금연을 결의하자 진골목에 살던 일곱 명의 부인들이 패물을 바친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켰음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결국 진골목은 여성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장소인 것이다. 또한 진골목의 중간에는 골목의 시작점과 끝, 그리고 이곳이 근대 문화유산임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이상화·서상돈 고택

이상화·서상돈 고택을 찾아가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동아백화점에서 계산오거리 방향으로 약 1백m 정도 걸어가다 보면 ‘근대로의 골목’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을 읽으면서 골목 안 쪽으로 들어가면 높은 빌딩 가운데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이상화, 서상돈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상화 고택의 내부에는 시비와 유품, 작품 설명 등 여러 자료들이 있어 그의 내력과 문학 세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상화 시인의 고택은 몇 해 전 지역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시민 40만 명의 서명운동과 문인들의 노력으로 보존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서상돈 고택 역시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인해 헐릴 위기를 맞았지만 대구시와 고택보존운동본부의 노력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이 고택에서 느낄 수 있는 식민지 시대 우리 선조들의 의지는 고택의 대문처럼 굳건했다.

3.1만세운동길과 90계단

1919년 3월 8일 오후 2시 계성학교, 신명학교, 대구고등보통학교 등의 많은 학생들과 제일교회, 남산교회, 서문교회 소속 교인들이 길거리로 나와 대한 독립을 외쳤다.
특히 이들은 동산병원으로 향하는 솔숲 우거진 지름길을 이용했는데 이곳이 오늘날 3.1 운동길로 불리고 있다.
이상화·서상돈의 고택을 지나 현 제일교회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90계단과 함께 이 길을 찾을 수 있다. 90계단 양 옆에 마련된 3.1 운동과 관련한 당시 사진 자료와 그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분위기의 교회 건물과 선교사들의 사택이 있는 조그마한 언덕길이 나온다. 이 언덕길이 3.1운동길이다. 특히 이 길에는 삼일절 노래와 독립선언서, 당시 참여했던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함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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