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를 떠나며
데스크를 떠나며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1.01.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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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봄날, 영대신문사에 입사지원서를 내기 위해 처음 학생지원센터 계단을 올랐다. 그 후 3년 동안 이어진 수습기자, 기자, 편집국장 생활이 이번 신문 마감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학생지원센터 3층에 있는 편집국에 오르락내리락했으니 3년간 수천 번은 올라갔다가, 또 내려갔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 처음 올라왔던 때의 나 자신과 내려가는 마지막 계단을 밟을 내 모습이 연결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갈던 마감도 수많은 취재도 털어낼 수 없던 막연한 고민마저 처음과 끝이 한 번의 오르락과 내리락 사이에 거짓말처럼 압축된 기분이다. 학생 기자 아니 기자 학생으로 지내온 3년간의 경험과 추억은 이렇게 압축되어 아무리 풀어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내 밑천으로 남을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기 전 아직 정리되지 않고 삐죽 솟아있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영대신문이 끝까지 학내 언론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불안한 바람이 그것이다. 뒤를 이을 후배들을 못 미더워 해서 하는 고민이 아니다. 지금 학교 분위기를 보면 마음 편히 떠날 수가 없다. 건전한 비판과 권력에 대한 견제를 가로막는, 형체가 불분명한 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표현할 수 없는 이 벽은 그저 차가운 콘크리트의 기운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뿐 아니라 교수, 직원, 학생 할 것 없이 이 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가둬놓기 위한 것인지 아직 증명할 수 없지만 ‘바람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것만은 확실하다.

건전한 비판과 권력에 대한 견제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존재 이유인 영대신문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욱 확실한 편집권이 필요하다. 최근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가 ‘기업은 어떻게 대학을 접수했나’라는 기사를 통해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후 대기업 문화가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대학 측에서 교지를 전량 회수하고 예산 지원마저 끊어버렸다. 중앙대학교의 사례가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과연 기우일까.

기자가 전달해야 할 ‘진실’은 수많은 ‘사실’로서 존재하고 어떤 하나의 사실에만 의존하거나 특정 사실을 배제하면서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어떤 사실이든 남에게 알려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정당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기사 작성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실의 연결고리를 찾아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라면 학생만큼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건전한 언론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있을까.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비판기능은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워서도 빼앗아 갈 수 없다. 독자들에게서 대학언론이라는 공공재를 빼앗을 수 있는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편집국장에 취임하고 처음 썼던 ‘영봉’ 말미에 ‘영대신문은 대학인의 양심을 적극 대변하는 대학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마지막 ‘영봉’의 펜을 든 지금, 앞으로도 영대신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확신한다. 마지막 학생지원센터 계단을 마음 편히 내려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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