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생활 스트레스와 정신병리,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희망이 생활 스트레스와 정신병리,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 조현주 교수(심리학과)
  • 승인 2010.12.03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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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로나 취업, 이성과 친구 문제,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인생이 막막하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잠시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공자, 맹자와 같은 위인은 춘추전국시대 분열과 혼란 속에서 등장한 인물이다. 인간은 난세일 때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을 정립하고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틀을 만들어가면서 변화와 더불어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어떠한 역경이든 부딪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희망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돛단배의 깃발과 같은 존재이다. 지금 여러분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심정이라면 희망의 심리학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희망을 문학이 아닌 심리학이라는 학문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긍정심리학이 대두하면서부터이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단점 보다 장점을, 약점 보다 강점을 개발하고 증진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긍정 심리치료는 개인의 긍정적인 특성을 강화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개입만으로도 우울과 불안 증상이 개선되고 청소년기 문제행동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여러 긍정 심리 특성 중 희망은 쉬나이더(1994)의 희망이론(Hope Theory)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잘 정립된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로 희망은 ‘자신이 바라는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 혹은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의되며 보통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나 동기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추구하는지 수단적인 방법이 빠져있는 아쉬움이 있다.

쉬나이더는 인간의 행동은 목표 지향적이라 가정하고, 희망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나 경로를 찾을 수 있는 경로 사고(pathway thinking)와 그러한 경로를 활용하여 목표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가도록 동기화하는 주도 사고(agency thinking)로 구성된다고 정의한다.

경로 사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포함되어 “나는 이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라는 내적 메시지로 나타난다. 주도 사고는 “나는 이 일을 해 낼 수 있다”와 같은 내적 메시지를 통하여 목표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가도록 동기화한다.

경로 사고와 주도 사고는 특정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거치게 되는데 목표가 달성하게 되면 긍정 정서를, 그렇지 못하면 부정 정서를 경험하게 되게 된다. 긍정 피드백을 받게 되면 다시 경로 사고와 주도 사고를 강화하여 목표 추구로 나아가지만 부정 피드백을 받게 되면 목표를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희망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더라도 “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능력이 있어”, “난 이 일을 해 낼 수 있고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어”와 같은 내적 메시지를 통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생성하도록 계속 동기화하므로 적응적인 의미가 있다. 즉 희망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극복할 많은 대처 전략을 생성해 내고 그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구되도록 동기화하고, 장애에 부딪히면 유연하게 대안 목표를 찾아 나갈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응적이다. 이와 달리 희망이 낮은 사람들은 장애에 집착하고 반추하거나 개입하지 않은 채 회피함으로써 정신 건강의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 희망이 높은 사람은 질병 회복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고, 이에 힘을 쏟기 때문에 건강 회복도 빠른데 비해 희망이 낮은 사람은 질병이 걸렸을 때, 자기 연민에 빠지고 자신에게 집중하여 불안을 증가시키고 치료과정을 회피하여 질병을 악화시킨다.

이처럼 희망은 당면한 스트레스를 조절하여 정신 건강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심리적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희망이 생활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및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에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단기-종단적 연구 설계를 이용하여 확인하고자 수행됐다. 연구는 1차에서 본교 대학생 2백47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3개월 후 재조사에서 수집된 1백55명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되었다.

연구결과, 1차와 2차 시기에 측정한 변인들 간에 관계성을 조사한 결과, 모든 변인들 간에 높은 상관이 나타났다(표1). 우선 특질 희망은 2차 상태 희망과 높은 상관을 나타내 희망 척도 변인의 안정성을 나타내었다. 1차 시기의 스트레스는 예상한 바와 같이 1차 시기의 정신병리 뿐만 아니라 2차 시기의 정신병리와도 높은 상관을 보였으며 2차 시기의 삶의 만족도와는 부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스트레스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학생의 스트레스에 대해 적극적인 심리적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질 희망은 스트레스와, 정신병리와 부적 상관을 보인 반면 삶의 만족도와는 높은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희망이 스트레스나 정신병리와는 다른 긍정적인 특성이며, 삶의 만족도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특질 희망은 2차 시기의 정신병리와 삶의 만족도와도 높은 상관을 나타내고 있어, 희망이 장기적으로도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인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희망이 스트레스와 정신병리와의 관계에서 조절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희망은 1차 시기의 스트레스를 통제한 뒤에도 정신병리 및 삶의 만족도를 예측하는 강력한 변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태 희망은 1차 시기의 스트레스와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생활 스트레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건강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심리적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상태 희망은 생활 스트레스가 있어도 외부 자극에 휘둘리지 않은 채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매일 매일 정진함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활기감을 경험하고 삶의 만족도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희망이 어떠한 문제해결 양식을 보이는지 알아본 결과, 희망은 긍정적 문제해결과 합리적 문제해결과 상관이 높은 반면 부정적 문제해결과 충동·부주의 문제 해결, 회피양식과 부적 상관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스트레스나 문제 해결 상황에서 긍정적인 대안을 찾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반면, 당면한 문제를 회피하거나 부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해결하지 않음으로서 잠재적 정신건강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희망은 스트레스나 역경에 좌절하기 보다는 인생에서 도전해야 할 사건으로 여기고 긍정적으로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대처 자원인 동시에 개인의 긍정적인 특성인 강점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희망을 심리학적 개념으로 정의하고, 희망의 긍정적인 효과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희망은 어둠속에 실낱같은 빛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의미를 확장하여 역경을 만나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 목표를 향해 당당히 나갈 수 있는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희망이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역경을 고통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선택에 대해 온 힘을 다해 헌신한다. 그리고 그때 인간은 빛을 발산하게 되고 그 희망의 빛은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당면한 문제로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이를 멈추고 당면한 문제를 기꺼이 마주하고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의 철학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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